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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

이제 본격적인 암릉등반의 계절

by 안그럴것같은 202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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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등반이란 좁고 날카로운 바위능선을 등반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선 보통 릿지등반으로 통한다. 릿지(Ridge)는 능선을 뜻하는 말이므로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많은 한국식 영어처럼 산악인들 사이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이 되었다.

최근 들어 많은 산악인들이 이 릿지등반을 즐기고 있고, 그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보통 “워킹”이라고 하는 산행을 오랫동안 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짧은 암벽을 자주 만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우리 나라 산악에 화강암이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짧은 암벽구간을 돌파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암벽등반의 매력에 빠져들지만, 그렇다고 본격적인 암벽등반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부담스러운 것이 많게 된다.

한 번 짧은 바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즐거움을 맛본 산악인은 그 묘미를 떨쳐 버릴 수가 없게 되며, 점차 짧은 바위구간이 많은 암릉등반을 시작하게 된다. 암릉은 본격적인 암벽등반과 같이 경사가 급하고 긴 암벽구간이 없고, 설사 그런 구간이 간혹 나타나더라도 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암벽등반 기술을 익히지 않은 사람도 별 어려움 없이 등반을 할 수 있다.

암릉은 일반 능선과는 달리 경치가 좋을 수 밖에 없다. 우선 능선에 많은 바위가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도가 높아 주변 조망이 좋고, 기기묘묘한 바위와 암봉, 그리고 숲과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기 있기 때문에 봉우리 하나를 넘고 이리 돌고 저리 돌 때마다 각각의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재수가 좋을 때는 구름이 발아래 깔리고 앞 봉우리에 휘도는 날씨를 만나면 여기가 ‘신선지경이구나!’하고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의 산행인구는 40-50대 주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사회, 경제, 가정적으로 안정을 이룬 시기에 건강을 생각하여 산행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이것 저것 다 놀아보고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여가활동이 등산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20-30년이 넘게 꾸준히 등산을 해 온 산악인들은 대부분 암릉등반을 한 두번 경험하게 되고 이 중에서 일부는 암릉등반만을 골라서 하는 골수 “릿지파”이다. 서울 근교의 대표적인 암릉등반 코스는 주로 북한산과 도봉산에 밀집되어 있는데, 북한산의 만경대릿지, 원효봉릿지, 숨은벽릿지, 백운대릿지와 도봉산의 포대능선 등이 있다.

설악산에는 서울 근교보다 좀 더 난이도가 높고 긴 릿지들이 많이 있는데, 용아장성, 천화대, 칠형제, 석주길, 흑범길, 염라길, 죽순봉릿지, 한편의 시를 위한 릿지 등이 있다. 이중에서 서울 근교와 설악산의 대표적인 릿지에는 주말에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많은 릿지 전문 산악인들이 몰리고 있다.

암릉등반은 원래 전문 산악인들만이 즐기던 분야였지만, 약 10여년 전부터 안내등반을 전문적으로 하던 가이드 산악회들이 좀 더 색다른 묘미를 주는 산행코스를 찾아 설악산의 용아장성이란 암릉을 가이드 등반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용아장성은 설악산의 수렴동계곡에서 소청봉쪽으로 달라붙는 암릉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암봉 들이 용의 이빨과 같이 도열한 듯한 험난한 암릉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 많은 가이드팀들이 고속도로를 뚫어 놓아 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는 코스가 되어 있다. 그래서 설악산의 암릉 중에선 가장 쉬운 초급코스가 되어 버렸다. 현재 암릉등반의 최고는 설악산의 천화대이다. 천화대는 설악산의 비선대에서 공룡능선 쪽으로 달라붙는 암릉으로 마지막 부분에는 범봉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암봉이 버티고 있으며, 우리가 흔히 설악산 사진 속에서 보이는 뾰죽뾰죽한 암봉이 버티고 있는 능선이 바로 이곳이다.

천화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위와 소나무가 연출하는 하늘의 화원이다. 수 년 전까지 용아장성이 릿지파들에게 인기가 절정일 무렵만 해도 천화대에는 전문 산악인들만이 찾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단풍 계절의 주말에는 수 백 명이 줄을 이어 등반하는 가이드 코스가 되어 있다.

암릉등반의 인기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암릉은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비경이 있고, 무거운 짐을 지고 오랫동안 밋밋한 등산로 힘들게 걷는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암릉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힘든 것도 잊고 자연과 동화된 기분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암릉등반도 암벽등반과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얘기하는 전문 산악인들이 많다. 실제로 최근에는 서울 근교와 설악산의 암릉에서 많은 사고가 발생하며 매년 여러 사람이 생명을 잃기까지 한다.

이러한 암릉등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비록 짧은 암벽구간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암벽등반을 해야 하는 곳이다. 보통 암벽등반에서는 자일을 사용하여 1명이 등반할 때, 1명이 자일을 잡아주는 안전확보를 하며 등반하므로 간혹 떨어지더라도 자일에 매달리게 되므로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암릉등반에서는 암벽구간이 비교적 짧고 쉽기 때문에 이러한 안전등반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등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릿지파들은 전문적인 암벽등반기술을 익히지 않고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발생위험이 높다.

또한 암릉구간에서 항상 로프를 사용하다 보면 등반시간이 길어져 쉬운 구간에서는 자일을 사용하지 않고 통과하기가 일수인데, 이런 구간도 사실 발하나 잘못 딛으면 큰 사고를 당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구간에 효과적으로 자일을 사용하여 빠르게 돌파하는 기술이 있지만, 이런 기술은 배우지 않은 사람은 사용하기 어렵다.

암릉등반은 산행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즐길수 있는 산행의 묘미이지만, 오히려 본격적인 암벽등반보다 위험요소가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암릉등반을 하기에 앞서, 대상지의 정확한 루트와 소요장비를 파악해야 하고, 기상변화에 대비한 보온의류와 비상식량, 해드램프를 갖추고, 기본적인 암벽등반기술과 자일 사용법, 하강법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전문등반에 경험 많은 노련한 산악인의 안내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히려 도시근교에 있는 암장에서 암벽등반을 하는 것 보다 알아야 할 지식과 갖추어야 할 장비는 많다. 근교 암벽등반은 오직 암벽등반기술만 익히면 오를 수 있지만, 암릉등반은 산행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과 경험, 길을 찾는 법, 기초 암벽등반기술 등을 모두 필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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