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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스포츠 우수산악회 초청 카라코람 히말라야 원정등반 곤도고로 원종민 글

by 안그럴것같은 2021.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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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스포츠 우수산악회 초청 카라코람 히말라야 원정등반

대한민국 최초로 곤도고로 피크 정상에 오르다.

 

원종민 / 코오롱스포츠 과장, 코오롱등산학교 교무

 

4대문명의 발상지 인더스강, 이 강의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 발원지에 이르면 카라코람 히말라야를 만나게 된다. 아시아판과 인도판의 대륙이 만나서 바다가 융기한 거대한 산맥이 히말라야인데, 네팔 히말라야, 부탄..., 시킴..., 펀잡..., 카라코람... 등 여러지역으로 구분되며,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지역이 바로 카라코람지역이다.

 

네팔 히말라야에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가 있지만, 카라코람 히말라야에는 세계2위봉인 K2(8,611m)를 비롯해서 8,000미터급 이상의 자이언트봉이 4개나 있다. 우리가 대상지로 선정한 곳은 바로 K2봉의 남쪽에 위치한 곤도고로 피크(Gondogoro Peak 5,650m)로 주변에는 유명한 마셔브럼(Masherbrum 7,821m)과 쵸골리사(Chogolisa 7,665m)가 좌우로 포진하고 있다.

 

이 번 원정은 코오롱스포츠가 e-코오롱카드에 가입한 산악회중 우수산악회를 선발하여 모든 산악인의 꿈인 히말라야원정을 보내드리는 이벤트로 마련되었으며 마침 개교 20주년을 맞이하는 코오롱등산학교의 강사진들도 20주년 기념원정등반을 함께했다.

 

우수산악회원들로 선발된 고객팀 8명은 코오롱등산학교의 원종민 교무와 김태삼 강사가 이끌고 곤도고로 피크를 등반하고, 이용대 교장을 비롯한 강사진 10명은 곤도고라피크와 인접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등반이 시도되는 챠라쿠사(Charakusa) 빙하지역의 드리피카 피크(Drifika 6,447m)와 주변을 암봉들을 등반하기로 되어 있다.

대둔산과 북한산에서 두 차례 훈련을 거친후 7 3일 장도에 올랐다. 고객팀은 2425, 강사팀은 3738일의 장기간 원정이다. 훈련과정에서 강사팀들은 고객팀들의 팀웍에 대하여 가장 우려를 많이 했다. 히말라야 원정에서는 등반능력, 경험, 체력 보다 우선되어 중요한 것이 바로 팀웍이기 때문이다.

 

서울, 천안, 목포, 순천 등 각기 다른 지역에서 모인 낮선 대원들이 짧은 기간에 호흡을 맞추고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팀웍을 이룬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모두 우려를 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오랫동안 팀웍을 다져온 단일팀보다도 더 좋은 팀웍을 발휘하며 멋지게 곤도고로피크 등반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다.

 

비행기는 방콕을 거쳐 파키스탄의 고도 라호르에 도착했다. 즉시 버스로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했고, 호텔에 여장을 푼 뒤, 관광성 브리핑, 시장보기, 김치 담그기, 장비 재포장등으로 분주히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일찍 2대의 25인승버스로 3일간의 차량 캬라반을 시작한다.

 

수시간후 드디어 악명높은 카라코람 하이웨이에 접어든다. 카라코럼 하이웨이는 중국의 중앙아시아 카슈가르지역과 이슬라마바라드를 잇는 도로로 파키스탄에서 반, 중국에서 반을 수백명의 희생 끝에 개통하였는데, 하이웨이란 뜻은 고속도로가 아니라 높은 곳에 있다는 뜻이다. 평균해발고도가 3,000-5,000m로 인더스강을 따라 험악한 절벽을 꼬불꼬불 도는 공포감이 만만치 않은 곳이다.

 

하이웨이 주변의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모두들 금수강산 조국을 그려본다. 험난한 도로와 살벌한 곡예운전에 지쳐 가며 중간 소도시 칠라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출국후 처음으로 위성전화와 노트북을 연결하여 코오롱스포츠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소식과 사진도 전송한다.

 

7 6일 스카르두라는 소도시에 도착한다. 이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인제나 원통쯤 되는 곳으로 카라코람 히말라야 등반의 전초도시와 같은 곳이다. 장비와 식량을 더 보충하고, 다음날 짚차로 갈아타서 아름다운 카플루마을을 지나 험한 비포장 산악도로의 끝인 후세마을(3,250m)에 도착한다.

 

7 8, 후세마을에서부터 캬라반을 시작한다. 거칠게 흐르는 계곡을 따라 오르는중에 윤용수, 박문수 대원이 설사로 고생을 하는데, 특히 윤용수 대원이 심해 힘들게 걷고 있다. 스카르두의 호텔에서 끓이지 않은 물을 먹은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4시간을 오른 후, 세이쪼(3,600m)라는 작은 숲에서 야영을 한다. 이곳은 고객팀의 곤도고라피크와 강사팀의 드리피카피크 지역이 서로 갈라지는 곳으로 BC까지는 각각 이틀이 소요된다.

 

대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약간의 고소증세를 느끼기 시작한다. 다이아목스라는 이뇨제를 복용하기 시작하는데, 고산병 예방과 증세완화에 효과가 있다. 다음날 서로 양팀은 화이팅을 외치며 헤어진다. 곤도고로팀은 체력안배를 위해 대열의 순서를 정하고 고도를 조금씩 높이기 위해 천천히 걷는다. 하기야 산소가 희박하여 숨이 차서 빨리 걸을 수도 없다.

 

황량한 잿빛의 바위와 퇴석지대 그리고 빙하사이에도 간간히 식물들이 자라며 풀밭도 나타난다. 여러 가지 고산식물들 중에는 박하향과 비슷한 독특한 허브향을 내는 풀도 있는데, 후세마을에서는 충치예방과 구강치료에 사용되는 풀이라고 한다. 따가운 햇빛에 여름처럼 덥지만, 광대한 빙하계곡에는 얼음이 꽉 차있다.

휴식과 걷기를 반복한다. “출발5분전”, 아까맨치로 김태삼강사도 7명이나 되는 호서남지역 사투리에 전염되었다. 종전과 같은 대형을 유지해서 출발한다는 신호이다. 중간에 아늑한 풀밭이 좋은 달잠파라는 곳에서 야영을 한다. 다음날 새벽 설사로 고생을 하던 윤용수대원이 설사가 멈췄다며 텐트마다 통지를 하고 다닌다. 그동안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이 간다.

 

7 10, 곤도고로 빙하 위의 작고 귀여운 크레바스를 건너며 곤도고로 BC를 향한다. 제법 힘들어 할 즈음, 쿨스팡(Khuspang 4,600m)이라고 불리는 베이스캠프 사이트에 도착한다. 이곳은 곤도고로피크 등반과 곤도고로 패스(5,400m 고개)를 지나는 길목으로 많은 외국팀들이 북적이고 있다. 포터 가운데 17세의 수그리라는 별명이 붙은 포터는 짐을 내려 놓고 또 내려와서 좀 힘들어하는 대원의 배낭을 또 짊어지고 가서 귀여움을 받는다. “수그리는 전라도 사투리로 머리 숙여!”라는 말인데, 후세마을 오기전 오픈짚차에서 머리위의 살구나무를 피하라고 수그리!”라고 외친 말을 젊은 포터가 따라해서 그의 별명이 되어 버렸다.

 

캠프사이트는 초지가 없는 흙언덕에 만들어져 있는데, 물도 탁해서 베이스캠프터로는 좋은 곳이 아니었다. 특히 물맛이 이상하여 밥에서도 냄새가 나서 입맛을 잃게 만들었다. 또한 현지마을 사람인 쿡의 위생관념이 빵점으로 모든 음식에 모래와 흙이 많이 섞여 있어 우리를 괴롭게 했다.

 

7 11일은 정상등정을 위한 휴식이다. 세이쵸에서부터 휴식중에는 훌라게임을 했는데, 작은 돈이 서로의 지갑을 돌고 돌며 웃음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어느새 대원들 모두는 형제간처럼 가까워져 있다. 지방색이 살아있는 구수한 말투만으로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아그야 일본말 그만 하그라. 엉아 무자게 야마돈다잉 백현규대원의 말에 모두 폭소가 터진다. 자정정도에 출발해야 하기에 저녁식사후 등정준비에 부산하다. 대원들의 고소증세는 미약하여 등반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었다. 정상까지의 예상 소요시간은 8-10시간, 자정이 조금 못 되서 출발한다.

베이스캠프 바로위 언덕을 지나 너덜능선을 지나며 작은 봉우리를 수도 없이 오르고 내린다. 휴식 중에는 모두 모두 잠깐씩 눈을 붙이려고 애를 쓴다. 날이 발아 오며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 지고, 호흡도 매우 가쁘다. 고소는 공기가 매우 건조하여 호흡중 수분손실이 많아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정말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봉우리인가 싶으면 또 위에 오르막이 펼쳐지고... 아침이 지나자 얼었던 눈표면이 녹기 시작한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설사면 지대를 앞두고 진동선대원이 등정을 포기한다.

 

이미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고정로프를 따라 정상을 향한다. 두세 걸음을 하고 호흡조절을 하고를 반복한다. 날씨가 흐려 햇빛이 강렬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예정시간보다 3-4시간 늦은 7 12일 오전 1150, 드디어 정상에 오른다. 펼쳐야 할 깃발이 많다. 코오롱스포츠, 고어텍스, 등산학교 등의 깃발을 펼치고 우리도 정상 등정기념 사진을 찍는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첫발을 디딘 것이다. 대한민국 초등!

 

북쪽으로 세계 제2위봉인 K2가 손에 잡힐 듯 보여야 하나, 날씨가 흐려 전혀 보이지 않으니 서운하다. 하산을 하며 긴장이 풀어지고, 배도 고프고, 준비한 물도 동이 나서 어려움을 겪는다. 눈을 그냥 퍼먹고, 설 사면을 글리세이딩으로 내려온다. 설사면 지대에는 간간히 작은 눈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우리정도는 충분히 쓸고 갈만 하다. 백현규대원이 작은 눈사태를 피해 옆으로 탈출한다.

 

정상등정을 포기하고 BC로 하산했어야 할 진동선 대원이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고소증세로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아 보인다. 눈에 깊이 빠지고 비까지 내려서 배낭과 온몸이 젖어 온다. 하산길은 더욱 고통스럽다. 발이 천근 만근이고 틈만 나면 졸음이 솓아져 온다. 항상 일렬로 움직이던 등반대형을 풀고, 개인별로 최대한 신속히 베이스캠프로 귀환하도록 한다. 이제부터의 하산길은 외길이고 특별한 위험과 장애가 없다.

 

윤용수대원이 오후 4시경 가장 빨리 베이스캠프에 도착했고, 마지막대원은 추절추절 내리는 비를 맞으며 밤 8시에 도착했다. 무려 20시간을 계속 운행한 것이다. 걱정했던 진동선 대원도 많이 지쳐 있었지만, 큰 이상은 없다. 따듯한 차와 식사로 요기를 하고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 든다.

7 13일은 휴식이다. 하루 종일 비가 계속된다. 우리가 그나마 등정일을 잘 잡았다. 밤에 등반을 시작하고 날이 흐려, 얼굴에 미쳐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 모두 얼굴이 심하게 탓다. 14일에 곤도고라 베이스캠프를 철수한다. 날씨는 호랑이 장가가는 날씨이다. 냄새나는 물에서 해방된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다.

 

올라 갈때 이틀 걸린 거리를 하루 만에 내려오고, 세이조에서는 우리가 로빈훗의 숲이라고 명명한 아름다운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캠프사이트에서 옷과 장비를 말리고, 빨래를 하면서 야영을 한다. 고등어자반과 익은 김치로 고등어 김치조림을 해 먹는데, 잃어버린 대원들의 입맛을 다시 살려주는 최고의 메뉴로 인기가 높다.

저녁에는 모닥불가에 모여, 포터들이 마련한 등정축하 파티가 열린다. 식량운반용 대형 프라스틱통 2개를 두르리며 파키스탄 전통 노래와 춤이 펼쳐진다. 공연의 리더는 17세의 수그리 포터와 그 일행들로 일명 수그리와 악동들이었다. 우리는 아리랑, 사랑해의 합창으로 답례했고, 32달러의 두둑한 팁도 주었다. 다음날 아침, 그 악동들은 자파티용 밀가루를 안 빌려 준다며 스트라이크를 일으키는 해프닝도 벌였다.

 

7 15, 강사팀이 있는 드리피카 베이스를 향하여 챠라쿠사빙하를 오른다. 중간에 캠핑을 하고 7 16일 오후에 드디어 강사팀과 상봉했다. 강사팀은 그동안 날씨가 나빠 드리피카 ABC(전진캠프)까지만 진출한 상태이며, 모두들 건강은 좋아 보였다. 4일간의 휴식을 하며, 드리피카 ABC에도 다녀오고 주변의 언덕에 올라 챠라쿠사지역의 멋진 암벽과 거벽들을 살펴보았다. 이곳은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많은 팀들이 등반중었는데, 고미영강사가 아는 클라이머도 있었고, 월드컵대회 우승자도 있었다.

 

유럽에서는 이쪽지역이 거벽등반과 알파인등반의 보고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마치 알프스를 약 2-3배 확대시켜 놓은 듯, 다양한 높이의 거벽과 침봉들이 K6(7,287m 미등), K7 (6,934m)주변으로 널려 있었다. 강사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우리가 최초로 등반하기에 많은 등반대상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한편 불행하게도 7 17일에는 발전기의 과전압으로 인해 위성전화와 노트북의 전원공급장치가 타 버려 소식, 사진 등을 인터넷으로 전송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동안 고국에서 보내온 많은 응원 메시지들을 접하는 것이 큰 기쁨이었는데, 무엇보다 이곳 소식을 알리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전형적인 히말라야 고소날씨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곤도고로를 등반한 대원들은 조국를 그리워 하기 시작한다. 강사들은 며칠째 계속 되는 좋은 날씨를 이용하여 드리피카를 등정하기 위해 총 출동하여 등반중이다. 고객팀은 조국병에 걸려 베이스를 홀로 지키시는 이용대 교장선생님을 홀로 남겨두고 예정일을 하루 앞당겨 귀국길에 오른다.

 

손재식 강사는 드리피카 정상등정을 시도했다가 정상을 200여미터 남겨두고 고객팀과 같이 귀국해야 하는 일정에 맞추기 위해 드리피카 C2에서 후세마을까지 하루만에 내려왔다. 고난의 카라코럼 하이웨이를 이틀만에 통과한 후, 드리피카 베이스캠프에서 이슬라마바드로 날아온 위성전화 소식은 김형주 강사, 고미영 강사 드리피카 정상등정 성공! 특히 고미영 강사는 정상부근에서 고정로프가 끊어지며 60미터를 추락하였지만, 다행히 눈 때문에 다친곳없이 재 도전하여 등정하였다고 한다.

 

모두들 맑은 물과 입에 맞고 깨끗한 음식, 그리고 가족들이 기다리는 조국을 그리며 귀국 비행기를 타지만, 오랜기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하얀산을 그리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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