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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술에 취한 세계사 (리뷰)

by 안그럴것같은 2022.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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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 책까지 술이냐

그래도 전통주제조... 이런 책은 보지 않겠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술이 당길 정도로 나를 흥분시키는 책

헨리 제프리스

 

책 제목이 책 내용을 다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 술에 관한 세계사이다.

원제 A Short History of Drunkeness

<술에 취한 세계사>라는 한국 제목이 더 잘 어울리고 흥미로워 보인다.

술에 관한 그리스와 로마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소크라테스와 카이사르로 대표되는 그 당시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그 어떤 안주가 이 책보다 훌륭하랴!

롭 템플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니 우선 첫 장을 열기 전에 한잔.

다 읽고 나면 정말 몸을 가누기도 힘들지 모른다.

 


저자소개

저자 : 마크 포사이스

‘잉키풀(Inky Fool)’이라는 블로그 네임으로 유명한 마크 포사이스는 1977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세례식 선물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받았지만 다시는 그 책을 펼쳐보지 않았다. 그의 《어원사전(The Etymologi- con)》은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TED 강연 ‘악덕 정상배란 어떤 사람인가?’는 50만 명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한 독립서점주간(Independent Booksellers Week)의 의뢰로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라는 에세이를 썼으며, 《콜린스 영어사전》의 서문을 썼다. 그는 현재 런던에서 사전을 끼고 살고 있으며 블로그(blog.inkyfool.com)를 운영한다.

《술에 취한 세계사》는 저자 자신이 열네 살부터 지금까지 해온, 음주에 관한 방대하고 실증적인 조사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만취야말로 인류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라고 단언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술꾼으로 진화했으며, 우주로 향하게 될 먼 미래에도 만취의 역사를 이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 저자 소개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가.

다른 것 몰라도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이 저자 소개는 저자가 쓴 것이 확실하다.

저자소개를 보고 이렇게 유쾌한 느낌을 받은 건 정말 처음이다. 77년생이라니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고. 내가 영국식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면 한 번쯤 술 한 잔 하며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다. 세례식 선물로 사전을 받았는데 펼쳐보지도 않았고, 지금은 사전을 끼고 살고 있다니. 자기소개를 정말 이렇게 쓸 수 있는 건가. 열네 살부터 술을 마셨다는 사실보다,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이 더 대단해 보인다.

 

본문 속에서 큰 배고픔을 유발하는 신경세포(1)와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2)를 언급하면서 각각에 각주를 달기를

(1) 정확하게는 시상하부에 있는 AgRP신경세포. 이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2) 구체적으로는 에탄올 활성 4형 알코올 탈수소효소ADH4. 이 효소에 대해 조금도 아는 바는 없지만 말이다.

설명은 달아주되 나는 모른다. 너무 솔직하고 아는 척 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다만 이 주석을 맨 정신으로 달았을까^^

 

 




책 속으로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간도 술을 마시도록 진화했다. 우리 조상은 1,000만 년 전 나무에서 내려왔다. 왜 그랬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지나치게 익어서 나무 밑으로 떨어진 맛난 열매를 주우러 내려왔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숲에 가면 지표면에 나뒹구는 열매를 볼 수 있다. 그런 열매는 더 많은 당분과 알코올을 함유한다. 그렇게 해서 인간은 알코올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코를 지니게 되었다. 알코올은 인간에게 당분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이었다. (25쪽)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신전이 지어지고 농경이 시작되기 전부터 맥주가 존재했으리라는 것이다. 이는 인류 역사를 다시 쓸 만한 이론으로 연결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까닭은 식량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식량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까닭은 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34쪽)

 

- 식량을 위해 농경을 한 것이 아니라, 술을 위해 농경을 했다는 이야기는 신선했다.

 

알코올이 인류에 끼치는 영향력은 의심할 여지없이 인간 본성의 신비로운 기능을 자극하는 능력 때문이다. 대체로 인간 본성은 정신이 맑을 때면 냉엄한 현실과 메마른 비판에 짓눌린다. 인간은 맑은 정신일 때는 폄하하고 차별하며 부정한다. 술에 취하면 후해지고 협동하며 긍정한다. 알코올은 실제로 인간의 긍정 기능을 효과적으로 촉진한다. (73쪽)

 

-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

 

희한하게도 모든 역사가와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가 말술을 마시고도 전혀 취하지 않았다는 데 동의했다. 영혼 자체가 너무도 질서정연했기에 술에 취해도 합리적인 태도만 드러났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의 간이 유별나게 효율적이었을 소도 있다. 어떻든 소크라테스는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해괴한 이유로 칭송을 받아온 사람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90쪽)

 

- 저자는 소크라테스를 졸지에 말술로 만들어버렸다. 술에 취하지 않아 대화법에서 이길수 있었나보다.

 

기독교는 완전 금주를 내세운 적이 없다. 무엇보다도 최후의 만찬을 통해 그 점이 더욱 굳어졌다. 그날 마신 포도주 한 모금이 훗날 세계 역사와 경제는 물론, 멀리 떨어진 지역의 음주 관행까지 바꾸게 된 다. 성찬식에는 포도주가 필요하므로 기독교도들은 선교 지역에 반드시 포도나무를 가져가야 했다. (113쪽)

 

-한국의 개신교는 변해야 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포도나무가 자라기 힘든 지역에서는 선교가 늦어졌다고 한다.

 

(전략)... 포도주에 굶주린 반달족과 맥주로 배를 채우던 고트족은 포도주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시종일관 야만인으로 지냈기에 자신들의 음주 관습에 대해 전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데 있다. 우리로서는 단편적인 내용만을 추정할 수 있을 뿐 자세한 사실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다. 그래서 이 시대는 암흑기로 불린다.

 

- 저자에 따르면 음주에 관한 기록이 없는 시기가 암흑기이다.

 

광풍은 지나갔다. 하지만 진 때문에 영국 사회는 몰라보게 바뀌었다. 지배 계층은 도시 빈민을 매우 두려워하게 되었고 그들의 음주뿐 아니라 법을 지키지 않고 우습게 아는 태도, 패거리 짓는 습성을 증오했다. 진은 런던 거리에 하층민들을 노출시켰다. 하층민이 지배 계층의 눈에 걸리적거리기 시작하면 그들을 다른 대륙으로 강제 추방하는 것만이 확실한 방법이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232쪽)

 

-호주 뿐 만 아니라 미국도 범죄자로 구성된 국가라는 걸 명심하자. 청교도 운운하지 말자.

 

1797년 미국에서 가장 큰 증류소는 연간 1만 1000갤런의 위스키를 생산했다. 그곳을 소유한 유명 증류업자의 이름은 조지 워싱턴이다. (중략) 간단하게 말하면 워싱턴은 공직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 후 다시 출마했을 때는 유권자들에게 공짜 술을 나누어 주었다. 이번에는 당선됐다. (249쪽)

 

- 우리가 기억하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워싱턴은 1758년 술을 뇌물로 뿌리고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에 공직 진출했다. 이후 1789년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 우리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금주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1915년에 전면적인 주류금지법이 제정되었고 포도주와 증류주는 1935년에, 맥주는 1989년에 합법화되었다. 노르웨이는 1917년부터 1927년 사이에 증류주를 금지했다. 뉴질랜드는 1919년에 금주 법안을 국민투표에 붙였고 금주주의자가 승리했다. (304쪽)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마약은 불변의 것이다. 마약끼리의 전쟁이 있을 뿐이며 그런 전쟁에서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알코올이다. 명심할 점은 정부가 정말로 헤로인이나 코카인 같은 마약을 근절할 생각이 있다면 술에 매기는 세금을 없애기만 해도 목표를 쉽게 이룰 수 있다. 인간은 단순한 종이라서 가격과 입수 가능성을 따져 중독성 물질을 선택한다. (308쪽)

- 술값을 낮춰서 마약을 없앤다. 저자의 희망사항이 참 획기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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