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서 얼쩡거리다 이 책이 눈에 띄어 골랐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그렇다. 제목 때문이다.
난 솔직히 이렇게 명쾌한 제목의 책을 좋아한다.
특히 사회학 서적이라면.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세계사 서적으로 분류하였다.
이 책 한 줄 평
재미있다.
우연히 고른 책이 재미있어 기분이 좋다.
(반면에 누군가 추천 또는, 있어 보였는데 별로면 기분이 나쁘지.)
제목 얘기가 나왔으니
원제 ‘Ghosts In the Neighborhood’
한국말로는 ‘이웃에 떠도는 유령들’(역자)보다는 낫다.
원제는 그럴 듯 하지만 와 닿지 않는 제목이다.
이런 제목을 싫어한다.
한국 제목과 원제는 한참 거리가 멀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한국어판 제목을 꼽고 싶다.
원서는 2023년에 나왔으며
한국어판은 2024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 소개를 먼저 보자.
저자 월터 F. 해치
주요 연구 분야는 아시아 정치, 비교 지역주의 및 지역화, 국제 안보 등이다.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 지역 무역 협정, 일본의 정부-기업 네트워크, 일본과 한국의 미군 기지, 중국의 시민사회 등에 대해 가르치고 연구하며 글을 쓰고 있다.
당연히 책을 보면 앞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를 먼저 보게 된다.
아시아 쪽을 많이 연구한다는 건 알겠는데
과연 한국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자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알고 있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 이승만은 한국의 후견 국가인 미국이 내세운, 아주 무능한 지도자는 아니더라도 부패한 지도자였다. (111쪽)
- 미국에 정치 기반을 두고 미국인들이 선호한 정치가인 이승만이...... (267쪽)
- 일본과의 수교는 1961년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직 일본 제국군 장교 박정희에게 넘어갔다. (저자가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알고 있다니깐) (111쪽)
- 한국의 새로운 군사 독재자 전두환은......(생략) (113쪽)
- 또 한 명의 군부 지도자 노태우가...... (‘나, 이 사람, 보통 사람입니다’라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114쪽)
- 1992년, 민간인이었던 김영삼은 일부 사람들이 한국 최초의 자유롭고 공정한 대통령 선거라고 간주하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표현이 적나라하다.) (116쪽)
- 박근혜 대통령은... (중략) 엽기적인 부패 스캔들은 그녀를 탄핵(그리고 결국 수감)으로 이끌었고, 새로 치러진 선거에서는 문재인이 이끄는 중도좌파 정부가 들어섰다. (‘엽기적’이라는 단어를 이럴 때 쓰는구나. 원문은 뭐였길래 저자는 이렇게 번역했을까. 매국노들은 ‘좌파정권’이라 부르지만 저자는 ‘중도좌파’라고 표현했다. 저자의 설명이 더 정확한 듯) (128쪽)
-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와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대장금>, <겨울연가>도, 그리고 가수 보아도 언급된다. (저자가 생각 외로 한국을 너무 잘 알고 있다.) (118~121쪽)
저자가 정말 아시아 전문가라는 걸 책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사람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 저자 책을 접하면 소름 돋는다.
이 책은 크게 3개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아, 저자는 내 생각처럼 파트를 나누지는 않았다.
첫 번째 부분은 개요와 주축국의 침략 역사 사실
두 번째 부분은 2차 대전 후 독일, 일본과 프랑스, 폴란드, 중국, 한국과의 관계 각론
세 번째 부분은 유럽과 아시아를 대하는 미국의 태도와 국제기구의 역할을 언급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내가 위에서 언급한 두 번째 부분이다.
목차를 살펴본다.
3장 독일과 프랑스: 창조해가는 연합
4장 일본과 한국: 동맹 사이의 적대감
5장 독일과 폴란드: 장막을 걷다
6장 일본과 중국: 호감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위와 같이 2차 대전 이후 각 나라 간의 관계를 언급한다.
부제에서 대충 설명이 다 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연합을 통해 관계를 개선했고
한국과 일본은 자유진영이라는 동맹 속에서도 적대감을 계속 유지하고
독일과 폴란드는 냉전시대 종식 후에 장막을 걷으며 관계가 개선되고
일본과 중국은 경제적 관계는 있었으나 중국의 적대감은 계속된다는 걸 설명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1, 2장을 읽고
일본과 한국을 언급하는 4장을 먼저 읽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게 당연할 듯.
그리고 또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프랑스, 독일, 폴란드의 현대사에 대해서 뭘 아는가?
베를린 장벽 붕괴 말고는 뭐?
가끔 뉴스에 나오는 프랑스, 독일, 대통령, 총리 이름 정도.
그들의 정책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2차대전 이후 이들 국가의 관계를 아는 한국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내용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또또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일본과 중국의 관계도 그렇게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센카쿠인지 다오위다오인지, 그것 때문에 반일, 불매운동이 있었다는 정도.
마오의 대일 정책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이 책은 정말 몰랐던 걸 많이 알려줬다.
이건 아마 어디선가 책에서 사진을 본 듯한 내용인데
독일의 브란트 총리가 바르샤바에서 살해된 유대인의 위령비 앞에서 무릎을 꿇어 반성하는 사실을 언급한다. (167쪽) 이는 1970년에 있었던 일이다.
이 사건에 대한 언급과 해석도 볼 만하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를 갖고
독일은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나 일본은 그러지 않았다 라는 것으로 설명한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자.
독일과 일본의 환경이 달랐고, 그를 대하는 미국의 자세도 달랐다.
요 정도가 책 내용을 언급하지 않으며 소개할 수 있는 정도.
미국에 관한 부분의 소제목을 언급하자면
유럽 : 어머니에서 형제로 (239쪽)
아시아 : 덜 ‘문명화된’ 어린이 (248쪽)
이렇게 미국의 외교정책을 설명한다.
대충 내용이 예상되지 않는가?
저자 나름대로 많은 의견을 제시하지만
독도 문제(중국도 그쪽 섬 문제), 위안부 인정 문제, 강제동원 문제, 교과서 문제,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 일본 우익 정부 관료들이 돌아가며 망언을 언급하는 등등이 반복되는 이상 한일관계는...... 일본이 어떤 모습을 보여도 관계가 개선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적어도.
책을 보고 나서
‘일본놈들은 독일과 달라서 원래 그런 놈들이야’라는 말은 안 나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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