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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

(도서) 한국빙벽열전. 손재식 저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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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 각 빙벽의 초등에 관한 기록이다.

즉 기록서이며 역사서다. 

 

한국을 대표하는 토왕폭을 비롯하여 대승폭, 소승폭, 갱기폭, 100m폭, 형제폭 등등에 관한 초등 이야기가 실려 있다.

클라이밍이 스포츠화되어 저변이 넓어지면서, 볼더링 암장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루트를 오르고 쾌감을 느끼는 것이 보편화된 이 시점에서 선배들의 초등을 향한 노력은 본받을 점이 많다.

 

“자연빙벽시대 등반가들의 이야기는 아날로그의 상징인 책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렇게 이 책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빙벽등반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지금 사용하는 장비와, 지금 등반하는 방식과 많이 달랐던 그 때에 선배들은 어떻게 했는지.

그 준비와 노력하는 자세는 본 받을 점이 많다.

 

이 책의 특징은 현장감이 살아있다.

등반을 한 당사자가 등반기를 쓴 듯한 느낌이다.

그만큼 저자가 많은 기록을 확인하고, 당사자들과 많은 소통을 한 결과일 것이다.

각 빙벽의 초등에 관한 이야기를 역사서로 남겼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의미겠지만

리얼한 등반 기록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집념의 마력, 빙벽에 미친 행복한 도전자들

 

책 속으로

 

워트호그(wart hog)(40쪽)라고 들어봤는가. 음, 과연 등반가들이 저자에게 “워트호그를 사용했습니다.”라고 말했을까. 나는 실제로 이 장비를 사용하여 등반을 해봤는데, 선배들에게 배우기로는 바르트훅이라고 배웠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기록을 찾아봐도 모두 바르트훅이라고 한다. 저자가 이것을 바로잡으려고 책 내용에 나오는 모든 이 용어를 워트호그로 바꾸었다. 바르트훅으로 배운 나로서도 아주 어색했다. 

 

초반 고드름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고드름이 깨지면서 오른쪽에 박은 손이 쑥 빠져버린다. 몸이 허공에 떴다. 제기랄, 한 열흘 잘 먹고 마시면 결과는 이런 것이다. 끊임없이 비우고 버리는 자에게만 등반은 삶의 희열을 주나니. (59쪽)

등반을 하다가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추락을 통해 느끼게 되는 저자의 생각은 너무나 공감이 된다.

 

 

 

가래비에 관해서는 타인의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만남의 장소지요. 등반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가래비에 가면 잊고 지내던 산악인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다른데 가면 꼭 등반해야 하는데 여기선 목로주점처럼 술도 한잔할 수 있고 사람 소식뿐만 아니라 놀 수가 있잖아요.”(77쪽)

가래비는 그런 곳이다. 방앗간에 참새 들리듯 그냥 가면 아는 사람들 만나게 되는. 가래비의 그런 느낌이 좋다.

 

책에서는 2004년 남한의 등반가들이 금강산의 빙벽을 등반한 내용이 나온다. (164쪽) 등반성을 떠나, 초등의 기록을 떠나 남과 북이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 불과 18년 전 이야기인데 오지 못할 세월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아쉽다.

 

알프스에서는 자연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욕구를 개인의 자유라고 보는 가치관이 공고해졌다. 폭설이 내리고 폭우가 쏟아져도 위험을 주지시킬 뿐 일방적 통제의 요건은 아니었다. 우리에게는 없는 높고 큰 산보다 사유화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자연관에 눈길이 멎는다. (191쪽)

날씨가 안좋으면 한국은 입산 금지다. 눈이 살짝만 내려도 산에 갈 수 없다. 과연 그렇게까지 막을 필요가 있을까. 유럽에서 있었던 일이다. 몽블랑을 가는 날 보험을 가입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했더니 보험을 안들어준단다. 왜? 일기예보를 보여주면서 이런 날씨에는 보험 가입이 안된단다. 그래서 보험을 안들고 올라갔다. 당연히 날씨는 안좋았고 산장에서 하루 더 머무르고 올라갔다. 날씨가 아무리 안좋아도 산에 가는 걸 막지는 않는다. 다만 보험을 안들어줄 뿐이다.

 

 

 

설악산 건폭(106쪽)은 초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1969년에 일어난 10명의 눈사태 사망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시 사고를 당하신 분들은 해외 고산등반을 위한 훈련으로 설악산을 방문한 것이다. 즉 국가대표 훈련이라고 보면 된다. 책 후반부에 토왕폭에 관한 이야기(200쪽)가 길게 이어진 것은 토왕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토왕에서의 다양한 등반 기록이 이어진다.

책의 마지막은 빙벽등반에 관한 연표가 나온다. 여기에서도 1998년 토왕골 눈사태 사고가 언급되지 못한 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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