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서문에서 “매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때, 이 책에 나오는 명언을 읽으면서 간단한 명상과 함께 하루를 계획하는 것을 추천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유명인의 명언과 그 명언에 따른 저자의 조언이 365가지가 나온다. 하루를 이 명언과 함께 시작하라는 의도다. 따라서 이 책의 서문, 목차, 사진을 제외한 실제 본문은 365페이지이다.
매 페이지는 제목, 명언, 명사의 이름이 나오고 그에 따른 저자의 조언으로 구성된다.
매 명언과 조언이 한 페이지씩을 차지한다.
그런데 저자의 조언이 짧으면 다섯 줄, 길면 아홉 줄이다.
한 마디로 내용 불충분.
과연 이 책을 아침마다 한 페이지씩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유명인에 관해 특이한 점 몇 가지
모차르트도 등장하는데 저자는 모차르트의 이름 풀네임을 ‘울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라고 썼다. 보통 ‘볼프강(Wolfgang)’이라고 하지 않나.
중국 사람 중 유일하게 한비자만 Han Fei Zi라고 한글 옆에 영문으로 이름을 써줬다. 공자(孔子)는 한문 표기를 해줬다. 한비자는 왜 한문 표기를 해주지 않고 영문 표기를 해줬을까. 묵자와 노자는 한문, 영문 모두 없이 한글로만 표기되었다.
대부분의 외국 유명인이 등장하는데, 한국인으로는 김연아, 손흥민, 이건희, 연암 박지원(전 국정원장 말고)이 등장한다.
책 속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 생텍쥐페리 (40쪽)
□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닌데, 이 말을 생텍쥐페리가 했다는 건 몰랐다.
외로움은 인생에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그것은 뜨거운 석양을 더욱 불타게 하고 차가운 밤의 공기를 더 풍성하게 합니다.
- 헨리 롤린스 (47쪽)
□ 외로움이 아름답다? 참 좋은 조언이네요.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67쪽)
□ 여행에 대한 새로운 정의. 좋다.
세상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고난의 극복으로도 가득하다.
- 헬렌 켈러 (96쪽)
□ 이 헬렌 켈러의 말에 저자의 조언은 “고난을 애써 이기려고도, 극복하려고도 하지 마세요. 그저 담담히 바라보는 연습을 하세요. 진짜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날이 올 테니까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해결될 때도 있으니까요.” “고난은 언제 왔는지 모르게 아주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내가 헬렌 켈러였으면 저자를 고소했다. 저자는 과연 헬렌 켈러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걸까.
147쪽에선 다음과 같은 저자의 문장이 등장한다.
“매 순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이성과 감정에 조화를 이뤄 보시기 바랍니다.”
‘이성과 감정의 조화’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무 베는 데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가는 데 45분을 쓰겠다.
- 에이브러햄 링컨
□ 이 얘기는 워싱턴이 했으면 더 잘 어울렸을텐데
사진을 찍을 때 한쪽 눈을 감는 것은 마음의 눈을 뜨기 위해서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257쪽)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이다.
- 펄 벅 (302쪽)
□ 일단 펄벅이 한글을 얼마나 잘 알기에 저런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 저런 말을 했는지도 몰랐고.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보자.
“우리 민족의 고유한 언어가 있다는 것, 그 언어를 지키고 살고 있다는 것에 우리는 자부심을 느껴도 됩니다. (중략) 한국인이기에, 한국어가 있기에 자랑스럽습니다.”
이 페이지의 제목은 “한글의 자부심”이다. 저자는 한글과 한국어를 구분 못하고 있다. 세종대왕 이전 조선 사람들을 중국어를 했다는 말인가. 저자는 한국어가 자랑스러운지는 몰라도 나는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럽다.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이 안 될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
- 티베트 격언 (448쪽)
이 책의 백미는 다음이다.
위 사진은 이 책의 119페이지와 219페이지이다.
같은 인물의 같은 명언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동떨어진 페이지에 실었다.
다른 유명인의 표현을 빌자면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저자도 본인의 글을 확인하지 않았고 출판사도 검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책이 출판된다는 사실이 더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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