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흥미롭다.
나는 책을 보면 뒷부분을 먼저 확인하기도 한다.
소설 같으면 ‘작가의 말’같은 게 나오면서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뭐 그런 것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고
번역서의 경우 ‘역자의 말’같은 게 나오면서 번역서에 대한 역자의 짧은 견해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에는 참고문헌이 나온다. 그 모든 참고문헌이 영문으로 되어 있어 남조선의 그 어느 독자도 전혀 참고하지 않을 것 같은 참고 문헌이 40페이지 넘게 나온다.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참고문헌의 앞에는 ‘감사의 말’이 두 페이지에 걸쳐 나온다.
대부분 책의 ‘감사의 말’과 비슷하다. 감사를 표시해야 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나열한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감사의 말을 다음과 같이 맺고 있다.
“대학교 3학년 시절, 작가가 되고 싶다는 내 말에 대놓고 크게 웃은 여자 친구에게도 감사한다. 고마워, 덕분에 마음이 더 굳었어.” (334쪽)
재미있게 읽기 좋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도 않으면서 쉽게 읽힌다. 보통의 성공학 책과는 다른 점이 괜찮다.
누군가의 뒤를 쫓지 마.
그래선 결코 앞지를 수 없어!
책 속으로
책 내용 중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내가 흡연자이다 보니 담배 얘기가 나오면 조금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버티기도 힘든 수용소에서 구하기 힘든 담배 한 대를 구해서 피운 뒤 철조망으로 달려가지 말라는 얘기가 나온다. 긍정적 사고에 관한 얘기인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생각났다. 뭐 어짜피 죽을건데 가스실에서 죽던, 철조망에서 죽던 뭐가 상관일까 생각도 든다. 죽기 전까지 아들에게 희망을 주는 <인생은 아름다워>의 아버지 같은 모습도 있겠지만.
고등학교 3학년때 수학 시험에서 4점을 맞은 친구가 있었다. 전형적인 수학 포기자다. 수학 선생님께서 웃었다. 정답 다 피해가면서 찍은 능력도 대단하다고. 한 번은 이 친구가 아주 기본적인 미적분 문제를 들고 와서 이거 어떻게 푸는 거냐고 나에게 물었다. 이 녀석은 미적분을 아예 할 줄 모르고 있었다. 문제 푸는 방법을 알려주고 쉽게 풀 수 있는 기본적인 문제 몇 가지를 체크해주고 풀어보라고 했다. 이 녀석은 중2, 고3을 같은 반을 했다. 중학교 때 책가방에 빗, 거울, 무스를 넣어 갖고 다니던 녀석이다. 그러던 녀석이 경찰이 되어 순경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경감이다. 경감이라 하면 무궁화 두 개이다. 경찰서의 경찰서장은 무궁화 네 개. 경찰서의 넘버 투 레벨인 무궁화 셋인 사람이 아홉 명 정도 있고, 그 다음 레벨 급이라 보면 된다. 수학 4점의 수포자도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물론 이 친구가 최정상급으로 성공했다는 말은 아니다. 다 알아서 잘 산다. 인생에서 공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적다.
이 친구가 생각난 이유는, 책의 1장에서는 성적과 관련된 얘기를 한다. 고등학교 수석 졸업생은 대부분 자기 직업에서 ‘제법’ 성공하기는 했지만 최정상으로는 못 나갔다고 한다. 그들은 미래를 꿈꾸는 비전가가 되지 못하고 제도권에 안주한다고 한다. 성적은 성실함의 지표일 뿐이다. 그리고 한 분야에만 열정과 재능이 있는 학생은 종합적인 성적이 좋을 수 없다. 그러나 학교 이후의 사회에서는 한 가지 능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나머지 능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 부분은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다.
책 속에는 ‘터칭 더 보이드’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본문 내용 직접 인용.
이틀 전에 조와 사이먼은 페루 안데스 산맥의 시울라 그란데 봉 등정을 시작했다. 시울라 그란데는 해발 6,400미터나 되는 남반구 최고봉이다. (107쪽)
이 얘기로 시작되는 조 심슨의 스토리는 일단 미뤄둔다. 아는 사람은 아는 거고 모르는 사람은 책을 읽어보거나 영화를 보면 될 것이다.
사실관계만 확인한다. 시울라 그란데는 6,344m이고, 남미 최고봉은 아콩카구아로 6,961m이다. 저자가 제대로 확인 안하고 잘못 쓴 건 역자나 출판사에서 확인하고 수정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된다.
술과 담배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애주가는 금주하는 사람보다 벌이가 10퍼센트나 높다.(179쪽)
흡연과 다르게 음주는 사회 활동과 이어지고 음주는 유대관계를 쌓고 인맥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희망을 갖자. 내가 술을 안 마셨으면 수입이 10% 줄었을 거란다.
행복이 성공을 이끄는 경우는 많지만
성공이 행복을 이끄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람들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일에 미쳐 산 것이다. (중략) “남들이 내게 원하는 인생 말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인생을 살았어야 했어. 조금이라도 용기를 냈어야 했는데.” (267쪽)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서 후회는 없는데 돈도 없다.
주당 근무가 55시간을 넘어가면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하고, 70시간 일하는 사람은 그 15시간만큼의 추가 근무에 해당하는 추가 생산성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이 추가로 더 생산하는 것은 오직 스트레스다. ‘소시오 이코노믹스 저널’에 실린 논문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줄어드는 행복이 초과 근무 수당으로 늘어나는 행복보다 크다고 말한다. (285쪽)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퇴근이 늦기로 유명한 삼성에 다니는 선배가 이른 퇴근을 접하며 이렇게 말했다. “예전처럼 그렇게 회사에 오래 붙어 있지 않아도 회사는 잘 돌아가.” 후보 시절 주 120시간, 총통 각하가 되고 나서는 주 69시간을 검토하라는 굥은 이 책을 안 본 것이 확실하다.
외향적인가 내성적인가. 자신감인가 자만심인가. 워커홀릭인가 워라벨인가.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해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양쪽의 장단점을 잘 설명한다.
그러면 이 책의 결론은 무엇일까.
책에서는 ‘합’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대표 강점과 가치가 합을 이루고 있고 그런 강점을 살려주는 환경에서 일할 때, 성취와 의미, 행복을 느끼고 몰입할 수 있다. (331쪽)
자살을 하는 이유가 대개 ‘상황이 가장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더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 때문’ (99쪽) 이라고 한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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