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 알프스 등반기사

by 안그럴것같은 2021. 12. 4.
반응형
SMALL

[원정보고] 유럽 알프스

알프스에서 등반의 다양함 새롭게 깨우치다코오롱 강사팀, 몽블랑·드류·마터호른 등반

 

 “아무래도 하강해야겠다.”    번개가 5초 간격으로 치고 있고 비가 내린다. 촬영을 담당한 나로서는 생각 같아선 캠코더나 카메라를 꺼내 이 심각한 상황을 영상으로 담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전자기기를 꺼내서 작동하는 건 하켄 100개를 양손으로 들고 하늘을 향해 흔드는 것보다 더 위험을 자초할 것 같아 비닐에 싸서 잽싸게 배낭 안에 넣었다.

 

 

 

 ▲ 코스믹리지 침봉 구간을 원종민 강사가 넘어가고 있다. 좌측에 몽블랑 뒤 타퀼~몽모디~몽블랑으로 이어지는 설릉이 바라보인다.

어제 밤에 드류(Petit Drus·3,733m) 북벽의 제15피치까지 다다른 우리 팀은 4명이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비박에 들어갔다. 각자 알파미에 물을 부어 식사한 후 자리를 잡았다.

 

 아래쪽 끝에 자리 잡은 김성기 강사는 밑에서 불어닥치는 바람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 반대쪽 끝은 비박색까지 쓴 윤대표 강사가 자리 잡고, 그나마 두 대표강사 사이에 자리 잡은 나는 발 아래에 헬멧을 깔고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은 채 간간이 졸 수 있었다.

 

침낭을 머리까지 뒤집어써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윤대표 강사가 새벽에 모두를 깨웠다.

 

“모두 일어나. 날씨가 심상치 않다.”

 

 

 

 ▲ (좌)몽블랑 정상에서 하산하고 있는 신동우 강사.(우)새벽에 구테산장을 출발하여 몽블랑 정상으로 향하는 산악인들.

얇은 다운침낭 속에서 머리를 꺼내 밖을 보니 알프스 나이트클럽이 따로 없다. 해도 뜨지 않은 검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계속 번갈아 가며 치고 있다. 랜턴이 따로 필요 없다.

 

 ‘번개와 천둥 사이의 시간차는, 빛은 1초에 30만km를 가며 소리는 초속 340m, 그러면 지금은 번개와 천둥 사이의 시간차가 얼마니까?’ 이따위 계산은 필요 없다. 번개 뒤에는 바로 천둥이 이어진다. 이곳은 벌써 3,400m 고도이며 우리는 구름 속에 있다. 번개는 바로 우리 위에, 우리는 바로 번개 아래에 있었다. 

 

 

 

 

 

샤모니 날씨의 농간에 드류 북벽 등반은 도중에 무산

윤 대표강사께서 새벽 3시 반에 우리를 깨운 후 바로 아침 식사부터 준비를 지시한다. 올라가든 내려가든 어차피 먹고 움직여야 할 상황이라는 걸 느낀 것이다. 코펠과 버너가 결합형으로 된 제품을 손으로 든 채 물을 끓여 4명이 먹을 알파미를 준비했다. 밥을 먹는 건지 물에 불은 동결건조미를 입안에 밀어넣는 건지, 허기지지 않기 위해 빨리 입안에 털어 넣고 자리를 정리했다.

 

 

 

 

 ▲ 코스믹리지 초입 구간을 등반하고 있다

침낭을 정리하고 신발을 신고 벨트를 차고 하는 기본적인 일들이, 4명이 겨우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공간에서 하기란 쉽지 않다. 처음 눈을 떴을 땐 어두운 하늘에 번개만 치더니 하강이 준비될 즈음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에 별은 하나도 안 보인다.

 

이때부터 오르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하강을 시작했다. 암각과 크랙은 곳곳에 산재하여 언제 어디에서 로프가 낄지 모르고, 줄을 회수하다 보면 밑에서 하강하던 사람이 낙석에 맞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랜턴을 켠 채 하강을 계속했다.

 

윤 대표강사를 선두로 김성기, 필자, 윤재학 대표강사 순으로 하강했다. 매 피치마다 낙석이 생기지 않게, 로프가 크랙에 끼지 않게 하강해야 했으며, 하강 완료 후 물에 흠뻑 젖어 무거워진 로프를 회수하는 일도, 다행히 무사히 회수된 로프를 사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

 

 

 

 

▲ 몽블랑 정상 전 크레바스 지역을 넘어가고 있다.

 

매번 하강지점은 슬링과 카라비너를 이용했다. 대부분의 강사들은 등반용 가는 슬링과 가벼운 카라비너를 가져왔는데, 나는 버릴 용도로 적당히 낡은 슬링과 카라비너를 가져와 이 기회에 모두 고정용으로 설치해 드류에 기증하며 하강했다.

 

 마지막 하강을 하며 벽에서 점프하여 베르그슈른트를 넘어 설사면에 내려서자 웃음만 나온다. 곧 집중호우를 퍼부으며 무너질 것 같던 하늘은 하강을 마칠 즈음엔 구름이 서서히 걷혀가고 있었다. 우리 모두 무사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내려온 것에 만족하며 웃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알프스 등반 중 주 목표였던 드류 북벽은 샤모니 날씨의 농간으로 이렇게 끝났다.

구테산장에서 하루 묵자 고소증에 의욕 잃어드류의 서벽과 북벽이 갈라지는 기점 아래에서 장비를 정리했다. 이용대 교장께 전화를 드리니 어제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마중 나오신다고 한다.

 

 

 

 

▲ 코스믹리지 크랙구간을 정호진 강사가 믹스클라이밍으로 선등하고 있다. / 코스믹릿지의 설릉구간을 안자일렌하여 넘어가고 있다. / 몽탕베르역에서 바로 보이는 드류.

 

“아니, 대표강사가 두 분이나 계시고 2박3일 먹을 걸 챙겨왔는데 무슨 걱정이셔. 무소식이 희소식인데, 올 날이 지났는데도 안 와야 걱정이지.”

 

 

 

 

 

샤모니에 있던 강사들은 많이 걱정했던 모양이지만 막상 우리에게는 하루 힘들게 등반하고 다음날 비 맞으며 내려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제는 힘없이 지쳐가며 어프로치했던 길을, 그나마 오늘은 내리막이라는 것에 기뻐하며 하산했다.

 

메르 데 글라스(Mer de Glace) 빙하에 거의 다다를 무렵, 마중 나온 원종민, 신동우 강사를 만났다. 어제 아침에 본 사람들을 다음날 보는 것이라, 사람이 반갑기보다는 함께 온 콜라가 더 반가웠다. 몽탕베르(Montenvers)역에서 교장선생님과 정준교 강사를 만나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샤모니로 향한다.

 

 

 

▲ 에귀디미디 설원에 들어서 주변 등반 대상지를 파악하고 있다.

 

코오롱등산학교 강사진은 코오롱스포츠에서 후원을 받아 알프스 지역 등반을 목표로 하여 7월22일 새벽 샤모니에 도착했다. 숙소에서는 예상 밖으로 정호진 강사와 주영 선배께서 늦은 시각까지 기다리다 반갑게 맞이한다.

 

첫날부터 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그고 부산하게 산행 준비를 마친 후 몽블랑(Mont Blanc·4,810m)으로 가는 길목의 니데글(Nid D'aigle·2,372m) 산장으로 갔다. 윤재학·윤대표 대표강사는 미디 북벽 등반을 위해 샤모니에 남고 모두 몽블랑으로 향했다.

 

보통 현지인들은 샤모니에서 바로 구테산장(Gouter·3,717m)까지 향하지만 우리는 시차 적응을 감안하여 니데글산장에서 1박 하기로 했다.

 

 

 

▲ 훼른리산장에서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선 코오롱등산학교 강사진

 

니데글에서 일출을 감상한 후 구테산장으로 향한다. 중간에 있는 테트(Tete·3,167m) 산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나는 1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모든 일행은 만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현지인들은 대부분 가이드 1명에 2명 이상의 고객이 안자일렌을 하고 헬멧을 착용하고 피켈을 갖고 오른다. 가이드 없이 헬멧 안 쓰고 각개전투로 올라가는 팀은 우리가 유일하다. 우리는 로프를 가져오지도 않았다.

 

구테 산장에서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다른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고소증세로 상태가 말이 아니다. 3,700m가 넘는 고도도 문제지만 알프스에 온 지 이틀째라 시차적응이 덜 되어 오후가 되니 계속 하품이 나며 졸리다.

 

 

 

 

 

다음날 산장에서는 새벽 1시부터 여러 사람들이 출발 준비로 부산하다. 여기저기 흩어져서 자는 일행들을 찾아내 가자고 재촉하니 반쯤은 제 정신이 아닌 듯 멍하니 표정이 없다. 결국엔 이상 없는 조대행, 신동우 강사와 셋이 몽블랑 정상을 향해 출발해 정상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하산했다.

 

4,800m가 넘는 정상에서 니데글 기차역까지 계속 하산하니 하산하는 일도 쉽지는 않다. 하루 정도는 쉬고 싶었지만 선후배 강사들과 함께 등반하고 싶다는 정호진 강사의 제안에 다음날은 모두 코스믹리지로 향했다. 코스믹리지는 미디(Alguille du Midi·3,845m)에서 설원지대를 가로질러 코스믹 산장으로 향한 후 산장쪽에서 미디로 이어지는 초급자용 암릉등반 코스다. 정호진 강사를 선두로 3인1조 두 팀을 이루어 코스믹리지를 등반했다.

 

 

 

▲ (좌)훼른리능선으로 마터호른을 올라가고 있다. 바위가 푸석하여 낙석이 심하다.(우)드류에서 하산하여 설사면 지대를 지나고 있다.

 

알프스 최고미봉 마터호른 등반으로 마무리

오후에는 천둥 번개가 친다는 일기예보에 다음 이틀간은 휴식을 취한 후 드류 북벽으로 향했다. 몽탕베르역을 내려서니 드류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전에 어느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목표로 한 산을 실제로 보았을 때 만만해 보이면 그 산은 이미 올라간 것과 다름없다고. 저 멀리 보이는 그랑조라스는 희미하게 보여서 그런지 만만해 보이는데, 눈앞의 드류는 갑갑하기 그지없다. 나는 이미 기죽어 있었다.

 

힘든 어프로치와 위험한 등반을 통해 드류에서 첫 비박을 했지만 결과는 갑작스런 악천후로 인한 철수였다. 다음날 아이거 북벽의 상태를 확인한 후, 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터호른 등반을 위해 체르마트로 이동했다. 

 

 

 

 

 

 

알프스 등반 정보

 

3명 이상일 경우 차량 빌리는 게 유리

 

환전  프랑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유로화를 사용하지만, 스위스에서만큼은 스위스프랑(CHF)을 사용한다. 하지만 스위스에서도 큰 상점에서는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상점에서도 유로화 지폐는 받지만, 유로화 동전은 받지 않는다. 소규모 상점에서는 카드가 되지 않는 곳이 많다. 스위스 상점에서 유로화 현금을 받을 경우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환율을 적용하므로 가급적 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산장에서는 카드 결재가 불가능했다. 카드 결재 시스템이 있지만 되지 않는다고 하는 곳도 있었고, 카드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곳도 있었다. 지금 현재 유로화는 1유로에 1,600원 이상으로 유로화 가치 급등에 따라 알프스 등반은 예전에 비해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운 편이다. 

 

교통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인가와 렌탈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2명 정도의 소규모 팀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지만, 인원이 많다면 렌탈을 하는 것이 주변 지역을 다니기도 편하여 권장할 만하다. 렌탈비는 차량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스위스에서 5인승 웨건형 차량을 기준으로 80CHF(1일)로 잡으면 될 것 같다. 스위스의 기름값은 1리터 당 1.95CHF로, 환율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보다 싸지 않다.

 

국내에서 국제적인 렌탈회사의 차량을 예약할 수 있으며, 자동차보험은 운전자를 한 명으로 지정하는 것이 보험료가 적게 든다. 우리 팀의 경우 운행 중 운전면허증 또는 여권을 제시 요구받은 적은 없었지만, 국제운전면허증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샤모니 시내에는 주차장이 케이블카나 기차역 주변에 있고 시내에 마트 옆에 한 군데 있다. 마트에서 물품을 구입하면 마트 주차장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나머지 주차장은 유료다. 

 

 체르마트에는 휘발유 차량이 들어갈 수 없으며, 태시역 터미널에 차량을 주차하고 열차편으로 들어가야 한다. 

 

열차ㆍ케이블카ㆍ버스 샤모니에서 니데글, 몽탕베르쪽으로 가는 열차나 태시~체르마트 간 왕복열차 요금은 22~25유로 수준이다. 융프라요흐 정상으로 가는 산악열차는 125CHF이며, 샤모니, 체르마트에서 이용하는 케이블카는 왕복 20~35유로 수준이다. 샤모니 시내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숙소에서 게스트카드(Guest Card)를 받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숙박 및 야영  야영장은 여러 곳 있다. 시설은 북한산 제21야영장을 상상하면 안 된다. 샤워장, 화장실, 싱크대 등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요금은 1인당 5유로 정도. 우리 팀이 묵은 샤모니의 알핀로제는 한국인인 조문행씨가 운영하는 숙소로, 숙박만 할 때 1인당 1일 12유로다. 공동샤워장과 주방을 갖추고 있으며, 식사를 주문하여 먹을 수도 있다. 주방에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전기스토브와 식기를 갖추고 있어 별도로 코펠과 버너를 사용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가능하며 한글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도 한 대 있다. 금전적으로는 야영장이 저렴하긴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쾌적함이나 정보 이용, 현지 정보 문의 등 여러 측면에서 제대로 된 숙소를 이용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산장 구테 산장의 경우 몽블랑 등반자가 많아서 봄 시즌에 여름 시즌 예약이 끝난다고 한다. 훼른리 산장을 포함한 나머지 산장은 현지에 도착해서 예약해도 이용이 가능하다. 구테 산장은 예약하지 않은 등반객은 소정의 요금을 받고 실내 식당 공간에서 자기도 한다.

 

숙박비는 1인 20유로 안팎이며 산장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는 20유로 이상 수준이고, 아침 식사는 10유로 이상 수준이다. 대체로 저녁식사는 서양식으로 잘 나오며 아침식사는 빵과 커피 수준이다. 숙박만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산장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함께 할 경우 금전적으로는 부담스럽지만 취사구와 식량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있다. UIAA 마크가 있는 신분증을 제시할 경우 할인되는 산장도 있다. 

 

보험  샤모니에서는 가이드협회에서 등반 보험을 접수한다. 여권만 휴대한다면 1인이 다른 대원의 보험 가입도 가능하다. 보험료는 대상지에 따라 다르며 1인 1일 4~5유로 수준이다. 여기에서 가입하는 보험은 헬기 후송을 포함하여 한국으로 이송되는 비용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가입하는 여행자보험보다 보험료에 비해 보장성은 더 좋은 편이다.

 

글 이민호 대원·강사   

사진 코오롱등산학교 원정대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