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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

겨울등반의 꽃, 빙벽등반

by 안그럴것같은 202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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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등반의 꽃, 빙벽등반

글 원종민

 

유난히 따뜻한 겨울, 그래서 누구보다도 애간장은 태웠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빙벽등반가들.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기에 그동안 계절에 맞지 않게 물줄기를 떨어뜨리던 폭포들은 뒤늦게 하얗다 못해 푸른 얼음벽으로 뒤 덮혀 곳곳에서 장관을 연출한다. 이제 바위를 오르내리던 전문산악인들은 그동안 만지작거리기만 했던 빙벽등반장비들을 챙겨서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애인과의 재회같은 설레임으로 빙폭들을 찾아 나선다.

빙벽등반은 전문등반분야 가운데서도 가장 힘들고 어려운 등반으로 꼽힌다. 일단 겨울이라는 환경자체가 등반가에게 여러 가지 혹독함을 주는데, 설상가상 격으로 깨지거나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불안함이 가중된 수직의 빙벽을 오르는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혹함의 최고치를 도전하는 것이라도 할 수 있다.

 

얼음은 차가울뿐더러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진다. 특히 제멋대로 흘러내리며 얼기설기 얼은 거대한 고드름 기둥 같은 빙벽은 더욱 부실하여 난이도를 높여준다. 이런 곳을 오르기 위해 손에는 아이스바일, 발에는 흔히 아이젠이라고 하는 크램폰 등의 빙벽등반장비를 사용하는데, 얼음차제가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기에 이런 빙벽장비를 자신의 체중을 지탱할 만큼 단단히 박기란 쉽지 않다.

아이스바일은 잘 박히지도 않을뿐더러 얼음이 크게 깨져 나와 더욱 난감하게 하기도 한다. 발에 사용하는 크램폰도 이빨이 날카롭긴 하지만, 얼음의 미끄러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잘 박히지는 않고, 얼음은 깨지기만 하고, 몸에 힘은 빠져 가는데, 빙벽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들이 장갑과 옷 속으로 스며들기까지 한다면,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빙벽등반가들은 도대체 왜, 이런 고통에 스스로 매달리는 것일까? 등산의 본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등반가들을 초인과도같이 경외 시 하기도 하고, 때로는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바보나 정신이 나간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암벽이나 빙벽등반가들은 초인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며 정신이 나간 사람들은 더욱 아니다.

힘든 빙벽등반을 해 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등산의 역사부터 조금 살펴봐야 한다. 등산은 220년 전인 1786년 유럽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Mont Blanc 4,807m)이 초등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유럽은 르네상스시기를 거치면서 자아의식이 성숙되고, 경외의 대상이었던 자연이 탐험의 대상으로 바뀌면서 오르는 것 자체의 즐거움을 인식하기 시작하며 비로소 등산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가장 쉽고 안전한 루트로 정상을 올랐지만, 시대가 흐르며 모든 산의 정상이 다 정복된 후에는, 조금 더 새롭고 다양한 루트로 산의 정상을 오르는 것이 더 매력적이란 것에 눈을 뜬다. 이런 등산정신은 19세기말-20세기 초반에 이르러 급기야 좀 더 어려운 루트로 올라가는 것이 등산에서 얻고자 하는 높은 가치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어려운 루트를 골라서 산을 오르다 보면 필연적으로 험준한 바위 절벽을 만나거나, 만년설에 뒤덮인 설벽과 빙벽을 만나게 되었기에 자연스럽게 암벽등반의 기술과 장비가 발달하고, 빙벽등반의 기술과 장비도 발달하게 되었다. 이후 현대에 들어와서는 모든 분야가 전문화, 세분화되어 고도로 발달하듯이 전문등반 분야도 암벽등반, 빙벽등반, 스포츠클라이밍, 히말라야 등반, 거벽등반 등으로 등반대상지의 특징별로 세분화되어 장비와 기술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이 설명만으로는 힘든 빙벽등반을 즐기는 점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빙벽등반가들은 스스로를 혹독함 속에 몰아넣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즐긴다. 암벽등반이나 히말라야 등반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유전인자 속에는 수백만 년 진화의 유산으로 여러 가지 능력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확장시켜라’, ‘자연의 혹독함을 극복하는 능력을 잃지 말고 계속 향상시켜라라는 유전신호가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포츠, 과학, 예술, 탐험 등의 분야에서 발달시키고 확장시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이후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연을 버리고 도시에서 고도의 물질문명과 편의성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도시문명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우리의 자연에 대한 적응과 극복 능력은 퇴화될 것이다. 산에 가는 사람은 그것을 잃지 않고 유지시키고 더욱 발달시키려는 유진신호 명령에 자기도 모르게 이끌리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도시문명화 되지 않은 후진국 사람들은 산에 가지 않는 것이 반증이다.

 

등산가, 암벽등반가 그리고 빙벽등반가들은 우리의 먼 조상이 물려준 강인한 인간의 자연적응력을 잃지 않고 유지시키는 파수꾼이다. 이들은 자꾸 도시문명 속에 길들여져 상실되어 가는 인간의 야성과 원시성을 험한 환경의 등반을 통해 유지하고 발달시켜 후손에게 물려준다.

우리가 후손에게 친()문명 유전인자를 물려 줄 것인가? ()자연 유전인자를 물려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등반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등반가들은 이런 점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가운 수직의 빙벽에 매달려 고통을 겪으면서 그것을 극복하고 희열을 느낀다. 축구나 마라톤도 매우 격한 운동으로 육체적인 고통이 크지만 즐거워한다.

같은 전문등반이지만, 빙벽등반은 암벽등반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그것은 차갑고, 미끄럽고, 깨지기 쉬운 불안한 빙벽이란 환경이다. 이런 점이 암벽에 비해 곤란함을 가중시키는데, 등반가들의 속성은 고난이 가중될수록 극복의 성취감이 높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빙벽등반의 가장 큰 매력은 얼음을 찍는데 사용하는 아이스바일을 휘두르며, 발에는 보통 아이젠이라고 부르는 크램폰으로 얼음을 차고 오르는 역동성에 있다. 마치 오랫동안 갈고 닦은 검법의 초식을 발휘하듯 아이스 바일을 휘둘러 빙벽에 꽂을 때는 야성의 쾌감과 함께, 튼튼하게 박힌 아이스바일에서 전해오는 진동에 안도의 전율을 느끼기도 한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크램폰으로 얼음파편을 만들어 내며 빙벽을 차고 오르는 다이나믹한 동작 또한 멋지다. 아마 인간에게는 무엇을 찍고 차는 것 자체에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기량이 일정 수준에 오른 등반가에 해당하는 하는 것이고, 초보자는 떨어지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있지 기술을 제대로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고통을 겪기도 한다.

 

빙벽등반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는 위험하고 무섭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벽등반이나 빙벽등반은 위험 속에 무방비로 자신의 신체를 내 던지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가 자신의 신체손상이나 죽음에 대하여 초연할 수 있겠는가? 특별히 두려움이 적은 사람들도 아니다. 등반 상황에는 분명 위험요소가 있지만, 사용하는 기술과 장비로 이런 위험요소를 배제시킨다. 쉽게 얘기해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장비와 기술을 사용하고 적절한 조치를 한다. 이것이 등반의 기초기술이며, 등반하기 전에 이런 것이 완전히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등반을 하지 않는 것이 안전등반의 원칙이다.

그래도 간혹 등반중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런 사고들의 원인을 살펴보면 기본원칙에 충실하지 않았거나, 부주의하거나 방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 안전운전기술을 모르는 사람이 자동차운전을 하거나, 펑크의 위험성이 있는 타이어를 점검하지 않고 운행했을 때 벌어지는 사고와 같은 문제로 이해하면 된다.

전문등반은 추락을 전재로 한다. 즉 추락해도 무사하도록 안전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등반에서는 제일 먼저 올라가는 선등자가 추락의 부담도 제일 크다. 선등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등반용 로프를 몸에 묶는다. 빙벽등반에서는 선등자가 1~2미터쯤 오른 후, 아이스 스크류라는 장비를 얼음에 설치한다. 아이스 스크류는 손으로 돌려도 얼음에 잘 들어가는 날카로운 이빨과 톱니를 가지고 있는 길이 20cm내외의 강철 파이프로서 충격강도는 800kg정도가 된다.

 

이곳에 카라비너라는 개폐고리를 걸고 로프를 통과시킨다. 또 몇 미터 오른 후, 아이스 스크류를 설치하고 로프를 통과시킨다. 이렇게 하면 만약 떨어지더라도 마지막으로 설치한 아이스 스크류로부터 올라온 길이의 2배 정도만 떨어진다. 추락거리를 짧게 하려면 아이스 스크류를 더 촘촘히 박으면 된다. 그러나 보통 추락을 해도 바닥이나 중간 돌출부에 떨어지지 않는 거리 이상 올라가면 아이스 스크류 간격를 조금 멀게 한다.

선등자가 이와 같이 등반해 가고 있을 때, 후등자는 등반용 로프에 기구를 사용하여 로프를 조금씩 풀어주며 추락시 로프가 더 이상 빠져 나가지 않도록 제동을 한다. 다 올라간 선등자는 밑에서 로프를 몸에 묶고 출발하는 후등자의 로프를 올라오는 만큼만 걷어주며 추락시 역시 기구를 사용하여 로프가 빨려가지 않도록 제동한다. 그래서 후등자는 추락을 해도 추락거리가 매우 짧아 더욱 안전하게 추락의 부담을 적게 느끼며 오를 수 있다.

내려 올 때는 걸어내려 오는 것이 가능한 루트에서는 걸어 내려오고, 불가능한 곳에서는 로프를 2가닥으로 내려 하강기라는 기구를 사용하여, 안전하게 천천히 내려간다. 다 내려간 다음, 하강에 이용한 로프는 튼튼한 나무나 하강용 고정물에 로프 2가닥을 걸쳐서 내렸기 때문에 밑에서 한가닥만 잡아당기면 쉽게 회수할 수 있다.

 

빙벽등반을 즐기려면 기술을 배워야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도 쉬운 곳에서 바로 실전교육을 통해 배우며 시작할 수 있다. 빙벽등반도 높이와 경사도 그리고 빙질에 따라 매우 다양한 난이도가 있다. 그래서 초보자는 매우 쉬운 곳에서부터 기초기술을 익혀가며 기량을 연마해서 점차 어려운 곳을 등반해 갈 수 있다.

또한 등반이란 것은 사실 매우 격렬한 동적(動的)인 운동이 아니라, 차분하게 자기 수준에 맞게 차근차근 오르는 정적(靜的)인 운동이다. 그래서 특별히 운동능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바로 배울 수 있다. 제법 빙벽등반을 하는 사람들 중에도 팔힘이 약하거나 운동을 잘 못하는 사람도 많은 것을 보면 꼭 체력이 좋은 사람이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차분하게 생각을 하며 요령을 적용해 가며 오르기 때문에 턱걸이를 한 개도 못하는 여성들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빙벽등반기량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빙벽등반에 사용되는 장비는 여럿이 같이 사용하는 장비가 있고, 개인장비가 있다. 로프, 아이스 스크류는 같이 등반하는 팀에서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에 처음부터 구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장비는 우선 동계등산에 적합하도록 보온과 방수 방풍이 되는 등산복, 장갑, 보온모자 등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암벽등반에도 사용되는 개인 등반장비는 헬멧이 5만원~10만원, 안전벨트 5만원~10만원, 카라비너 1만원~2만원짜리 5개 정도, 확보.하강기구 3만원~5만원, 자기확보줄과 슬링 3만원 내외 이다.

 

빙벽등반에만 사용되는 장비는 양손이 사용하는 아이스 바일 15만원~25만원 2자루, 등산화에 착용하는 크램폰(아이젠) 20~25만원, 빙벽등반용 등산화 30만원~50만원 정도이다. 모두 한 번에 구입하려면 150만원 정도의 매우 많은 비용이 들기에 이것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전문등반은 보통 산악회같은 클럽이나 동료들과 함께 시작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이들에게 빌려서 사용하며 자기에게 적합한 장비를 살펴보며 하나씩 구입해 간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겨울과 많은 산을 가진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빙벽등반을 할 말한 다양한 빙폭들이 매우 많은데, 설악산쪽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그중 최고는 높이 350m 동양최대의 폭포인 토왕성 빙폭으로 빙벽등반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등반해 보고 싶어 하는 등반대상지이다. 최근에는 절벽에 인공적으로 물을 떨어뜨려 인공빙벽을 얼리는 곳도 있어, 더욱 편리하게 빙벽등반을 즐길 수 있다.

보통 빙벽등반은 일반등산만을 하다가 암벽등반을 시작하고 그리고 빙벽등반을 하는 것이 순서이다. 전문등반은 오르는 기술에 앞서 안전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매듭법, 안전 확보기술, 하강기술 등 등반의 기초기술은 암벽등반을 하는 과정에서 익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벽등반에 경험이 없는 사람도 처음부터 빙벽등반을 배우고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누구에게 배우고, 누구와 함께 등반할 것인가이다. 전문등반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통하고 안전한 기초기술을 배우지 않은 채 편법과 요령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등반사고는 이런 사람들이 주로 일으킨다. 아이러니하게 이들은 초보자에게 대단한 실력자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은 좋은 것 같다.

빙벽등반을 배우는 방법은 전문등반을 하는 클럽이나 산악회에 가입해서 배우는 방법이 있고, 등산학교에서 배우는 방법이 있다. 이런 곳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곳을 추천 받으려면 대한산악연맹이나 전국 시도 산악연맹을 통해 문의하는 것이 좋다.

 

빙벽등반에 사용되는 장비는 여럿이 같이 사용하는 장비가 있고, 개인장비가 있다. 로프, 아이스 스크류는 같이 등반하는 팀에서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에 처음부터 구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장비는 우선 동계등산에 적합하도록 보온과 방수 방풍이 되는 등산복, 장갑, 보온모자 등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암벽등반에도 사용되는 개인 등반장비는 헬멧, 안전벨트, 카라비너, 확보 및 하강기구, 자기확보줄, 슬링 등이 필요하고 모두 구입하려면 약 3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빙벽등반에만 사용되는 장비는 양손이 사용하는 아이스 바일 2자루, 등산화에 착용하는 크램폰(아이젠), 빙벽등반용 등산화가 있다. 구입비용은 약 100만원 정도로 매우 많은 비용이 들기에 이것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전문등반은 보통 산악회같은 클럽이나 동료들과 함께 시작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이들에게 빌려서 사용하며 자기에게 적합한 장비를 살펴보며 하나씩 구입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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