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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인류본사 : 이희수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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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것부터 먼저 얘기 하고싶다.

이 책은 700페이지가 넘어가는 아주 두꺼운 책이다. 그런데 양장본이 아니다. 페이퍼북이다.

이렇게 두꺼운 책이 양장본이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책의 접착 부분이 갈라 진다.

심지어 이 책은 두 군데나 갈라져서 책이 세 동강 나있다.

책 값이 올라가더라도 두꺼운 책은 제발 양장본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단점을 먼저 말했다.

그거 말고는 단점이 없어서 그렇다.

그거 말고는 다 좋다.

 

어렸을 적 이해하기 힘들었던 용어 중 하나가 신대륙 발견이다.

그냥 원래부터 있던 건데 뭐가 발견이야.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이 대항해서 이겼다면 백인 출몰이라고 역사에 썼을까.

내가 모르는 대륙을 알게 된 것이 신대륙 발견인가.

나는 무식의 확인이라고 하고 싶다.

사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서구 중심의 역사를 배워왔다.

이 책은 그런 관점을 확 깨버린다.

 

이 책 결론

서구 중심의 역사학적 시각을 넘어 공정하고 균형있는 새로운 세계사.

“레몬은 향과 색깔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레몬의 가치는 그 즙에 있으며, 그것은 남에 의해 철저히 짜일 때 비로소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7) 자신의 지식을 한 방을 남기지 않고 모두 주고 떠나는 레몬 같은 학자가 되라고 저자의 이스탄불대학교 지도교수가 말씀하셨다고 한다.

 

책에서는 처음부터 굉장히 신선한 시각을 제시한다.

세계를 동양과 서양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을 버리고, 오리엔트, 아나톨리아, 중동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세계사의 인류 문명의 진보를 주도해나간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중양(中洋)의 인식이다.

그러고 보니 세계 4대 문명 중 사막과 고원으로 동떨어진 황하문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중양의 문명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이 지역을 문명의 핵심으로 꼽았다.

 

 

 

어디선가 이집트 등에서 이상한 그림들로 가득한 상형문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표현에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말을 글자로 옮긴 표음문자가 페니키아 문자에서 시작되어 그것이 그리스 문자로 발전하고 라틴 문자로 발전했다고 한다. 즉 표음문자의 시작이 중양의 문화라는 것이다.

 

터키에 괴베클리 테페라 불리는 곳에 12,000년 전의 신전 도시 유적이 있다고 한다. (40~) 책에서는 발굴 현장, 당시의 기둥, 석비, 조각 등이 사진으로도 나온다. ~ 12,000년 전의 신전이...... 이 때는 돌도끼, 돌칼 아니었던가.

 

함무라비 법전.(76~) 한 번쯤은 들어본 단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뭐 이런게 생각난다. 이것이 발견된 곳이 이란. 제작된 것이 기원전 1754년 경. 282개 법 조항이 있다고 하니 생각보다 아주 여러 일상에 관한 일을 법으로 제정한 것이다. 게다가 생각보다 아주 현대적인 감각도 있는 법이다. 함무라비 법전 석비와 점토판 법전은 루브르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의사가 치료했을 경우 환자의 경제적 사정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치료비를 다르게 청구할 수 있다.

재판관이 판결문을 작성한 뒤 이를 변경할 경우 벌금을 내야 하며 재판관 자리에서도 영구히 해임된다.

누군가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했거나 그가 한 진술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 그 재판이 사형까지도 선고될 수 있는 사건에 관한 재판이라면 거짓으로 진술한 이를 사형에 처한다. 등등의 내용이 있다.

내용이 요즘 법률 못지 않게 현대적이다.

이는 권력자의 제왕적 절대권력을 제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한국 법률 갈아 엎고 함무라비 법이나 들어왔으면 좋겠다.

 

 

 

영화 300. 아마 대부분 봤을 것이다. 페르시아가 아테네를 공격한 전쟁. 이 전쟁으로 페르시아와 아테네, 스파르타의 국력이 약해지고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가 그리스를 시작으로 페르시아, 인도까지 정복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왜 이 때 알렉산드로스가 잘나갔나 싶었다.

이 책에서는 알렉산드로스를 그냥 정복군주로 표현한다. 가만히 보니 알렉산드로스는 계속 이곳저곳 공격만 했지 그 곳을 통치하려는 모습은 없었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하면 나오는 것이 헬레니즘이다. 이는 수준 높은 그리스 문화를 미개하고 야만적인 오리엔트에 이식했다는 시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212~) 당시 페르시아의 문화가 과학, 제도, 예술 등 그리스를 능가하지 못할 분야가 없었다. 알렉산드로스 사후 그의 휘하 장군들에 의해 오리엔트 지역 여기저기 세워진 그리스계 국가들이 하나같이 오리엔트 지역 문화에 동화되어 점차 소멸되어간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들어본 말일 것이다. 그런데 그 이전 페르시아에 왕의 길이 있어 다리우스 대제 시절 제국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2,699킬로미터의 도로가 있었다고 한다.(188~) 이것이 로마 시대 아피아 가도의 전형이 되었다고 한다.

로마 하면 기억나는 것 중 둘은 도로와 수로인데, 이미 페르시아에도 수로가 있었다고 한다. 이란 전역에 카나트라 불리는 지하 수로 시설이 5만 개 이상이라고 한다.

로마인 이야기시리즈를 꾸욱 참고 다 읽었는데, 더 잘나가는 놈이 있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예수 탄생을 기리는 크리스마스는 나라마다 종파마다 다르다. 아르메니아 정교, 러시아 정교, 그리스 정교, 그루지아 사도 교회는 17일을 크리스마스로 한단다. (275)

 

 

 

십자군 전쟁. 예루살렘의 회복은 말도 안되는 구실이라는 건 안다. 그럼 이 동네는 십자군 전쟁을 어떻게 평가할까. 십자군 전쟁으로 예루살렘이 넘어간 건 한 번 뿐이고, 오히려 전쟁 덕에 서구권이 이슬람의 문명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이슬람의 확산은 무력을 강요해서가 아니다. 관용과 포용정책을 편 덕분이다. ‘한 손에 칼, 한 손에는 코란이라는 수사는 토마스 아퀴나스가 정립해놓은 극도의 이슬람 혐오사상이다.(334)

 

십자군 전쟁 영화에 꼭 등장하는 인물이 살라딘이다. 십자군은 예루살렘의 무슬림을 학살하였다. 그러나 살라딘은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학살을 금지했다. 살라딘이 이슬람 세계보다 유럽에서 더 칭송받는 배경이다. 이슬람에서는 이런 것을 당연히 여겨 이슬람 세계에서는 살라딘의 존재가 서구만큼 부각되지 못하는 이유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역설이다.(365~)

 

몽골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할까. 이슬람의 문화도 몽골군에게 파괴와 약탈을 당했다. 그래서인지 유럽의 역사학자들은 칭기즈칸의 정책, 군사전략을 연구하며 칭기즈칸을 우상화하고 그의 영웅담을 확대 재생산해왔다. 이 부분은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몽골 지도층이 무슬림과의 접촉을 통해 이슬람의 문화가 아시아 전역에 확산하는 계기로 본다.

 

무굴 제국의 아크바르라는 왕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아크바르는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여 제국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종교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능력에 따라 인재를 등용하여 제국을 운영했다. 아크바르 시대 무굴 제국이 번영할 수 있었던 이유다. (615쪽)

많은 제국들에서 드러나는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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