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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천성 쓰구냥산(四姑娘山) 트래킹

by 안그럴것같은 2026.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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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천성 쓰구냥산(四姑娘山) 트래킹

<다꾸냥산(大姑娘山 해발 5,355m) 등정>

 

<쓰구냥산 산문(山門) 일륭 가는 길>

82일 새벽 3시 반.

새벽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중국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 유비와 제갈공명이 활약하던 촉()나라 수도 성도(成都).

얼마나 흐린 날이 많고 비가 많아 해가 낯설면 촉견폐일(蜀犬吠日) 이라는 고사가 생겼을까. 그 촉 땅에 오늘 새벽에도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버스는 비에 젖은 시가지를 벗어나 한계속도 120km 표시가 붙은 성관고속도로로 올려 거칠 것 없이 달린다.

 

성도에서 사천성의 성산(聖山) 쓰구냥산(四姑娘山)의 산행기점인 일륭까지는 버스로 7시간.

엊그제 상해 발 성도 행 비행기가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상해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고 어제 늦게 성도에 도착하여 호텔에서 묵고 일정을 맞추기 위해 오늘 새벽같이 일어나 일륭으로 향하는 중이다.

 

부산세관 직장산악회에서 매년 실시하는 해외원정산행의 올해 산행지는 사천성의 쓰구냥산. 쓰구냥산의 산군 중 하나인 다꾸냥산(大姑娘山 5.355m) 등반이다. 일행은 해외원정 경험이 많은 신은호 대장과 신오룡 대원 서영철 대원 이종열 대원 등 우리 팀 5명과 여행사에서 모집한 인원 8명 해서 모두 13. 국내 가이드 포함 총 14명이다.

 

40분 정도 달려 거친 물살이 도시를 휘감아 도는 도강언시를 지나며 고속도로는 끝나고 차는 꼬불꼬불하고 포장도로라 하기 의심스러운 흙과 자갈이 군데군데 쏟아져 내린 길을 따라 어둠 속을 쉴 새 없이 달린다. 내리는 비에 도로 옆 산으로부터 토사가 줄줄 흘러내리는 곳이 많아 좀 불안했는데 기어코 사고가 발생했다. 산사태가 길을 막은 것이다. 무너져 내린 바위덩어리와 토사들을 2시간 걸려 불도저로 치우고 도로가 겨우 열렸다.

차가 와룡현(臥龍縣)으로 접어들자 산세는 높고 거칠고 계곡은 흙탕물이 노호한다. 길은 좁고 패이고 급커브 연속이다.

중국식으로 느긋하게 생긴 소형 전세 버스 기사 아저씨는 커브길마다 경적을 울리며 좀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다가 마주 오는 차와 거의 충돌 시점에서야 급정거를 하여 초행객의 간담을 써늘하게 한다.

 

길은 계곡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와룡계곡이 끝나고 유명한 파랑산(巴郞山) 고개(해발 4,487m)로 차가 아슬아슬하고 힘겹게 올라간다. 수직으로 치솟은 산과 아래쪽으로 까마득하게 보이는 계곡의 고도차가 보통 2,000m 이상씩은 됨직하다.

한계령의 10배라는 파랑산(巴郞山) 고개.

밧줄을 구부려놓은 것 같은 지그재그 길을 2시간 넘게 달려도 끝이 나타나지 않는다. 고개 정상 가까이는 그 키 크고 무성하던 수림이 갑자기 사라지고 온갖 색색의 야생화가 만발한 초원이 굽이굽이 펼쳐져 감탄을 자아낸다. 고도가 오르자 다시 초원이 끝나고 층암절벽을 이루는 판석뿐인 황량한 봉우리들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오금이 저리는 길과 환상적인 풍경에 넋이 빠져나간다.

 

파랑산 고개에서 차가 잠시 멈추고 하차하자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며 어지럽고 메스껍다. 오지 않았으면 하던 고산증세가 이제 시작되나보다.

고개 정상에는 실비가 내리는 가운데 와룡현과 소금현(小金縣)의 경계표시가 있고, 얼굴이 검게 탄 티벳장족 일가족이 야크고기를 꼬지에 구워 팔고 있다. 소금과 후추와 여러 가지 양념을 뿌려 구운 꼬지는 우리 입맛에 비슷하게 맞아 먹을 만 했다.

차는 다시 일륭으로 향하여 한없이 길게 구부려놓은 밧줄 같은 길을 따라 끝없이 내려간다.

 

 

 

<야크와 소떼의 낙원 노우원자(老牛原子) 캠프>

해발 3,000m 정도에서라야 편히 숨쉬며 살 수 있다는 고산족인 장족과 강족의 마을인 쓰구냥산 산문 입구 일륭(日隆).

해발 3,180m인 일륭은 마침 날씨가 개었고 식당과 빈관 주점 초대소들이 즐비하다.

캠프용 텐트와 주방물품들 또 우리 짐을 운반할 말들과 마부 그리고 캠프를 운영할 현지 고용인들이 뒤섞여 우리가 타고 온 버스 주위는 시장처럼 혼잡스럽다.

머리가 조금 어지럽다. 배낭을 챙기고 천천히 오늘 목적지인 노우원자(老牛原子) 캠프(해발 3,860m)로 향하여 넓게 펼쳐진 초원을 따라 걷는다. 국내에서 잘 볼 수 없는 하얀 별꽃 에델바이스가 지천으로 피어있고 온갖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어우러져 수 만평 카펫을 펼쳐놓은 듯 감탄을 자아낸다. 기온은 걷기에 알맞고 주위는 흰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4천 미터 급 고봉들이 우리 앞을 안내한다. 언덕에는 장족들의 희고 둥근 탑이 원색의 깃발을 날리며 서쪽 라사를 향하고 있다.

2시간 쯤 올라가자 안개비가 시작되더니 빗줄기가 굵어진다. 우의를 꺼내 입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는데 어느새 일행과 떨어져 혼자 걷고 있다. 비에 젖은 옷은 무겁고 기온은 점점 떨어지고 마음은 급하고 두통과 메스꺼움으로 몸은 기력이 없고 정신은 몽롱하다. 기진맥진하여 노우원자 캠프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추위에 떨며 텐트 설치하는 것을 돕고 있거나 축축한 텐트 속에 누워있다. 비 때문에 너무 서둘러 고도를 올리는 바람에 고도적응에 실패하여 다들 힘들어하고 있다.

누우원자(老牛原子) 캠프 해발 3,860m.

비와 구름으로 사방 시야가 가리긴 했지만 말똥이 널린 초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아래쪽에는 해자구(海子溝)를 따라 흘러내리는 설산의 눈 녹은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캠프 주위로는 방목중인 야크와 소떼와 말들이 비와 추위와 고산증세에 아랑곳없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각자 2-3인용 텐트를 배정받고 젖은 옷을 갈아입고 침낭에 들어가 누웠다. 옆 텐트에서 서영철 대원이 불을 피워놓았으니 몸을 녹이러 오란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가 싫지만 너무 한기가 들어 건너갔더니 비상용으로 가져온 알코올버너가 작은 텐트 한가운데서 훌륭한 난로 구실을 한다. 젖고 춥고 지친 몸에 버너의 온기가 너무 따사롭다.

어둠이 깔리고 비는 계속 내리는데 저녁식사 준비가 끝났는지 식당텐트로 모이란다. 대원 중 2명이 어지럽고 메스꺼움 때문에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 없다며 내버려두고 갔다 오란다. 내일 산행이 걱정이다.

비에 젖은 간이식탁과 위생관념을 논 할 수 없는 식기와 맛을 알 수 없는 음식이 어우러진 저녁 식사에는 그래도 내일 산행을 위해 조금이라도 먹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일행 중 절반 이상이 모였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입안이 깔깔하여 도저히 음식이 넘어가지 않는다. 찰기가 없어 풀풀 날아가는 밥에 끊인 물을 부어 조금 마시고 싸늘한 텐트로 돌아왔다. 눅눅한 침낭에 누웠으나 두통과 메스꺼움 꼬부린 불편한 자세 그리고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 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이 무슨 고생인가 싶다. 수 십 번 가위 눌린 꿈속을 헤매다가 새벽 동이 틀 무렵 주위의 소음으로 겨우 정신을 차렸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텐트 밖으로 나오니 몇 사람이 새벽 여명 속에 캠프 주위를 서성인다. 다행히 날씨는 개었다

!

어제는 비와 구름 때문에 보지 못한 4-5천 미터급 봉우리들이 캠프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풀한 포기 없이 석회암의 판석들로 이루어진 깎아지른 산들은 만년설을 계곡마다 줄기줄기 품고서 하얗게 빛나고 있다.

동이 터오면서 산들이 황금색으로 물들다 손끝에 잡힐 듯이 가까운 산위로 해가 떠오른다.

이 낯선 세상 이 가슴 설레는 풍경이라니…

 

구름 조각들이 흩어지고 햇살이 퍼지고 기온이 오르자 그나마 컨디션이 좀 회복되는 듯 하다. 다들 텐트를 열고 젖은 옷들을 널어 말리고 오늘 산행을 준비한다. 그래도 여전히 머리가 어지럽고 입안이 깔깔하여 식사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신대장의 독려와 내일 정상 등정을 위한 체력유지를 위해 다들 조금씩이나마 음식을 삼켰다.

오전은 해자구(海子溝)를 따라 고산 적응 트래킹이다. 대해자, 쌍해자, 화해자를 돌아오는 코스인데 해자(海子)란 큰물을 본적이 없는 고산족인 장족들이 호수를 처음 보고 바다()라고 했는데 나중에 진짜 바다를 보고서 호수는 바다의 아들(海子)로 강등되었는데 그냥 중국인들이 서쪽 고산지대에 있는 호수는 해자(海子)라 부른단다.

캠프 아래쪽을 흐르는 해자구를 따라 30분 정도 오르니 해발 4,000m 높이에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 그림 같은 호수가 주위의 날카로운 설산들을 거꾸로 담은 채 고요히 놓여있다. 대해자(大海子).

순간 높은 설산들과 호수가 어우러진 천상의 풍경이 정적에 휩싸이며 원인모를 소름이 돋는다.

그래 이 낯설고 먼 곳까지 와서 이 풍경 속에 내가 서있구나!

 

 

 

<초원과 너덜지대가 만나는 과도영(過度營) 캠프>

오후 일정은 과도영(過度營) 캠프까지 4시간 코스. 해발 400여 미터를 올려야 한다.

어제 일을 거울삼아 오늘은 호흡과 컨디션을 조절하며 초원을 따라 난 꾸불꾸불한 길을 천천히 걸었다. 머리위로 검은 구름덩어리가가 덮치며 조금씩 뿌리는 비 때문에 내일 정상 도전이 심히 염려된다. 다행히 비는 그치고 흰 구름 몇 개가 하늘을 떠가고 있다.

지평선을 형성한 언덕을 오르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쓰구냥산(四姑娘山)의 네 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만년설로 하얗게 빛나는 칼날 같은 주봉(主峰) 야오메이봉(磨妹峰 해발 6,250m)을 필두로 산구냥산(三姑娘山) 얼구냥산(二姑娘山) 다꾸냥산(大姑娘山) 네 봉우리가 층을 이루며 천천히 흐르는 하얀 구름덩어리 들 위에 고고히 자리하고 있다. 순간 가슴이 멘다.

초원과 너덜지대가 만나는 경계지점에 캠프가 막 설치되고 있다.

과도영 캠프(過度營 해발 4,300m)

조금 위쪽으로 일본인 등산객들의 캠프가 쳐져있고 캠프용 짐을 운반해온 말들이 캠프 옆에서 마지막 초지의 짧은 풀들을 뜯고 있다.

산소가 부족해서인지 머리가 더 지끈거리고 더 어지럽고 입안은 깔깔하고 기운이 없다.

다행히 날씨는 맑아져 석양에 얼음산과 파란 하늘이 조금씩 붉게 물들고 있다. 기온은 어제보다 훨씬 더 떨어져 춥다. 어제처럼 텐트 안에 피운 알코올버너의 온기가 싸늘한 몸을 녹이지만 그나마 부족한 산소를 태우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내일 새벽 정상 등정을 위해 억지로 저녁 식사를 조금하고 일찍 침낭에 몸을 눕혔으나 쉬 잠이 오지 않는다. 신음을 하며 선 꿈을 꾸며 뒤척거리다 깨우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났다. 몽롱한 정신 속에 방한파카와 방한모를 쓰고 어젯밤 대충 꾸려놓은 작은 배낭을 메고 텐트 문을 여니 어둠속에 해드랜턴 불빛이 번쩍이며 대원들이 출발 준비에 부산하다.

 

 

 

<다꾸냥산(大姑娘山 해발 5,355m) 정상을 향하여>

새벽 3.

다행히 날씨는 쾌청하여 별이 초롱초롱하고, 기온은 영하로 떨어져 텐트에 하얀 서리가 가득하다. 일행 13명 중 12명이 정상 등정에 나섰다. 물론 어제부터 계속되었지만 한걸음 한걸음이 나에게는 기록 갱신의 순간이다. 몸은 무겁고 머리는 어지럽고 호흡은 가쁘다. 오늘을 위해 그동안 연습산행도 많이 했고 여기까지 어렵게 도착하여 이제 목표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모든 일들이 그저 아득하고 한발 한발 걷는 것이 마치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몽롱하다.

4시 반. 온통 너덜로 이루어진 안부(鞍部)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일행 몇 명이 잠시 호흡을 고르고 있다. 저 앞쪽으로 선두가 오르고 있고 후미는 한참 아래쪽에서 랜턴 불빛을 번쩍인다. 다들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제부터는 정상까지 경사가 심하고 군데군데 설빙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길은 너덜과 자갈이 서리를 하얗게 반짝이며 얼어있어 밟으면 사그랑 거리는 쇳소리를 내며 아래로 줄줄 쏟아져 내린다. 몇 번이나 미끄러지고 발을 헛디디며 아슬아슬한 순간을 보내니 진땀이 난다. 체력이 소진되었는지 몇 걸음 걷고 멈추고 또 몇 걸음 걷고 쉬고, 한발 한발 올리는데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쨍쨍하게 얼어붙은 돌 위에 잠깐씩 앉아서 쉴 때는 이틀 동안 잠을 설쳐서 인지 고산증세 때문인지 계속 눈이 감기고 그 짧은 순간에 비몽사몽 꿈을 꾼다. 동이 터오며 저 위쪽 정상에 먼저 오른 대원들의 실루엣이 삐죽한 바위인양 보인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다꾸냥산(大姑娘山 해발 5,355m) 정상(頂上).

팬더곰과 호랑이와 티벳장족 네 처녀의 전설이 어린 쓰구냥산(四姑娘山) 산군.

거대하게 눈앞을 압도하는 쓰구냥산 주봉 야오메이봉(磨妹峰 해발 6,250m)이 칼날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고 사방은 수 만년의 세월을 찰나로 여기고 묵묵히 자리를 지킨 공래산맥의 한량없는 산군들이 하늘 끝과 맞닿아 마치 신들의 세계 인양 끝 간 데 없이 펼쳐져 있다.

보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모든 속세의 욕망들을 무력화 시키고 그래서 한없이 외롭게 만드는 곳. 지친 다리도 어지러운 머리도 순간적으로 잊고, 내가 어디서 왔는지도 잊은 채 5,000m 높이에서 맞이한 대자연의 장관 앞에 넋을 잃는다.

일출이 시작되면서 높은 산봉우리부터 황금빛으로 물들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끝 어디 톱니처럼 삐죽삐죽한 산위로 불쑥 해가 솟아오른다.

마지막 도착한 우리 팀 대원이 정상을 밟자 출발할 때부터 준비해온 술과 과일을 꺼내어 돌무더기에 장족의 울긋불긋한 깃발이 펄럭이는 정상(頂上) ()아래에 산신제를 지낼 준비를 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인연의 소중함과 우리 산악회의 발전과 대원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축문을 읽고 절을 하고 술을 뿌리고 둘러 앉아 음복을 하니 신령스런 쓰구냥산이 한결 친밀한 모습으로 느껴지는 듯 하다. 회사에서 준비해준 프랭카드를 꺼내 기념 촬영을 했다.

 

하산 길은 아침 해를 등 뒤로 받으며 너덜과 자갈과 빙설로만 이루어진 살풍경한 길을 제법 여유 있게 둘러보며 고도를 내렸다. 과도영 캠프에는 아침 식사준비를 하는 사람, 우리를 일륭까지 태우고 내려갈 말들과 마부들, 먼저 내려와 짐을 챙기는 일행들로 부산하다.

10대 장족 처녀부터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부들이 체구 작은 사람을 태우기 위해 벌이는 손님 고르는 모습이 다시 일상의 삶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신속한 하산과 현지 주민의 삶의 방식과 여행사의 기획이 어우러진 과도영 캠프에서 일륭까지 말을 이용한 하산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물론 처음 타보는 말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경사지고 험한 자갈길을 요동치는 안장위에서 낙마하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안장에 가져간 매트를 잘라 더 깔았지만 엉덩이도 여간 아픈 게 아니다. 등에 멘 배낭을 벗어 마부에게 주자 한결 균형 잡기가 편하다. 현지 가이드의 당부대로 일륭에 도착하여 배낭을 메어준 마부에게 요금과는 별도로 팁을 3달러 주자, 산위로 갈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주위의 동료 마부들이 부럽다는 듯이 돈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야단이다.

 

해발 3,180m 일륭까지 내려오자 어지럽던 머리가 한결 누그러졌다.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가 기다리는 공터 옆의 조그만 매점에서 콜라 한 병을 싸서 마시는 이 행복. 이틀 동안 넘긴 음식이 별로 없었던 탓인지 쓰린 속과 메마른 목이 경련하는 것 같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는 일행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이 번진다. 힘들었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것에 감사하며 언제 또 다시 이 길을 걸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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