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랑드 죠라스 북벽
- 출처 허긍열의 고알프스
필자가 알프스에서 아마도 가장 수려한 거벽중 하나인 이 북벽을 처음 대한 것은 90년 여름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거대한 북벽은 늘 나에게 위압감을 주며 당당히 버티고 서 있다. 이 북벽에서 필자가 등반한 루트는 워커능과 끄로능, 그리고 맥킨타이어 루트이다. 그만큼 이 북벽에 친근감이 가지만, 쉽게 대할 상대가 아님은 분명하며, 가끔씩은 두려움도 이는 게 사실이다.
몽블랑 산군 깊숙이 렛쇼 빙하가 끝나는 지점에 병풍을 펼쳐놓은 듯 수려한 북벽 하나가 버티고 서 있다.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알프스의 3대 북벽들 중 하나인 이 거대한 북벽은 옛부터 알피니스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을 수 없었다. 3대 북벽중에 아이거북벽이 장엄함을, 마터호른이 아름다움을 자아낸다면, 바로 이 그랑드 죠라스 북벽은 이 둘을 모두 합치고도 남는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거대한 단일 화강암 봉우리는 모든 형태의 등반미를 제공한다. 동서로 이태리와 불란서의 국경선을 이루는 암릉은 거의 1km에 이를 정도로 길며, 거대한 북벽은 여러 갈래의 스퍼와 꿀루와르에 수많은 등반 루트들을 잉태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대부분의 루트들은 불량한 암질의 바위과 믹스 루트들이며, 낙석에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서봉인 윔퍼봉(Whymper 4184m)의 초등은 1865년 6월 24일에 에드워드 윔퍼와 M 크로, C 알머, F 바이너가, 동봉인 워커봉(Walker 4208m)은 1868년 6월 30일 H 워커와 M 안데렉, J 제운, J 그랜지 등이 초등하였다.
이 북벽엔 현재 30개에 달하는 루트가 개척되어 있는데, 거의 모든 루트들이 낙석에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특히 크로(Croz) 스퍼 좌우측의 거대한 벽면에 위치한 루트들은 하나를 제외한 모든 루트가 낙석에 아주 심하게 노출되어 있는데, 이러한 믹스루트 하단부는 어려운 빙벽과 혼합등반 선들을 제공하는 반면, 상단부엔 불량한 암질에 얼음이 얇게 덮인 아주 기술적인 등반을 요한다. 따라 이들 루트는 여름시즌엔 지극히 위험스럽지만 동계엔 아주 멋진 등반선을 제공하고 있다. 주로 이 북벽에 개척된 루트들의 등반조건이 완전한 상태로 갖춰지는 시즌은 거의 없으며, 그러한 좋은 등반조건일 경우엔 이름난 등반선들은 금새 수많은 알피니스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1998년 여름, 필자는 그랑드 죠라스 북벽 등반을 위해 렛쇼 산장 아래 야영장에 있었다. 때마침 옆엔 한국 등반대 2팀이 워커능을 등반하고 있었는데,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70년대부터 이제껏 한국산악인들이 알프스 등반을 떠나면, 으례 이 그랑드 죠라스 북벽의 워커능은 단골 메뉴였었는데, 필자가 90년도에 워커능을 등반할 때 참고한 자료보다 오래된 자료를 참고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우리 산악계의 현실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피니즘의 커다란 한 발전 단계였고 앞으로도 그럴 알프스의 벽등반을 우리가 너무 등한히 하지나 않았는지 반문해 보며, 앞으로 보다 더 세밀한 산악정보가 한 층 더 보충되길 기대해 보도록 하자. 여기에 표기된 등반 난이도는 참고문헌에 따라, 등반 당시의 상황에 따라 각기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절대적인 것만은 아님을 밝힌다. 그리고 등반소요 시간은 참고문헌에 따른 것이지 알프스 등반에 익숙치 않은 이들에겐 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끄로 스퍼(CROZ SPUR) / TD+
1974년 H 캐인과 K 베르너가 초등했다. 이 변형루트는 낙석으로부터는 안전하지만 스퍼의 중단 400m 구간은 불량한 암질의 어려운 등반을 요한다. 두번째 타워 뒤의 갭에서부터 가파른 구간(IV/V+급, 가끔 얼음 덮임) 아래의 테라스까지 스퍼 위를 등반한다. 오른편에 위치한 하나의 짧은 디에드르(IV)를 올라 V급(A1)의 오버행 구간이 있는 벽 하나를 등반하면 일련의 디에드르(V)를 오르며 아주 어려운 인공 피치를 지나 상부 설원에 닿는다. 설원 위의 가파른 벽을 다섯 피치(VI/A1) 오르면 스퍼 꼭대기 밑의 작은 타워에 이른다. 크랙을 계속해서 4피치 더 오르면 정상이다.
맥킨타이어 루트(MACINTYRE ROUTE) / TD
그랑드 죠라스 북벽 등반후, 하산길은 여러 개가 있다. 만일 기상이 좋고 눈사태의 위험이 적다고 판단될 시의 가장 일반적인 하산길은 워커봉 서쪽 수백피터 떨어진 약간 더 낮은 윔퍼봉에서 하산하는 길이다. 바위 립을 따르다 거대한 설사면으로 이어지는 남벽의 베르그 슈른드를 가로지르기 전까지 남쪽으로 곧바로 빙설벽을 내려간다. 아래 계곡을 마주보며 몇 개의 빙벽 아래로 오른쪽 방향으로 설사면을 가로지는다. 이 설사면 끝엔 또다른 바위 립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하산루트인 그랑 죠라스 남쪽 사면. 왼편 눈덮인 워커봉 정상사면에서 대각선 좌측으로 하산하여 다시 중앙으로 내려 온다>
여기서 자일하강을 한 후, 설면을 가로지르면 또다른 바위 립이 나타나며, 한두 구간 자일 하강하면 계곡으로 이어지는 설사면이 펼쳐져 있다. 끄로봉 주변에서 등반을 마쳤을 때, 마침 날씨가 나쁠시엔 약간 더 안전한 방법으로서 끄로 봉 바로 아래서 곧바로 자일 하강을 하여 일반적인 하산루트를 따른다. 또다른 하산은 꼴데지론델을 경유하여 렛쇼빙하로 돌아오는 경우이다.(29번 참고) 이 하산은 신중해야 하며, 쉽게 여겨선 안된다. 만일 쉬라우더나 맥킨타이어 루트를 등반한다면 이 하산길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꼴데지론델에서 이태리측으로 하산할 수도 있는데, 제르바슈티 산장을 경유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포인떼 영에서 가까운 루트를 등반할 시엔 깐지노 산장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그랑드 죠라스 정상에서 만일 악천후에 휩싸인다면, 쉬운 하산길은 없으며 최상의 선택은 설동을 파고서 눈보라가 멈출 때까지 대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렛쇼 빙하로 하산 루트 / AD
꼴에서 북서 방향으로 걸어 내려오면 렛쇼 빙하로 이어지는 긴 바위 립 꼭대기에 닿는다. 여기서 자일하강을 계속하면 된다. 바위면이 푸석하여 낙석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렛쇼 빙하에서 꼴에 접근하기 위해선 이 바위립 오른편의 꿀루와르 설사면을 직등할 수 있지만 낙석과 낙빙에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깡지오(Canzio) 비박산장(3825미터) / AD
영(Pt. Young)봉 서면 근처, 꼴데 그랑드 죠라스(Col des Grandes Jorasses)의 동쪽 끝에 위치한 이 비박산장은 이태리 산악회 튜린 지부 소유이다. 항상 걔방되어 있는 이 비박산장은 10명이 묵을 수 있는 침상이 구비되어 있다. 렛쇼 산장을 경유하는 불란서에서의 접근은 심하게 크레바스가 형성된 빙하지대를 가로지르며 올라야 되고, 길고 표고차가 큰 힘든 루트이다. 하지만 이태리 측에서 접근할 시엔 낙석의 위험에 심하게 노출되기에 불란서쪽 접근이 단연 안전하고 자주 이용되고 있다.
레쇼 산장(2431미터)
에귀 디 따귈 건너편, 렛쇼빙하의 오른쪽 뚝에 위치한 이 알루미늄 박스 모양의 산장은 12명이 묵을 수 있는 침상이 구비되어 있으며, 7월초부터 9월초까지 산장지기가 거주한다. 9월 중순에 마지막으로 방문해 보니 확장공사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며칠간 지낼시엔 산장 밑 야영장에 캠핑하는 것이 저렴할 것이다. 1인 1박 90프랑이며, 비시즌엔 45프랑이다. 접근로는 몽땅베르 역에서 메르데 빙하로 내려서서 약 한 시간 가량 빙하를 가로지르면 렛쇼 빙하와 만나는 모레인 지대가 나타난다. 이 모레인 지대를 지나 렛쇼 빙하에 접어들면 저멀리 빙하 왼편의 뚝 위로 올라가는 표식이 눈에 뛴다. 약 3시간 소요. 겨울엔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에귀디미디 케이블카역에서 스키를 이용, 발레브랑쉬로 스키하강하면 된다. 왼편 사진에서 렛쇼 산장의 위치는 왼쪽 저 멀리 렛쇼빙하가 꺽여 들어가는 사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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