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호1 '등반노동자'의 추락 등반은 진정 무상(無償)의 행위인가. 여러 산악인이 ‘등반은 무보상의 행위’라는 이 말을 건드려서는 안 될 성구(聖句)로 떠받들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등반 역사를 돌이켜보면 등반은 오로지 무상의 행위로서만 이루어져온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등반사의 주된 흐름은 유상(有償)의 법칙에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금전적 댓가만이 보상은 아니다. 등정자란 영예도 등반 행위에 대한 명백한 보상이며, 그 영예는 거의 금전적 댓가로 이어졌다. 한 번의 등정은 그 다음 원정의 등반비 후원사를 보장했고, 이러한 순환 고리에 의해 한국 산악사의 흐름은 이어져왔다. ‘우리가 오를 봉은 지고지난한 험봉’이라 포장한 무수한 원정 계획서들, 공항에서의 꽃다발, 언론 인터뷰, 정상에서의 후원사 깃발 사진 등은 그 명백한 증거들이다... 2021. 12. 6. 이전 1 다음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