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소설 중에는 드물게 양장본이다.
그렇게 두꺼운 책도 아닌데 왜 양장본을 택했을까 궁금해졌다.
간혹 두꺼운 책 중에 양장본이 아닌 경우는 책이 갈라지는 경우가 있다.
시집처럼 좁고 긴 판형이라 글이 많지 않아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악보와 여행하는 남자>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일단 ‘음악’을 기본으로 한다. 음악에도 여러 장르가 있지만, 음악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음악에 전혀 조예가 없는 나같은 사람도 읽기에는 무난하다.
소나티네, 바가텔, 아리에타, 미뉴에트. 이 중에 아는 건?
미뉴에트는 들어봤는데 뭔지는 모르겠고, 나머지는 들어보지도 못한 음악 용어다. 책에서는 이런 음악용어에 대한 주석이 달려 있고, 이런 거 다 몰라도 소설을 읽는 데는 지장 없다.
책 안에는 여섯 개의 소설이 있는데
각각의 소설이 하나의 스토리를 갖고 있으며 나름의 반전이 있는 소설도 있다.
내용에 관한 얘기는 요기까지.
한 줄만 더 쓴다면
극장에서 영화 <식스센스>를 보고 나오면서 “부르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라고 말하는 꼴이다.
각 소설이 유럽의 여러 나라와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그 중에선 루마니아가 나오는데,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서유럽은 많이 가봤지만 동유럽은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가본 적이 없다.
소설을 전체적으로 평하자면,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치가 떨리는 묘사도 없고, 상상을 뒤집는 반전도 없고, 미스테리도 약하다.
이런 책을 왜 읽었냐고요?
“그냥 생겼어요.”
셰익스피어나 디킨스에 비해
작품이 치졸하다고 비판당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아예 없었던 걸로 취급된다.
얼마나 굴욕적이고 억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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