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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오은선의 한 걸음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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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출판사 사장이라면

나는 이런 책을 출판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나의 선행은 세세하게 묘사하며

타인은 다 나쁜 사람으로 표현하는, 비인간적인 책을 출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책을 출판하는 사장이라면 직업윤리를 저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아마 출판사 직원들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사장님 아마 그런 부분이 논쟁이 되어서 이 책이 더 많이 팔릴지도 몰라요.”

 

내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2022년 12월 8일 초판 1쇄

2023년 1월 18일 2쇄

이런 책이 2쇄 찍는데 한 달이 걸렸다면 나쁘지 않은 것이다.

 

 

 

몇 년 전 오은선 박사학위 내용의 일부가 언론에서 공개되었었다.

2020년 초 그녀가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이야기다.

논문 제목은 <여성산악인의 고산 등반 체험에 관한 자문화기술지>다.

당시에도 많은 논쟁이 되었다.

나는 이 논문에 관한 핵심은 이렇게 본다.

‘이런 논문에도 박사학위를 줄 수 있나. 이런 논문이 논문 심사를 통과할 수 있나’

개인의 개인적인 경험, 사적인 대화와 사건을 기준으로 편향되게 쓴, 기본적으로 논문의 심사대상이 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박사논문으로는.

 

당시 그녀의 논문 내용 일부가 이 책에 그대로 수록되었다.

당시 논문 기사를 다룬 언론 기사를 확인해보니 논문과 이 책은 많은 부분 일치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논문에서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P, L회장, D대학, H, G 등으로 이니셜처리 되었다. 산에 좀 다닌 사람이라면 이게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실명이나 다름없는 이니셜 처리다.

오은선의 논문과 이 책은 거의 데칼코마니다.

 

“남성 지배적이고 불합리한 산악계 문화에서 한 여성 산악인이 어떻게 알피니즘을 갈구했는지 학문적으로 풀이했다.”는 말로 수준 미달의 논문을 합리화 할 수는 없다고 본다.

 

 

 

 

 

 

도서관과 도서 판매 사이트에서는 한국문학으로 분류하였다.

도서관에서 스포츠(등산)관련 서적으로 분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산에 관한 책꽂이에서 얼쩡거리다가 발견할 수 있다.

문학 책으로 분류가 되면 마음먹고 찾아가서 보지 않으면 찾기가 쉽지 않다.

이미 예전에 김영도 선생님이나 이용대 선생님의 책이 등산 서적으로 분류된 적이 있다.

 

이 책과 관련하여 박영석의 유족은 사자(死者) 명예훼손죄를 언급하였다. 사자 명예훼손죄는 친고죄다. 고소가 있어야 가능하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니다. 그 대상은 ‘신문, 잡지, 라디오, 기타 출판물’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기자회견이나 홈페이지도 ‘기타 출판물’에 포함된다.

논문은 기타 출판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논문 발행 당시 아무런 법적 조치가 없었고 이렇게 단행본이 출판된 걸로 봐서 이 책으로 형법상 처벌은 쉽지 않을 듯하다. 논문에서는 영어 이니셜 표기를 하였는데 이 책에서는 그대로 실명으로 거론하는 것이 판단의 변수가 될 듯 하다.

 

오은선과 관련해서는 방송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녀가 어느 정도 8천 미터 등정 레이스에 돌입하자 그녀의 방송이 편성되었다. 

어떤 산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KBS라는 것만 기억난다.

산을 향해 카라반 중 어느 정도 산이 보이는 위치에 왔다.

그녀가 김창호를 향해 산을 가리키며

“우리가 가야 하는 루트가 이쪽으로 해서 이쪽으로 올라가는 거지?” 하자

김창호는

“형, 그쪽으로는 루트가 없어요. 이쪽으로 해서 저 뒤쪽으로 해서 올라가는 거에요.”

이런 식으로 김창호는 대답한다. 방송된 지 시간이 꽤 지났고 내가 방송 자료를 갖고 있지도 않아 김창호의 말이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장면에서 정확한 건 오은선은 본인이 가야 할 루트 조차 파악하지 않고 등반에 임했다는 거다. 이렇게 준비 없이도 등반에 임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책은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프롤로그에서는

“여성등반가 반다 루트키에비치나 앨리슨 하그리브스는 기록을 남겼지만 지현옥, 고미영 같은 국내 여성 산악인은 히말라야 등반을 하고도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히말라야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9쪽)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국내 산악인은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오은선, 김창호, 김재수, 김미곤, 김홍빈 여덟인데 이들이 남긴 등반기록은 미미하다.” (10쪽)

한국의 산악인의 ‘등반기록이 미미하다’며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유명을 달리하신 분에게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는 건 저자의 수준을 보여준다. 김창호는 단행본은 내지 않았지만 여러 곳에 글을 남겼다.

한왕용을 포함하여 그 이후의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은 상대적으로 엄홍길과 박영석에 비해 부각되지 못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3등(그리고 그 이후)인데, 책을 내는 것은 쉽지 않았을 거다

엄홍길과 박영석은 책을 남겼다. 그 둘의 책과 이 책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그 두 남자의 책에 대해 고소(告訴)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프롤로그에 이어지는 본문의 첫 장 제목은 <꿈의 한 걸음, 인수봉>이다.

본문의 첫 페이지에서

5학년 때 가족 소풍으로 버스를 타고 도봉산을 항해 가다가 차창 밖으로 보이는 인수봉에 까만 점들이 꼬물거리고 있었고 암벽등반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썼다. (17쪽)

완전한 거짓말이다.

대중교통으로 인수봉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우이동에서도 인수봉을 등반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우이동에서 인수봉은 잘 보이지만 사람이 점으로 인식되지도 않고 꼬물거리는 모습은 더욱 안보인다.

인수봉 오르는 사람이 점으로 보이려면 우이동에서 직선거리로 2km 정도는 올라서 하루재나 영봉에는 올라야 보인다.

하루재에서 점으로 보이는데 2km 떨어진 우이동에서는 점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게다가 저자는 도봉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인수봉의 까만 점을 보았다고 썼다.

본문 첫 페이지 보고 책 던져버릴 뻔했다.

영화 대사가 생각난다.

“고광렬이, 너는 첫 판부터 장난질이냐.”

 

매킨리 등반에서는 단독등반 허가를 내주지 않아 같은 해 등반을 준비하던 동덕여대팀에 이름만 올려 허가를 받았다고 썼다. (91쪽)

실수일까 의도적일까. 동덕여대가 아니라 덕성여대다. 두 여대가 같은 글자(덕)를 공유하여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다.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산악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두 학교의 성격이 많이 다른 것을 안다. 혼돈하기가 더 힘든 부분이다.

 

이 부분은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실수와 진의를 갖고 한 행동. 저자는 ''덕'때문에 헷갈렸어요'를 주장하겠지만, 나는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S대(서울대 아니다) 산악부 출신인 오은선이 이걸 헷갈렸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나(오은선)의 실수를 교묘히 포장한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오은선은 당시 덕성여대 매킨리 대장을 언급하지도 않으면서 교묘하게 비판하는 느낌이 든다.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의혹에 관해 마운틴포럼 3호(2010)에서는 다음과 같이 의혹을 제시한다. (42~44쪽) 그 내용을 정리해본다.

 

부산팀과 오은선팀의 캠프4~손톱바위~정상 구간을 시속 시간으로 정리하여 비교 한다. 

 
캠프4~손톱바위
손톱바위~정상
오은선
39m/h
36m/h
부산팀
75m/h
35m/h

캠프4에서 손톱바위 구간은 부산팀이 오은선에 비해 두 배 가량 빠른 속도로 올랐다. 그 후 정상까지 부산팀은 속도가 절반가량 줄어든 반면 오은선은 비슷한 속도를 유지한다. 고도를 높일수록 산소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운행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당연한데 오은선은 비슷한 속도로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팀이 정상에 오를 당시는 바람도 거의 없고 정상에서 얄룽캉, 중앙봉, 남봉이 보일 정도로 날씨가 좋아서 정상에서 40분간 머물었다. 오은선이 등정을 시도할 당시는 강풍과 화이트아웃의 악천후였다. 부산팀이 김창호와 서성호라는 파워를 지닌 산악인들이었다는 것과 날씨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오은선의 저런 속도는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른 '올멤버써미트' 블로거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를 했다.

“서두에 말했듯 오은선은 등반을 ‘강자가 되는 게임’으로 여겼다. 여기서 강자란 타인과의 비교우위를 뜻했다. 박영석, 김재수, 파사반, 고미영, 한왕용, 박경이, 홍보성, 계명대 대원들 등등과의 무수한 비교를 통해서 책에서 드러난 결론은 본인이 최종 승자라는 것이다. 책의 내용으로만 놓고 본다면 오은선이 경쟁상대로 삼았던 그들도 하나같이 등반을 ‘강자되기’로 여겼던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런 쓰디쓴, 때로는 한심한 공방은 어쩔 수 없는 귀결이었을지도 모른다. 국가주의를 타고 등반가-언론-기업의 삼각 카르텔이 올랐던 거대한 거품이 터지고 남은 상흔들이다. 땅에 떨어진 명예를 되찾으려 애쓰는 이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애석한 자화상이다.”

 

월간 산의 기사를 첨부한다. 하나는 박사논문에 관한 내용이고 다음은 이번 책에 관한 기사다.

http://www.moazine.com/article/detail.asp?articleid=1415850

 

초점│오은선 박사논문 논란_서현우·조선일보DB - 오은선의 폭로, “故 박영석 대장, 억압적이고

202 SAN MAY 2020‘故P와L회장은 같은D대학 산악부 선후배관계였다. 당시L의 말 한마디면 故P는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사이였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었다.’ -년칸첸중가 등정 논란 中

www.moazine.com

http://san.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2373

 

"오은선 주장, 사실 아니다" 산악계 줄소송 예고 - 월간산

오은선 대장의 자서전 이 불러 일으킨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 오은선 \"박영석, 엄홍길 앞지르려다 셰르파 희생\"…朴의 유족 \"死者 명예훼손, 산악계와 함께 강력 대응\&quo...

s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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