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 교수의 책은 아주 오래간만에 보는 듯 하다.
90년대에 <여자란 무엇인가>를 본 이후 처음인 듯.
<여자란 무엇인가>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은 조금 실망이다.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구어체적 책 제목은 당시로서는 파격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20쪽)
아마도 <고대문자 체계에 있어서의 성(性)의 구조>와 같은 제목이 당시에는 어울린다고 한다.
제목부터 살펴보자.
<난세일기>라 함은 충무공의 <난중일기>에서 따왔다고 저자도 책에서 언급한다. (18쪽)
그리고 정말로 이 책은 ‘일기’이다.
책 앞에 나오는 목차에서도 일기를 쓴 날이 나온다.
2023년 4월 24일부터 2023년 5월 24일까지 한 달 정도의 기간에 14일의 일기다.
(일기를 매일 쓰지는 않으니까)
2023년 6월 15일에 초판이 발행된 책이다.
퇴고하고 20일 만에 책이 나온다? 이게 가능한 건가 생각된다.
이 책은 ‘철학’ 분야의 책으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철학이라고 하기엔 좀.
수필적 성격이 강하다.
아무래도 ‘일기’이다보니 그렇다.
그날그날 저자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내용이 이어진다.
뭔가 한 테마를 잡아서 글을 썼다면 일관된 내용이 이어지겠지만
약간 좀 내용이 중구난방 하는 경향이 있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다가, 기독교에 관한 내용이 나오다가, 동학 얘기가 나오다가, 유학 내용이 나오다가, 유년시절 얘기가 나오다가, 뭐 이런다.
하루의 일기 안에서도 내용이 왔다갔다 한다.
한 테마를 언급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기독교와 동학에 관한 얘기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이 나와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한경직, 김수환은 나오지도 않고 처음 듣는 신학대학 인물들이 나오고
전봉준은 언급이 되기는 했지만 조연에 불과하다.
이름을 처음 보는 동학 관련 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교과서에서 얼핏 언급되었던 퇴계와 기대승의 4단 7정론은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책 속으로
일본군 히로시마 대본영의 병참총감 카와카미 소오로구로부터 인천에 있던 일본군 남부병참감 앞으로 보낸 전보가 지금 남아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84. 10. 27.)
동학당에 대한 처치는 엄렬함을 요한다.
향우 모조리 살육할 것. (43쪽)
■ 당시 일본은 사법권이 없는데 동학농민군에 대한 살육명령은 조선의 주권을 침해한 불법적인 명령이었던 것이다.
■ 윤석열은 올해 봄 미국을 방문해서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언론에서는 영어로 연설을 했다, 박수를 몇 번 받았다는 내용이 언급되었으나 연설문 내용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저자는 연설문 내용 일부를 언급한다.
19세기 말기에 한국에 온 미국의 선교사들은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한국인에게 광범위하게 소개하였다. 이 가치야말로 대한민국의 헌법의 기초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선교사들이 가르쳐준 가치) 우리의 독립운동과 대한민국의 건국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86쪽)
■ 우리나라의 헌법이 선교사에게서 기초한다구요. 선교사의 가치가 독립과 건국에 영향을 미쳤다구요. 도대체 남조선은 어느 나라의 대통령을 뽑은 것인가.
그런데 불행한 사실은 기독교가 로마라고 하는 권력의 행태를 그대로 둔 채 삼켜버렸다는 것이다. 로마제국은 사라지고 대신 기독교 제국이 들어선 것이다. 안병무는 이 사건이야말로 세계사의 방향을 결정지운 가장 비극적 사태라고 말한다.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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