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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

(도서) Beyond the Ridge: 한국의 알피니스트 아직 살아 있다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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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실 제목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첫 번째로 비판 받는 부분은 ‘아직 살아 있다.’

 

이 문구를 보고 어디선가 들은 우스개 소리가 생각났다.

어느 장수 마을을 찾아서 어느 노인에게 이 마을의 장수 비결을 물었다.

노인이 대답하기를

“젊은 것들은 다 죽었어.”

 

이 책을 휘리릭 보고 난 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진짜 알피니스트 몇 명 없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했다.

“진짜 알피니스트는 다 죽었잖아요.”

 

이 답이 이해 안가면 영화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을 보시면 된다.

죽어야 알피니스트라는 말은 아니다.

 

 

 

 

그 다음 비판 받는 부분은 ‘알피니스트’이다.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알피니스트라는 용어에 대해 Rainbow님은 다음과 같이 블로그에서 평하셨다. 그 내용이 수긍되는 부분이 많아서 일부만 가져와 본다.

 

[알피니스트 라는 용어에 부합하는 인물들인가?

알피니즘(Alpinism), 알피니스트(Alpinist)라는 용어는 Alps 지역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즉 알프스 지역처럼 눈과 얼음이 쌓여있는 산악지대에서 행하는 산악/등반활동인 것이다.

알프스와 같은 환경요소(눈 얼음 추위 등)의 위험/극복요소가 없다면 그건 클라이머이지, 알피니스트라는 용어를 붙이면 안된다.

트래드 클라이밍(Traditional Climbing)과 스포츠 클라이밍을 나누는 기준이 확보물의 설치유무에 달려있는 것과 같다. 즉 위험요소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구분 짓는 기준점이다.

그리고 과거의 클라이머, 산악인이 왜 그리 많은가!

산악인은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면 공감&용납되지 않는다.

하물며 한 나라를 대표하는 알피니스트를 선정하는데 '한 때의 산악인'이라니!

알피니스트는 과거에도 그러한 등반을 했고 현재도 등반 중이고 미래에도 그러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는 DNA를 가진 산악인이다.] 

(이후 글에서는 특정 인물이 등장하여 생략함. 블로거)

 

 

‘모험이 없는 등반은 스포츠다.’

 

 

내가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알피니스트냐?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몇몇은 등산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

이게 알피니스트냐고?

 

그렇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오류다.

 

 

 

지금부터 각 알피니스트의 이름은 ‘a씨’로 표기한다.

김씨라고 ‘K씨’, 이씨라고 ‘L씨’라고 표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a씨, b씨, c씨...하자니 귀찮다.

어설픈 언급을 한 사람은 다 ‘a씨’로 칭한다.

 

a씨 “사실 저는 알피니스트라고 불리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그저 산이 좋고 바위가 좋은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또 다른 a씨에 대한 설명. ‘그는 스스로 알피니스트라고 말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알피니즘을 추구한다.’

또 다른 a씨. “알피니즘은 당연히 행위가 우선되어야 하는 활동이며, 따라서 저는 현재 알피니스트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a씨에 대한 설명. 그는 스스로 알피니스트는 아니라고 말한다. a는 “알피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며, 실현하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또 다른 a씨. “저는 알피니스트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그런 등반을 하고 싶었지만 가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했어요.”

또 다른 a씨 “알피니스트라는 수식어에는 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인터뷰이 스스로 알피니스트가 아니라고 밝히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

 

최석문씨는 이렇게 말했다.

“형이 가지고 있던 등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조차도 잘 모르니까요. 그런 사람이 과연 다시 나올까 싶어요. 그런 등반력을 가진 사람은 나올 수 있겠지만 그렇게 탐험하고 연구하는 이런 사람은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 같아요.”

- 이 사람이 진정한 알피니스트였다.

 

 

 

 

다음부터는 고정된 질문과 그에 대한 알피니스트의 답이다.

(특이한 답만 적어본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나 영화, 음악 등은?

a씨는 “사마천의 <사기>를 감명 깊게 읽었다.

아....... <사기>를 읽어봐야 하나

다른 a씨는 ”영화 ‘인투 더 와일드’를 좋아한다. 음악, 영상 다 좋다."

이거 보다가 그만 봤는데

 

파트너를 선택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a씨 “서로 간의 믿음. 나의 등반과 선택을 온전히 믿어주는 사람. 하지만 내가 그릇된 선택을 할 때에는 단호하게 막아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 못 마셔도 같이 마셔줄 사람.

나보다 젊은 후배의 의견이 신선했다.

 

정상이 눈앞에 있고,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겠나?

(여기서 질문의 수준이 드러난다. 과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누가 죽음을 택할 것인가. 여기서 단 한 사람만 다른 대답을 한다. 블로거)

문종국씨는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정상을 택하겠다. 젊었을 때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았고, 모든 위대한 일들은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처럼 젊은이들이 하듯, 나도 그런 생각이었다. 지금은 50대 중반까지 살아보니 ‘오래 살아봤자 그다지 좋을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다.“

 

한국 산악사에서 최고의 등반을 꼽는다면?

a씨는 자신의 등반을 꼽았다.

내가 평한다면 ‘거기는 그렇게 가는 곳이 아니잖아. 거길 그렇게 가면 쪽팔리지 않아?’

유석재씨는 2004년 계명대 에베레스트 등반을 꼽았다. 자신의 목숨을 버릴 확률이 큰 상황에서도 후배를 구하기 위해 나선 백준호.

오영훈씨는 ‘2001년 카라코룸 멀티피크 원정대’를 꼽았다.(사실 책에서는 2000년 원정대라고 나왔다. 그러나 멀티피크 원정대는 2001년이다. 편집사가 뭘 모르니 그냥 내가 블로그에서 수정한다.)

 

한국 산악계에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민규형씨는 ”현재 국립공원공단의 탁상행정(사고 나면 골치 아프니 금지 시키고 보자)으로 많은 활동을 제한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준비된 산악인들에게는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미숙씨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올바른 등산문화를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대한민국 모든 산길이 데크길이 되고 있는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노력도 한국산악계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양유석씨는 ”다양한 환경적인 규제, 사고 위험에 대한 거부감, 인위적으로 형성된 등반대상지 등 약간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산악문화가 성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와중에 a씨는 황당한 답변을 연달아 하셨다.

한국 산악사에서 최고의 등반을 꼽는다면?

1998년 공가산 등반

 

현재 한국산악계에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산악회 및 산악인에게 기부행사 및 기부금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 적다.

 

알피니스트가 아닌 사람과 인터뷰를 하니 이런 답이 나온다.

98년 공가산이 한국 산악사에서 최고의 등반이라. 산악인 기부금이 적다. 나는 한국 산악계에 필요한 건 유급휴가와 전년도 남은 휴가 연기제도라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이렇다.

 

표지를 장식한 알피니스트의 사진으로 두 페이지를 채우고

그와 비슷한 스튜디오 사진으로 두 페이지를 채우고

이후에 다섯 페이지를 글과 사진으로 채우는데, 사진이 들어가다보니 실제 글의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중간에 들어가는 사진은 알피니스트 제공 사진으로 사진의 화질이나 기타 등등 질적으로 떨어지는 사진이 많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위에서 언급한 공통질문으로 마무리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유재석 같은 인터뷰어다.

그 사람의 진솔된 내면을 끌어내야 한다.

이러한 유형의 책은 전에 한국에서도 있었고 외국에서도 있었다.

한국의 책 중에는 신영철씨의 책을 꼽고 싶고

외국 번역본 중에는 <위험의 저편에>를 꼽겠다.

이 책은 이전에 출판되었던 책들에 비해 아주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책이다.

 

게다가 사진은.

사진 작가가 모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모델의 캐릭터가 사진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사진과 알피니스트가 겉도는 느낌이 다분하다.

기타를 칠 수는 있어도 기타 연주는 쉽지 않다.

셔터를 누르기는 쉬워도 사진을 찍는 건 쉽지 않다.

 

평양냉면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예전에 어느 회사에서 신입사원들과 행사를 하게 되었는데, 어느 신입사원이 점심 메뉴를 평양냉면으로 골랐다.

사실, 평양냉면은 문통이 평양에서 정은이 앞에서 육수 맛이 훌륭하다고 해서 유명하지만

남조선 사람은 양념 가득한 함흥냉면이 입맛에 맞는다. 우리는 그런 맛에 길들여졌다.

평양냉면은 정확히 말하자면 심심한 맛이다.

그 신입사원이 평양냉면을 한 젓가락 먹더니 한마디 했다.

”회사 돈으로 평양냉면 먹어서 다행이다."

 

이 책.

양념 없는 함흥냉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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