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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절약하는 10가지 보행기술 (5)

by 안그럴것같은 2022.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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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발, 알파인스틱

에너지를 절약하는 10가지 보행기술 중 마지막은 바로 알파인스틱이다. 알파인스틱을 사용하면 보행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고, 에너지를 약 10%~15% 절약한다. 또한 균형을 잘 잡게 하고, 무릎을 보호하며, 상체운동을 포함한 전신운동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원리는 다리에만 편중된 운동부하를 팔에 분산시켜주는 것이다. 등산이라는 운동은 다리만 고생을 시키고 팔은 놀고 있는데, 이 놀고 있는 팔을 다리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알파인스틱이 언제부터 등산에 사용되었는가는 분명치 않지만, 1970년대 후반 북미지역의 등산가들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 주에는 매킨리(6,194m)봉이 있는데, 이 산의 높이는 6천 미터가 조금 넘지만, 히말라야의 7천 미터급과 견줄만한 어려움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기밀도다. 지구자전에 의해 적도지방은 공기밀도가 높고, 극지방은 낮다고 한다. 그래서 매킨리봉의 산소는 히말라야 7천 미터급과 비슷하여 고산병이 등반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포터가 없다는 것이다. 히말라야에서는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는 베이스캠프까지 포터를 고용하여 필요한 등반장비와 물자를 운반한다. 그러나 알래스카의 미국사람들은 포터라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킨리봉을 등반하려고 하는 등반가들은 긴 설원을 지나 베이스캠프까지 모든 짐을 자신들이 운반해야 한다.

큰 배낭을 메고, 짐을 가뜩 실은 썰매를 끌어야 하는데, 이때 노르딕스키 크로스컨트리 경기의 활주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평판한 설원에서 스키를 신고 양손의 스키폴을 뒤로 밀쳐 내는 노르딕 활주기술은 동계올림픽 경기를 연상하면 쉽게 떠오를 것이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면 등반가들은 설사면이나 빙벽을 오르기 위해 픽켈이라는 장비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데, 보통 어려운 급경사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70cm정도 길이의 픽켈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 길이는 좀 짧아서 완경사 설사면에서는 불편하다. 그래서 베이스캠프까지 어프로치할 때 사용한 긴 스키폴을 완경사의 설사면 등반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키폴을 이용한 워킹은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바로 노르딕 위킹이라는 것으로 1930년대부터 핀란드의 크로스컨트리 스키선수들이 눈이 없는 여름철의 훈련방법으로 양손에 스키폴을 잡고 노르딕스키의 활주법으로 걷는 것에서 시작되어, 유럽지역에서 하이킹이나 가벼운 등산에 사용되고 있었다. 등반가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손에 잡고 다니던 픽켈 대신 스키폴을 잡게 된 것은 그 효과가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우리나라는 해외여행의 자유화가 시작되었지만, 히말라야 등반에는 많은 비용과 어려운 절차가 필요했다. 그 갈증을 풀어 줄 곳으로 히말라야 7천미터급과 동일한 등반여건을 지닌 매킨리봉을 찾게 되었고, 이곳에서 우리나라 산악인들은 외국 등반대들이 스키폴, 즉 알파인스틱을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1980년대 말, 스키폴을 가지고 산에 가기위해서는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했다. 눈이 없는 곳에서 스키폴을 찍고 다니면 거의 모든 사람의 눈총을 받았다. 간혹, 묻기도 하고 놀리기까지 했다. 1990년 코오롱등산학교에서는 알파인스틱 사용법을 처음으로 교육하기 시작했고, 이제 알파인스틱은 휴대하기 좋게 3단으로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해 전 세계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보급된 등산장비가 되었다.

 

 

알파인스틱은 스파이크, 스노 링, , 손잡이, 끈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파이크는 경도가 매우 높은 강철합금으로 만들어 흙은 물론 바위를 짚어도 마모가 잘 되지 않는다. 스노 링은 바스켓이라도 하는데, 원래 눈에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눈이 없는 곳에서도 스틱이 바위 틈새 같은 곳에 끼지 않도록 하므로 항상 장착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폴의 재질은 알루미늄, 두랄루민, 티타늄, 카본 등이 사용되는데, 재질마다 강도, 탄성, 무게, 내구성 그리고 가격 등에서 차이가 있다. 알루미늄은 저렴하지만 무겁고 약하며, 부식되기 쉽다. 두랄루민은 알루미늄보다 강해서 좀 더 가볍게 만들 수 있지만 비싸다. 티타늄은 더 가볍지만, 잘 부러지기 않는 성질이 떨어지고 역시 고가다. 카본은 매우 가볍지만, 가늘면 약해서 굵은 상단자루에만 사용되고 비싸다.

손잡이는 플라스틱, 발포고무, 코르크 등을 개별적 또는 함께 사용하여 적절한 마찰력과 편한 착용감을 주고 있다. 손잡이는 세로 형태, 앞으로 약간 휘어진 형태, T자 형태 등이 있으나, 세로형태가 사용하는데 가장 편하고 적절한 모양이다. T자 형태의 손잡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것으로 관광지의 기념품점에서 판매하는 등산용 지팡이를 모방한 것이며 정통 알파인스틱이라고 할 수 없다.

알파인스틱의 길이는 경사도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다. 평지는 똑바로 선 상태에서 팔꿈치의 각도가 90도 정도 되는 길이에서 한 뼘에서 반 뼘 정도 짧게 잡는 것이 좋다. 오르막에서는 팔꿈치 각도 90도 길이가 알맞고, 내리막에서는 조금 길게 쓰는 것이 편리하다. 그러나 경사도가 수시로 변하는 등산로에서 그때마다 길이를 조절하는 일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에 평균길이인 팔꿈치 각도 90도로 고정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손잡이 끈은 길이를 알맞게 조절하여 손을 고리 밑에서 위로 올려 넣은 다음 손잡이 끈을 손바닥으로 감싸 잡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 힘을 줄때 끈이 손목에 부담을 주지 않고 편하게 누르는 힘을 줄 수 있으며, 나무나 돌을 잡을 때 손잡이가 저절로 손바닥에서 벗어나 더 편리해 진다.

알파인스틱의 사용법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효과적으로 정확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먼저 반드시 2개를 사용해야 한다. 1개만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마치 자동차 바퀴 4개중 1개를 빼고 운행하는 것과 같다. 두 발과 두 팔을 서로 좌우로 교차시키는 동작에서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

평지에서의 사용법은 알파인스틱을 뒤로 밀어 주기만 한다. 이때 알파인스틱의 끝(스파이크)은 전진하는 발의 뒤쪽보다 20-30cm 뒤에 짚어서 밀어준다. 팔 동작은 오른발이 나갈 때 왼손이 나가는 자연스런 보행시의 발동작으로 그대로 유지하며 알파인 스틱을 뒤로 밀어 주는 것이다. 밀어주는 동작을 통해 몸이 앞으로 쉽게 전진되는 힘을 팔로부터 얻게 되는 것이다. 원리는 썰매를 탈 때 꼬챙이를 뒤로 밀어 주면 썰매가 앞으로 나가는 것과 같다.

동작을 너무 의식하면 마치 스텝이 꼬이듯이 부자연스런 동작이 연출된다. 자연스럽게 걸으며 알파인스틱만 뒤로 밀어주어, 앞으로 나가는 몸의 탄력을 살려준다고 생각하면 한결 쉬워진다. 부자연스런 동작은 빠른 시간 안에 익숙해진다. 숙달되면 몸이 앞으로 쑥쑥 전진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보행시간을 최대 30%까지 빠르게 할 수 있다.

오르막에서는 먼저 두개의 알파인스틱을 모두 같은 높이의 위쪽으로 짚고 다리를 올린 다음, 팔을 접어 상체와 알파인스틱을 가깝게 하고, 상반신의 몸무게를 살짝 알파인스틱에 기대듯이 의지한다. 상체와 배낭의 무게 중 일부를 다리가 아닌 팔에 분산시켜주는 것이다. 다리로 일어서는 동작과 알파인스틱을 이용하여 아래쪽으로 미는 팔의 동작을 동시에 한다. 알파인스틱을 이용하지 않을 때와 비교해 보면 다리의 힘이 훨씬 적게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알파인스틱 사용법은 평지와 오르막에서 다르다. 평지에서는 뒤로 밀어 사용하지만, 오르막에서는 앞쪽으로 올려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방향이 바뀌게 된다. 완만한 경사에서는 평지와 같이 사용할 수 있지만, 경사도가 조금씩 급해지면 양손의 알파인스틱중 하나는 아래쪽을 짚어 뒤로 밀고, 하나는 위쪽을 짚어 아래쪽으로 밀어 주기도 하는 다양한 응용동작을 사용할 수 있다.

내려 갈 때는 스틱 2개를 아래쪽에 짚고 스틱의 손잡이 윗부분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살며시 상체의 무게를 스틱에 기댄다. 이때 너무 무리하게 의지를 하면 스틱이 휘어질 수 있다. 이렇게 체중의 일부를 스틱에 기대면 아래쪽으로 내리는 발과 무릎에 전달되는 체중의 부담과 충격을 줄여줌과 동시에 고양이처럼 사뿐한 착지동작을 할 수 있고, 급경사에서 균형 잡기가 용이해져 안전하고 빠른 하산을 할 수 있다.

알파인스틱은 눈이 많은 곳에서 사용할 때 더욱 편리해 진다. 울퉁불퉁한 등산로는 눈으로 덮여 알파인스틱의 스파이크를 매우 편하게 찍을 수 있다. 약간의 미끄러움이 있는 눈길에서 미끄러움을 방지하고, 신체균형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간간히 나타나는 빙판지대에서 불편한 네발아이젠을 항상 착용하는 것보다, 알파인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

알파인스틱 중에는 충격흡수 효과를 목적으로 스프링이 장착된 것도 있는데, 알파인 스틱은 충격흡수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어떤 충격을 흡수한다는 것인가? 알파인스틱은 체중을 밀어주고 받쳐주는 지지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스프링이 힘을 흡수하여 의도한 적절한 힘이 감소되므로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게 한다. 등산장비나 의류 중에는 기본기능에 충실하지 못하고, 그럴듯하지만 불필요한 기능을 추가하여 소비자의 주목을 받고자 하는 것들이 있다. 스프링이 들어간 알파인스틱은 더 무겁고, 더 비싸고, 고장 날 확률도 높아진다.

알파인스틱의 길이조절장치는 간단한 구조를 하고 있지만, 매우 예민하게 작동되는 부분이므로 항상 오염이 안 되도록 깨끗이 관리해야 한다.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소재는 부식방지코팅이 되어 있지만, 자주 사용하다보면 코팅이 벗겨지고 부식될 수 있다. 특히 땀이나 산성비는 부식을 촉진한다. 사용 후에는 청소를 하고 잘 말려서 보관해야 한다.

알파인스틱을 처음 사용하면 두 손이 매우 거추장스럽고, 등산로의 요철과 바위, 나무 등의 장애물로 인하여 불편과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단순한 지팡이 같은 것이지만, 도구란 원래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편리한 자전거도 처음에는 넘어지기만 한다. 불편하더라도 여러 번 사용하다보면 저절로 익숙해지지만, 아무래도 맨 손으로 다니는 것보다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공짜는 없다. 알파인스틱의 장점을 얻기 위해서는 조금 불편함 감수해야 한다.

알파인스틱은 힘든 오르막에서의 육체적인 고통을 줄여주고, 에너지를 절약할 뿐만 아니라 험한 곳에서 안정된 균형을 잡는데도 도움을 주는 장비이며, 그 기능성과 가치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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