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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설) 폴란드인 : 쿳시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5.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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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먼저 제목부터.

<폴란드인>이라. 원제 <THE POLE>

제목만 보면 사회과학 서적 같은 느낌이다.

폴란드인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책 같지만 아니다. 이 책은 소설이다.

<채식주의자>가 채식에 관한 얘기는 아니듯.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제목을 변경하면 안되나?’

변경을 한다면 저자의 의도에 벗어나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영화 <사랑과 영혼>이 생각났다.

영어 원제 <Ghost>보다는 한글 제목이 훨씬 더 낫다.

 

저자 J.M. 쿳시

1940년생 되시겠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쓰신 소설이다.

그러면서 또 드는 엉뚱한 생각

‘저자는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썼을까, 자판으로 쳤을까’

가끔 만년필을 고집하는 분들이 간혹 있어서.

얼마 전 돌아가신 어느 원로분도 만년필로 계속 원고를 쓰셨다.

 

역자는 저자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올해(2024년)로 여든네 살이 된 그는 여전히 품격이 있는 소설을 쓴다.” (238쪽)

 

저자는 노벨문학상, 세계 최초 부커상을 2회 수상한 작가다.

남들은 한 번 타기도 힘든 상을 혼자서 휩쓸고 다니신 대단한 분이다.

 

옮긴이도 살펴보자

역자 왕은철

전북대 영문과 석좌교수를 역임하셨다고 한다.

그럼 이분도 나이가 상당히 많으실 듯.

많은 상을 수상하시고 다수의 저서와 다수의 번역서가 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은

<J.M. 쿳시의 대화적 소설>이라는 책이 있다.

한 외국 작가의 글에 관해 책 한 권을 쓰셨으니

작가도 역자도 한가닥 하는 분들이라 하겠다.

 

소설의 내용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 사랑만큼 얘기하기 좋은 소재가 어디 있을까.

 

역자는 다음과 같이 해설했다.

“소설은 사랑 이야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엄밀하게 얘기하면 사랑의 실패 이야기요, 사랑이라고 꼭 집어 말하기 어려운 사랑 이야기이다.” (228쪽)

 

 

 

노년의 폴란드 피아니스트와 스페인 여인에 관한 내용이다.

남자는 43년생, 여자는 67년생으로 다소 나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온다.

남주인공이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뒷표지에 나오는 어느 추천의 글은 다음과 같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연상케 하는 러브 스토리”

 

나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생각났다.

이 영화를 보면 누구나 한석규가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인공이 죽는다는 설정은 신파조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죽음을 맞이하며 병과 싸우는 한석규의 모습은 없다.(아픈 장면이 있지는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석규는 ‘어느 순간 이미 죽었다.’

주인공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도 없이.

그래서 <8월의 크리스마스>가 생각났다.

 

폴란드 남자와 스페인 여자.

서로 영어로 대화를 한다.

의사소통이 잘 될 리가 없다.

나도 전에 외국인을 사귀면서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기억나는 건 그녀는 ‘coincidence’라는 단어의 의미를 검색해야 했다.

그녀와 나는 우연인듯 인연인듯 알게되었지만

함께 있어도 별 대화가 없고 중학교 수준의 회화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니 문제가 많았다.

책 속에서 주인공은

“당신은 내게 평화를 줘요. 당신은 내게 평화의 상징이에요.”라고 말한다. (57쪽)

폴란드 말로 표현을 했더라면 좀 더 아름다운 고백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은 피아니스트인데 쇼팽의 곡을 바흐 식으로 해석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14쪽)

아, 나의 음악적 무지함이 또 여기서 드러난다.

솔직히 쇼팽 하면 피아노밖에 안 떠오르고, 바흐 하면 교향곡 정도밖에 생각 안난다.

쇼팽의 바흐식은 어떤 것일까.

 

 

 

 

 

책 속으로

 

그녀는 그가 자존심이 상해 화를 내며 응수하지 않았고, 애원함으로써 스스로를 창피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기쁘다. 말할 수 없이 기쁘다. 그가 애걸했더라면 그녀는 그에게서 영원히 돌아섰을 것이다. (135쪽)

 

 

그렇다. 남 주인공은 나이가 많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슬슬 준비 중인데

해야 할 일들, 하고 싶은 일들, 리스트를 쓰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사랑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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