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머리가 차가워지는 책을 봤더니 머리가 얼어버렸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읽고 싶었다.
우파 정권(매국노 집단의 왼쪽에 있다고 해서 '좌파정권'이라고 부르면 안된다.) 집권하의 신자유주의체제 안에 살면서 사회민주주의 국가의 삶이 부러웠고 그 내면을 알고 싶었다. 가 볼 엄두는 못내도 들여다 볼 엄두는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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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자 나유리씨
저자 나유리(Yuri Na)는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7년 1월 핀란드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알토 대학교(Aalto University)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고, 문화적ㆍ인간 중심적ㆍ지속 가능성의 관점에서 현대 공예를 재정의하여 2012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알토 대학의 디자인ㆍ문화 연구센터에서 박사 후 연구원 및 교육 강사로 재직하다가, 2014년 2월 한국으로 귀국하여 현재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공예디자인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공동저자인 미셀은 나유리씨의 남편이며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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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이미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언론 보도와 서적 출간을 통해 핀란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과장해서 말하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우리 역시 어쩌면 또 하나의 거품을 더하는 격이 될지 모르겠다는 우려를 했다. 그래서 마치 ‘한국의 대표 음식은 불고기’라는 식의 한정된 시각과 얕은 정보만의 단편적 모습을 기술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다. 단순한 문화 비교나 문화적 편견 혹은 숭배의 함정에 빠져 또 하나의 핀란드 찬양 서적을 출간하는 것은 우리가 목적하는 바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문화·교육 등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시각을 유지하고자 했다. 우리는 헬싱키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이웃들과 동료들, 친구들의 이야기와 모습을 이방인의 시선에 담아 기록하였다. 우리는 우리의 낯선 시선을 다양한 방면에서 이 책에 담아보고자 했다. 객관적이며 정확한 정보 전달을 바탕으로, 조금은 더 생동감을 더해줄 것을 기대하며, 우리의 학교 및 일상생활, 그리고 일터에서 체험한 우리의 이야기도 이 책에 담았다. (5-6쪽)
우리의 원래 계획은 12시에 도착해서 영업을 개시하는 것이었으나 도착해보니 벌써 1시가 다 되어 있었다. 우리는 식사 시간을 놓친 것 같다고 울상을 지으며 부리나케 테이블 세팅을 시작했다. 그렇게 공원 한구석에 우리의 소박한 음식을 진열하는 순간, 첫 손님이 다가왔다. 사실 다가왔기보다 뛰어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첫 손님은 우리를 찾아 한 시간이나 공원 안을 배회하다가 조금만 더 찾아보고 이제 아무거나 먹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 우리를 발견했다며 기뻐했다. 레스토랑 데이 앱에서 한국 음식을 찾아보고 왔다는 20대 중반의 아가씨 산드라는 공원 안 30여 개의 레스토랑이 선보인 다양한 음식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우리를 찾아냈다. 고마운 마음에 우리의 비즈니스 마인드는 순식간에 날아가버렸고, 우리는 곧 돈을 내고 음식을 사 먹어준 첫 고객과 함께 한국 음식에 관한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팔기 위해 만들어 온 수정과와 유자차를 계속 따라주면서 자연스럽게 잔디밭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정말 순식간에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0인분만 준비했던 채식주의자용 김밥은 금세 품절이 되었고, 가장 가격이 비쌌던 김밥 스페셜 여섯 개만 빼고 모든 김밥이 팔려나갔다. 사람들은 우리를 둘러싸고 앉거나 서서 음식을 먹었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27-28쪽)
레스토랑데이에 관한 이야기다. 각자 만든 음식을 판매하며 이웃과의 정을 나눈다. 한국이라면 세금 안낸다며 반대할 것 같다. www.restaurantday.org 를 참고
헬싱키에 공동 농장이 만들어진 이후 텃밭을 분양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매년 늘어났고, 대기자가 수천 명에 이르자 더 이상 공공기관의 힘만으로는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한 환경단체가 매우 기발한 대안을 제시했다. 1995년에 설립된 핀란드의 비영리 환경 단체 ‘도도(Dodo)’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도도는 즐겁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들고자, 2009년에 ‘게릴라 가드닝’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게릴라’라는 말 그대로 어느 한 지역에서 계속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땅을 활용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50쪽)
서울시청에서도 공동농장을 운영한다. 서울에도 군데군데 농장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곳들의 운영 주체는 누구인지 모르겠고, 서울시청에서 운영하는 공동농장은 '경기도'에 있다. 서울에는 없다. 작은 텃밭 농장을 운영하면서 이웃과 만나고 농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열섬효과를 낮추는, 서울시청에서 운영하는 공동농장은 경기도에서 그 위력을 발휘한다.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 부부가 만난 모든 핀란드인들은 세금에 대해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즉, ‘세금을 줄이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세금을 적게 내고 더 많은 자본을 자신의 손에 쥐고 싶은 게 일반적인 인간의 심리가 아닐까? 세금이 직접적으로 복지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믿는 핀란드인들에게 적은 세금은 보편적 복지를 약화시키는 주범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대부분의 핀란드인들은 세금을 줄이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71쪽)
인구가 적은 핀란드에서 그들끼리의 치열한 경쟁은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 아니었다. 보다 나은 행복한 사회를 꾸려나가기 위해 핀란드 정부는 경쟁이 아닌 학생 간의 ‘협동’에 가치를 두는 방향으로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핀란드 학교에서는 수학과 외국어 과목의 경우에 3단계로 우열반을 나누어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경쟁에 의한 교육을 지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1985년부터는 우열반 제도가 법적으로 완전히 폐지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등수 제도를 금지시켰고,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낙제시키는 제도 역시 사라졌다. (80쪽)
핀란드 감옥에서는 남녀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함께 살 수 있으며, 방문객이 오는 것을 권장하고, 공부를 하고 기술을 배우는 것도 원하는 대로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살인죄로 감옥에 온 이들의 미용 교육현장에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전문 교사만 있을 뿐 무장한 감시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소개하는 이 글은 죄수의 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다른 문화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76쪽)
503도 기술 좀 배우시지
한편 핀란드가 1위, 한국이 2위를 차지한 2006년 피사(PISA-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결과가 발표된 후 한국 언론에 재미있는 기사가 소개되었다. 한국의 교육 관계자가 핀란드 관계자를 만나 "허허, 근소한 차이로 저희가 졌습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상대 핀란드인이 "저희가 큰 차이로 앞섰습니다. 핀란드 학생들은 웃으면서 공부하지만, 그 쪽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하지 않습니까?"라고 응답했다는 내용이었다.(81쪽)
부끄러운 이야기다. 우리의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핀란드의 교육과정 중에는 시험이 없다고 한다. 시험이 없으니 성적이 없고 등수가 없다. 불특정하게 치르는 쪽지시험 정도는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핀란드에 거주하는 한국인 지인이 자신의 딸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담당 선생님과 상담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지인에게 진지한 우려를 표하면서, 세 살이면 숫자 3까지만 알면 되는데 아이가 10 이상을 알고 있다며, 혹시 집에서 지나치게 아이에게 숫자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봤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숫자에 대한 개념을 알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87쪽)
음, 아이는 없지만, 나도 핀란드에 살 준비는 안된걸로.
근데요...... 저는 숫자를 얼마까지만 알면 될까요?
알토 예술 디자인 대학교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나 연구에 필요한 장학금을 스스로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일년에 세번 있다. 이는 학회나 디자인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 표 값, 호텔 숙박비, 행사 참가비 등 자신의 예산과 계획을 적어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로, 한국의 대학에서 주는 성적 장학금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학점에 의해 차등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게끔 최소한의 뒷받침을 해주는 제도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학생이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자신의 작품을 국제 디자인 박람회에 출품하지 못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핀란드에서 대학교란 학생들에게 가장 든든한 우원자인 셈이다.(270쪽)
학비는 없는데다가 단체 기숙사가 아닌 일반 주택을 제공해주고 용돈을 지급하고 대중교통과 병원을 싼 가격으로 이용하게 된다고 한다. 교육에 관한 부분을 얘기할 때는 너무 부러웠다. 또한 이런 혜택이 외국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한다. 삶의 문화에 대한 부분이야 선진국이라면 그럴수 있겠지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교육에 대한 부분은 강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이 부분은 미국인인 남편 필자인 미셸도 놀라는 점이다.
버스 중앙 문을 통해 유모차를 싣는데, 한 버스당 유모차 두 대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람들은 유모차를 싣는 공간에 간이 의자를 내려 앉아 있다가도 유모차가 들어오면 금새 자리를 비워주고, 종종 유모차를 버스에 싣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중앙문으로 탑승한 보호자는 버스기사에게 따로 요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달리는 차 안에서 아이의 유모차를 두고 앞으로 가서 요금을 내고 온다는 것이 아이의 안전에 해롭기 때문이다.(273쪽)
엄마와 버스에 관한 일화가 이 정도인데 나머지가 어느 정도일지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란다. 상상을 초월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버스에서 유모차와 휠체어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한국이라면 중앙으로 탑승해도 중앙문에서 카드로 요금을 결재해야한다.^^;; 출산휴가가 105일 인데 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을 제외한 105일 이란다. 한국은 90일인데....... 찾아봤는데 '근로일수 90일'이라는 규정은 찾지 못했다. 전에 회사에서도 그냥 토탈 3개월 휴가를 쓰셨던 걸로 기억난다. 다 부러웠지만 교육과 육아, 보육정책 부분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박사과정때 미학을 가르치셨던 교수님은 영어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에세이 숙제를 내줄 때 이 6개국어에 스페인어까지 더 해 7개 언어 중 한 언어로 페이퍼를 써 오면 된다고 해 순간 '뜨악'했던 기억이 난다. 나를 보며 하시던 말씀은 한술 더 떴다. "한국어 배울 시간은 없었네. 미안하네." (344쪽)
저자의 전공이 공예 디자인임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이 교수님도 예술 디자인 교수님이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언어학과 교수님이 아니다. 중학교때까지 시험도 안치는 나라가 어떻게 몇 개 국어를 익혔다니 부러울 뿐이다.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도 책에 나온다.
부러우면 지는거다.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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