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책을 읽게 되었다.
한 줄 평 – 죽음에 관한 과학적, 통계학적 접근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은 없다.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철학으로 분류하였다.
나라면 의학이나 역사학으로 분류하고 싶다.
‘죽음’이라고 해서 어두운 느낌의 책은 절대 아니다.
베스트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는 못하겠지만, 한 번쯤 읽어보기에 나쁘지 않다.
이코노미스트 선정 올해 최고의 도서
책 소개
<죽음의 역사>는 전염병에서 유전병, 사고, 폭력, 식단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인간의 주요 사망 원인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놀라운 혁신을 일으킨 인류의 역사를 두루 살핀다. 도이그는 이 책에서 역사 전반에 걸쳐 보이는 사망자 수의 급락과 사망 원인의 변화를 도표로 보여주며, 죽음을 좌절시키려는 인류의 노력과 이를 실현 가능케 한 과학의 놀라운 힘을 깨닫게 하고 있다.
저자는 맨체스터 대학의 생화학 교수이다. 그에 걸맞게 죽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역사’라는 책 제목처럼 과거 죽음의 통계와 현재를 비교한다.
영어 원서는 2022년 출간되었다. 하나 아쉬운 점은 코로나에 대한 내용은 ‘언급’ 수준에 그쳤다. 2022년이라면 코로나에 대한 얘기를 할 만도 한 시점인데.
이 책은 초판이 2023년 2월 22일 출간되었다.
(2022년 2월 22일이었다면 얼마나 기록적이었을까)
보통의 책은 앞 표지의 날개에 저자 소개가 나오는 경향이 많은데,
이 책은 앞날개와 뒷날개, 그리고 뒷표지에도 언론과 유명인의 추천사가 나온다.
영어 원제 ‘This Mortal Coil’
이런 제목은 한글로 바꾸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려운 단어가 하나도 없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죽음의 역사>라는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영어 원제보다는 나은 듯.
책 속으로
본문은 1989년 영국의 축구장에서 사람들이 몰려서 밀쳐지고 짓밟혀서 96명이 사망하고 766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으로 시작한다. (19쪽)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건 얼핏 알고 있었다. 당연히 이태원 참사와 비교되며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사망자는 이태원이 더 많지만, 766명이 부상이라는 숫자 또한 어마어마하다.
2016년 WHO 자료 기준으로 기대수명 1위 국가는 일본으로 남자 80.5세, 여자 86.8세라고 한다.
스위스, 싱가포르, 호주, 스페인이 그 뒤를 따른다고 한다.
미국이 31위, 중국이 76.1세로 53위, 러시아가 70.5세로 110위, 인도가 68.3세로 125위다.
하위 37개국은 아프카니스탄을 빼고 모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50쪽)
이 책은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확인해보니 2023년 기준 83.6년이고, 이는 10년 전보다 3년이 늘어난 거라고 한다. OECD 38개국 중 3위라고 한다. 저자가 책에 쓴 자료는 2016년 자료로 시간차가 좀 있음을 고려하자.
이 책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이 딱 한 번 나온다. 한국에서는 출생 후 100일을 축하하는 문화가 있음을 소개한다. (61쪽)
2100년이면 중국 인구는 절정기의 거의 절반인 7억 명으로 줄고, 나이지리아 인구는 4배로 늘어 8억 명이 되어 인도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리라 예측했다. (65쪽)
한국의 인구 감소 폭을 언급하지 않으신 게 아쉽다. 이대로라면 2100년에 2천만 명이 안될 듯 한데
돈과 기대수명은? 일단 기본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오래 산다. 그런데 색다른 데이터도 있다. 네팔은 1인당 GDP가 1,268달러에 불과한데도 기대수명이 81세이고, 중동국가는 그에 비해 부진하다. (67쪽)
그러니 돈하고 수명은 상관관계가 있지만, 예외적인 상황도 있다는 거.
이 책은 총 5개의 부(部)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2부는 전염병에 관한 얘기다.
그리고 2부의 처음을 장식하는 4장의 얘기는 흑사병이다.
흑사병에 관한 얘기를 보면서는 정말 너무나도 끔찍하다.
글을 쓰는 현재 한국 코로나 확진자는 3,400만명이 넘는다.
확진된 걸 본인이 인지하면서 검사 받지 않은 사람들(실제로 내 주변에 있다)을 다 포함하면 거의 전국민이 코로나 확진자라는 얘기다.
지금이야 그냥 감기 수준으로 생각하지만
저 확진자의 절반이 죽었다면, 저 확진자의 1/3이 죽었다면?
그런 상상 속의 일들이 흑사병 유행 시절 일어났다.
사람들은 성당에 모여서 기도로 해결하려 하고.
코로나가 사망률이 낮았기에 다행이다.
코로나가 흑사병처럼 높은 사망률로 유행했다면 우리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잃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행복했을 것이다.
또 하나 궁금했던 건
동양에는 흑사병이 없었을까.
당시 동서양의 교류가 아주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없지는 않았는데
그 전염력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동양에도 퍼졌을 듯 한데.
적어도 고려, 조선사에 흑사병이 있었다는 얘기는 교실에서는 못 들은 듯 하다.
나도 흑사병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그냥 전염병인가 생각했는데
당시에도 외부인 격리 조치는 시행했다고 한다.
질병에 관해 교과서에서도 봤음직한 아저씨 제너. 라틴어로 ‘소’를 의비하는 ‘바카vacca’를 따서 ‘백신’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110쪽)
이 책은 남조선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그.런.데. 북조선에 대한 언급이 4페이지에 걸쳐 나온다. (211~4쪽)
당연히 좋은 내용은 아니다. 정권이 병신 같아서 국민들이 기근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해결책도 제시한다. 물론 전혀 받아들여지지는 않겠지만.
영국인 저자가 나름 한반도를 알고 있다는 것이 좀 신기했다.
비너스? 어떤 생각이 드는가?
당연히 누군가가 그렸던 비너스의 그림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를 따라한 토르소. (233쪽)
당시 시대엔 저렇게 통통한 사람이 나오기 힘들었다.
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이라.
그러니 통통한 몸매가 미인의 기준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미디어에서 접하는 슈퍼모델 같은 몸매는 요즘에나 각광받는 것이다.
책 4부에서는 유전병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 중 ‘헌팅턴병’은 처음 들어봤다.
유전과 관련하여
사촌 간의 결혼은 중국, 한국, 필리핀에서는 불법이며
미국에서도 절반 정도의 주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271쪽)
(현재는 8촌 금지라고 한다. 추가20230827)
그러면
그 외에서는 허용된다는 얘기인데
유전과 관련해서는 근친 간 결혼이 열성인자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 다 아는 얘기 아닌가.
생각 외로 사촌 간 결혼을 허용하는 곳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서구에서 다운증후군이라는 용어는 1965년에 확정되었으며, 그 이전에는 ‘몽골증mongolism’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298쪽)
서구 사람의 시각에서 다운증후군은 몽고사람이라는 얘기다. 지금은 아니지만.
함무라비 법전의 첫머리에는 ‘이 땅에 정의의 규칙을 불러오고, 악함과 악을 행하는 자를 파괴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해하지 않고... 이 땅을 계몽하여 인류가 번영할 수 있도록’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318쪽)
■ 함무라비 법전은 지금 현대 법 보다 나은 점이 많다.
책 참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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