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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냉정한 이타주의자 (리뷰)

by 안그럴것같은 2021.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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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집어들면 일단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본다. 유명한 사람이라면 믿고 보겠지만, 모르는 사람이라면.

 

 

저자 : 윌리엄 맥어스킬

 

저자 윌리엄 맥어스킬 William MacAskill 은 옥스퍼드대학교 철학과 부교수이자 비영리 단체 ‘기빙왓위캔 Giving What We Can ’, ‘8만시간 80,000 Hours ’의 공동 설립자다. 1987년생 젊은 철학자인 맥어스킬은 기부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효율적 이타주의 effective altruism 운동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단체는 종신기부 서약 등을 통해 5억 달러(약 5900억 원) 이상을 모금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그 활약상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BBC 등 각종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온라인 경제 매체 ‘쿼츠 Quartz’와 『뉴요커』, 『가디언』, 『인디펜던트』, 『타임』, 『워싱턴포스트』 등 유수 매체에 글을 연재·기고하고 있다. 현재 영국 옥스퍼드에 거주하고 있다.

 

옥스퍼드 철학과 교수님이시란다. 끝발 죽인다. 일단 먹고 들어간다. 왠지 신뢰가 가지 않는가.

87년생이라는데, 그 나이에도 교수를 시켜주나? 한국같으면 박사학위 받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이 책은 2017년에 한국어 초판이 출간되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특히나 남조선에서 박사학위는, 그것도 인문학 분야는, 논문 패스가 힘들고 따라서 박사되기도, 교수되기도, 공대쪽 보다는 좀 힘들다.) 나이는 많지 않지만 생각의 깊이가 놀랍다. 

철학과라 골치아픈 철학을 논의할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은 너무나도 정확하게 빗나갔다.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책 제목, '냉정한 이타주의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다.

'냉정한'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느낌이,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지 않은가

'현명한 기부', '기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정도가 제목으로 지 않을까

책 표지에 있는 제목 'DOING GOOD BETTER' 굳이 번역하자면 '착한 일을 더 잘하기'^^;;

제목 잘못 붙여서 판매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선의와 열정에만 이끌려 실천하는 이타적 행위(기부)가 실제로 세상에 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책 속으로

 

당신이 자선단체에 얼마간의 돈을 기부하려 한다고 치자. 아이티 지진 구호활동을 펼치는 단체에 기부하면 재난 희생자들을 도울 수 있다. 이는 우간다의 에이즈 퇴치나 당신이 사는 동네의 노숙자 돕기에 기부할 돈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당신의 선택에 따라 생활이 개선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한 군데를 선택하기보다 차라리 모든 단체에 빠짐없이 기부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기부할 돈을 더 마련하거나 기부금을 쪼개 몇 군데로 나눠 보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가진 돈과 시간은 제한돼 있고 당신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따라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당신은 누구를 도울 것인가? 저마다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 처해 있고 우리의 행동에 따라 삶이 더 개선될 수 있는, 도움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누구를 도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결정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결정이다._본문 51~52쪽 



어떤 사람이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의 고통을 덜어 주려는 생각에 닭가슴살 대신 채소를 구입한다.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질까? 당신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1명이 오늘부터 닭가슴살을 구입하지 않는다 해도 지구상 모든 사람들이 변함없이 닭고기를 구입한다면 식용으로 도살되는 닭의 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슈퍼마켓에서 닭고기 반입량을 결정할 때 닭가슴살 1인분 매출이 감소한 사실에 신경이나 쓸까? 하지만 수천 명, 수백만 명이 닭가슴살을 사지 않으면 수요가 감소하므로 식용으로 사육되는 닭도 줄어들 것이다. 이때 우리는 역설에 직면한다. 개인은 변화를 일으킬 수 없지만 수백만 명의 개인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역설 말이다. 그런데 수백만 명의 행동은 수많은 개인들의 행동이 한데 모인 총합이 아닌가. 이 역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해답은 기대가치에 있다._본문 128~129쪽 

 

-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어떤 행위의 잠재력을 평가할 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리가 없다’는 이유로 묵살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상식이 된 대다수의 윤리적 관념들도 과거에는 매우 급진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여성, 흑인, 비이성애자nonheterosexual 도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생각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여겨졌다.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1790년 미 의회에 노예제 종식을 청원하면서 철벽같은 반대에 부딪쳤다. 의회는 이틀간 논쟁을 벌였고 노예제 옹호론자들은 “노예 소유주에게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인종이 뒤섞이면 미국의 가치와 특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결국 노예제는 완전히 폐지되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그 같은 반대론은 용납하기 어렵다. 여성, 흑인, LGBT(성소수자)의 평등권을 쟁취하기 위해 힘쓴 운동가들은 승리가 눈앞에 보였기 때문이 아니라 목표를 이뤘을 때의 보상이 매우 컸기 때문에 활동을 전개해 나간 것이다._본문 136~137쪽 


당신이 맥Mac을 살지 PC를 살지 고민 중이라고 하자. 당신은 어떤 요소를 고려할까? 아마 디자인과 편리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비교해 볼 것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비는 얼마인지, CEO 연봉이 얼마인지는 따져 보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돈을 지불하고 구입할 상품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상품 제조사의 세세한 재무 정보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애플이 거액의 연봉을 지급해 유능한 관리자들을 경영진으로 영입한다면 애플 제품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오히려 이를 좋게 볼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을 위한 상품을 살 때도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위한 상품을 살 때는 왜 그래야 할까? 다소 어이없는 예를 들어 보자. 내가 배고픈 경찰들에게 도넛을 나눠 주는 자선단체를 설립했다고 하자. 사명감에 불탄 나머지 사업 경비 중 0.1퍼센트만 간접비로 쓰고 나머지 비용은 나눠 줄 도넛을 사는 데 쓴다. 게다가 단체의 CEO인 나는 보수를 전혀 받지 않는다. 나는 훌륭한 단체를 설립한 걸까? 앞서 봤듯 가장 중요한 건 해당 자선단체가 가져올 ‘영향’이다. 당신의 기부금 100달러로 무엇을 하는지, 그 결과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살펴봐야 한다._본문 154쪽 



답이 뻔한 질문 같지만 실제로 단체가 하는 일은 예상과 딴판인 경우가 허다하다. 나만 해도 선진국의 의료 자선단체 상당수가 마케팅과 웹사이트를 통해 연구 활동을 강조하면서도 실상 연구비로는 극히 일부만 할당하고 여타 사업에 나머지 기부금을 쏟아 붓는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 가령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는 사업비의 43퍼센트를 환자 지원에, 21퍼센트를 예방에, 14퍼센트를 검진 및 치료에 사용하고 연구비로는 22퍼센트만 투입하고 있다 P.?

 

- 연구비 22%

 

 

 

 

 

 

천연두가 지상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천연두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150~300만명에 육박했다. 천연두가 근절된 이래로 40년에 걸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사람이 6000만~1억2000만 명인 셈이다. 원조 성공사례인 천연두 근절이 세계 평화보다 5배 많은 인명을 구한 것이다. P. 72

 

 

그래프의 추정치를 기준으로 보면 콘레트로바이러스 치료에 기부하면 콘돔 배포보다 2.5배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QALY를 기준으로 하면 여타 보건사업과도 비교해 볼 수 있다. 내구성이 좋은 살충 모기장을 구입해 보급하는 말라리아 퇴치재단에 기부하면 카포시 육종 치료 사업에 기부했을 때보다 500배 더 큰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P.79

 

 

말라리아에 비해 암 치료에 유독 많은 돈이 몰리는 이유는 말라리아가 적은 비용으로 쉽게 퇴치 가능한 질병이라 부유한 나라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미국에서는 1951년에 사라졌다.) 한계효용 측면에서 보면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가장 효율적인 암 치료 프로그램에 기부하는 것 보다 개발되상국에서 시행되는 가장 효율적인 말라리아 치료 프로그램에 기부하는 것이 훨씬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P. 93

 

 

공정무역재단의 연구용역 보고서조차 "참여 노동자들에게 공정무역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쯤되면 공정무역의 제품을 살 이유가 없다. 기껏해야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의 노동자에게 아주 미미한 금액을 보태 줄 따름이다. 차라리 더 저렴한 상품을 사고 그렇게 절약한 돈을 비용효율성이 높은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게 낫다. P. 189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 일'이 무엇인지 자문하고 답을 구하지 않으면 "당신은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게 될 것이다. 그저 먹고살려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평생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한다는 건 어리적은 짓이다." P.208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고 잘 해서 돈 많이 벌어서 기부하는 게, 아프리카 가서 천사표 흉내내면서 봉사활동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도움 된다는 이야기다.(너무 적나라하게 썼다.)

 

 

옥스퍼드 철학과에서는 이런 얘기를 하나? 안가봐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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