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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그래도 여자보다는 삼국지에 대해 잘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4.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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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추천,

그리고 제목의 메리트 덕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2024년 4월에 발간된 따끈따뜬한 책이다.

 

책을 보면서 계속 든 생각은

제목이

<그래도 여자보다는 삼국지에 대해 잘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이다.

 

제목이 참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의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1. (여자도 삼국지에 대해 알겠지만)

그래도 (내가 남자라면) 여자보다는 삼국지에 대해 잘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2. (내가 여자를 많이 만나봐서 여자에 대해서 잘 알지만)

그래도 여자(를 아는 것)보다는 삼국지에 대해 잘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나는 처음 제목을 보고는 1번의 해석을 생각했다.

아마 책의 의도도 1번일 것이다.

그런데 1번으로 해석하면

‘남자는 여자가 삼국지를 아는 것보다 더 알아야 한다’는 일종의 여성 비하적인 표현이 된다.

여자는 삼국지를 알면 안되나.

게다가 저자는 여자다.

삼국지가 전쟁 중심의 남성적 소설이긴 하지만.

뭐 어쨌거나 제목 낚시는 확실하다.

대신 삼국지를 좋아했던 많은 여성 독자는 잃었을 듯.

서문에서 제목에 대한 언급이 없는 건 조금 아쉬웠다.

 

수많은 저자소개를 본 중 가장 특이하다.

 

저자 정미현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줌마,

그런데 삼국지를 조금 좋아하는.

 

 

 

 

 

어릴 적에 10권짜리 삼국지를 세 번이나 읽었다.

이문열의 삼국지는 확실히 아니다.

당시에는 이문열의 삼국지가 없었다.

고우영의 삼국지는 성인이 되어서 읽었다.

깨알 같은 글씨의 책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9권쯤 돼서 잘나가던 주인공들 다 죽고 그러고 나면 읽는 것도 좀 지쳤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뭐 일단 재미있잖아.

 

관우가 팔에 독화살을 맞고 화타가 마취 없이 팔의 독을 긁어내는 수술을 한다.

다른 팔로는 바둑을 두면서.

이 얘기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달려가다가 넘어져서 무릎팍 까지고 나서 “엄마~”하며 우는 아이는 없을 거다.

닭갈비 집을 보면 ‘계륵’이 생각나고.

어느 정치인은 대선가도를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는 뉴스가 나오고.

한 날 한 시에 죽자는 도원결의는 친구들과의 우정을 생각나게 만들고.

안으로 굽는 팔을 밖으로 구부려야 하는 상황이 올 때는 읍참마속이라고 하고.

이런 게 다 삼국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들이 읽은 삼국지는 대부분 나관중이 지은 소설 <삼국지연의>에 기반한 책이다.

저자는 이를 <정사 삼국지>와 <후한서>등 중국 사서를 근거로 인물과 사건을 분석한다.

 

정사에서는 간략한 언급을 나관중이 살을 붙여 아주 길게 서사한 내용도 있다.

그와 관련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이러니 나관중의 창작 능력에 경의를 표하게 될 수 밖에. 동북아시아를 점령한 소설이다.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다. (58쪽)

 

글은 대체로 재치있는 편이고

알고 있는 내용을 여러 역사서와 사실 관계를 비교해서 설명해주는 것도 재미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저자 스스로 ‘촉까위빠’(촉을 까고 위를 빠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저자 표현)라고 밝히고 있다.

즉, 보통의 삼국지에서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이 생각만큼 많이 언급되지는 않아 아쉽다.

물론 고우영은 ‘영웅 조조’, ‘쪼다 유비’라고 표현하기도 했었지만.

 

 

 

책 속으로

 

여담으로, 삼년상은 사실 3년이 아니다. 삼년상의 3년은 만 3년이 아니라 3년 차를 의미하거든. 한번당 27, 28개월 정도다. (67쪽)

■ 아, 그러기에 만 나이로 하자고 했잖아. 난 여태 만 3년인 줄 알았네.

그러니 여대생하고 칠삭둥이냐 팔삭둥이냐 논쟁하게 하고.

 

 

공융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아비와 자식이 왜 친해야 하지? 자식은 그냥 아버지의 욕정이 결과로 나타났을 뿐인데. 어미와 자식은 왜 친해야 해? 그냥 병 속의 물건을 꺼내듯이 자식도 어미의 배 속에서 나왔을 뿐이니, 떨어져 나온 후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188쪽)

■ 완료

 

당시에는 오행상생이 유행이었다. 이에 따르면 불 속성인 한나라의 뒤를 이을 사람은 흙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그랬기 때문에 장각이 황천을 이야기한 것이다. 누른 하늘은 흙의 속성이었으니까. (253쪽)

■ 황건적이 노란색을 좋아해서 황건적이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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