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않았던 책이 괜찮으면 기분이 좋다.
이 책이 그렇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이 책을 추천했는데, 다음에는 누가 추천했는지도 메모해야겠다.
먼저 제목 <익숙한 건축의 이유>
나는 이 책이 유현준이나 김석철 같은 ‘건축’에 관한 책일 거라 생각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책 제목에 ‘건축’이 있으니까.
이 책에서는 ‘유적’, ‘사적’이라 불릴 만한 역사적인 건축물에 관한 내용이 없고
유럽, 중국, 홍콩, 일본 등 외국의 미술관, 성당 등 현대적이며 창의적이고 유명한 건축에 관한 내용도 없다.
책 표지의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한다.
(사실 이런 경우가 훨씬 많다.)
표지의 부제를 살펴본다.
집 현관에서 대도시까지
한 권으로 떠나는 교양 건축 여행
‘나를 위한 도시’에 관한 이야기
건축학에 관한 깊이 있는 얘기가 아니면서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건물과 도시에 관한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비교 설명한다.
‘건축’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책 중에
‘생활건축’을 얘기 한 책은 처음 본 듯하다.
보행자가 편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도로 시스템, 풍성한 녹지와 공원들, 갈아타기 쉬운 버스와 지하철, 질 좋은 공짜 미술관과 박물관, 아이들에 대한 보호와 복지 혜택 등 일상에서 늘 접하는 것들에 관해 얘기한다.
뒷표지의 추천사를 어느 분은 다음과 같이 썼다.
"주변의 익숙한 것들로부터 시작하여 우리 모두를 위한 도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재미있고, 시민 사회의 성숙도를 드러내는 거울인 도시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가득하여 즐겁다. 이 책이 많이 읽혀야 하는 이유이다."
글도 쉽고 양호하고
위트도 있고 (몇 번 웃게 만든다)
다~~~ 좋은데
단점이 하나 있다.
저자는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일을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영국과 한국을 비교하는 내용이 많은데
그러다보니 약간 ‘영국빠’같은 느낌이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책 내용으로 강의하고 나서 런던만 그렇게 좋냐고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374쪽)
나도 영국은 못 가봤는데
영국은 이런 점에서 한국과 많이 다르구나 생각 들었다.
다음에 영국이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를 보면 유심히 봐야겠다.
저자는 건축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건축 관련 상도 받은 적이 있다.
울산 북구의 매곡도서관은 저자가 공모전에서 당선된 프로젝트라고 한다.
울산에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 관심 갖고 봐주시길.
저자의 의견에 대부분은 동의하는데, 화장실 부분은 좀.
남녀의 구별이 없고 장애인, 일반인 구별이 없는 ‘모든 사람을 위한 화장실’, ‘성중립 화장실’
구별 하지 않는다는 개념은 좋은데
화장실 부분에서도 그런 걸 동의하는 한국인은 얼마나 될까.
유럽에서 공용 샤워실에서 살짝 당황하기도 했었다.
등하교를 부모나 보모가 함께하는 문화에 관해서도 조금은.
저자도 영국에서 일할 때는 보모를 고용했다고 한다.
내가 그런 식으로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해서.
학교는 그냥 알아서 가고, 알아서 오는 거지. 이렇게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하교 시간 초등학교 정문 앞에 서 계시는 어머니, 할머니들을 보면 굳이 뭐 저렇게까지라고 생각한다.
최근 대전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사건 이후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대책이 부모에게 아이를 직접 인계하기라는데
정작 사건은 ‘학교 안’에서 일어났다는 건 고려하지 않은 대책인 듯

책 속으로
영국에서는 퇴근 후 펍(우리로 치면 호프집)에 가서 앉지 않고 서서 맥주를 마신다고 한다.
나는 힘에 부치기도 해서 앉아서 흑맥주인 기네스를 마셨는데, 애들이 흑맥주는 할머니들이 마시는 거라고 이야기해 줬다. (156쪽)
■ 엥? 그래? 흑맥주가 대체로 조금 더 도수가 높고 씁쓸한 깊은 맛이 있지 않나.
나도 도서관을 일주일에 2회 이상 가는데, 영국 도서관은 참 많이 다르구나 생각 들었다.
그중 가장 감동적인 내용.
정말 감동적인 건 아이들 책은 아무리 늦게 갖다줘도 연체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178쪽)
■ 궁금해서 다시 한번 내가 주로 이용하는 도서관의 규정을 살펴봤다. 당연히 아동도서에 관한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또 더 당연히 아동도서를 빌려본 적도, 연체한 적도 없어서 모르겠다.
런던에는 6차선의 넓은 도로는 메인 도로에나 존재한다고 한다.
그럼 차가 많이 막히지 않을까 생각 들지 않는가?
그에 대한 해법을 저자가 제시한다.
세종대로는 광화문 광장이 설치되기 전에는 20차선 도로였다. (224~5쪽)
이 보행신호를 놓치면 다음 보행신호까지 3분 넘게 기다려야 하기때문에, 그러면 그동안 버스 몇 대를 또 놓치기 때문에 엄청난 괴력을 발휘해서 달리신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신호가 이렇게 짧은 게 국민 건강 증진에 어느 정도는 기여하고 있는 것인가 알쏭달쏭해진다. (234쪽)
(재건축과 관련하여) 그 시장의 엄청난 이윤은 어떤 대리급 사원에게 수십억의 퇴직금을 준 사건이 충분히 말해 줄 것이니 이쯤하자. (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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