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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하얀 가면의 제국 (리뷰)

by 안그럴것같은 202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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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박노자 교수의 책이다.

한국 국적이지만, 한국사람이라고 하기 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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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결국 무력으로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을 서구 중심 자본주의 세계 체제에 강제 편입시킨 영국 등 서구의 야수들을 '진보된 나라'로 보고 관세를 매길 권리도 빼앗긴 채 상품을 사서 서구의 발전에 재정을 보태야만 했던 주변부 국가들을 '발전이 뒤진 나라'로 본다면, '힘이 곧 발전의 동력이자 정의'라는 제국주의의 사회진화론적 이데올로기를 암묵적으로 긍정하는 것이 아닌가? P.16

 

 

유럽적인 근대를 조선을 포함한 모든 사회 발전의 필연적인 결과로 생각하거나, 어떤 야만적인 억압을 수반해도 유럽형 자본주의적 근대라면 무조건 선(善)으로 보는 것도 같은 본직의 옥시덴탈리즘에 걸려 있다고 봐야 한다. 식민지 시대를 악으로 보든 선으로 보든 간에 서구적인 근대가 무조건 기본 척도가 되는 것이다. P.17

 

 

세종대왕을 '가장 존경하는 역사 인물'로 뽑는 것은 우리의 일반적인 역사 인식이지만 그 당시의 사민(徙民)정책(남쪽 지방의 민호를 북방으로 옮김)이 교과서에서 말하는 '국토의 균형적 발전'뿐만 아니라 강제적 사민의 대상이 된 수많은 빈농에 대한 국가적 폭력이었다는 사실도 아울러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P.22

 

- 사민정책...... 세종대왕, 비판하기 힘든 사람이다.

 

 

 

 

 

 

 

웬만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토스토예프스키를 안 읽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에서, 과연 도스토예프스키가 열렬히 '애국적으로' 사랑했던 조국이 이미 200년 동안이나 탄압, 학살해 온 체첸 민족의 독립투쟁사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있는가? '중국붐'은 거세게 불고 있지만, 티베트를 '공포와 미신, 무지의 나라'로 보려는 중국 지식인들의 '제국적인' 오리엔탈리즘에 맞선 티베트 망명 학자의 투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나? P.25

 

- 도스토예프스키, 체첸.    중국,티베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을 아프게 하는 재주가 탁월하시다.

 

 

 

b4**erain | 2011-02-12 | 추천: 0 | 
 하얀 가면의 제국은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이다. 초판 1쇄가 2003년 발행되었고 2006년에 7쇄를 발행할 정도로 꾸준히 독자들의 손길이 머무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박노자는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라는 본명을 가지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박사를 받은 뒤 2001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현재는 오슬로 국립대학 부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인 아내와 아들 '유리'와 함께 지낸다. 박노자는 어느 한국인보다 더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으며 늘 거침없는 비판으로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사회에 팽배한 서방 선진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왜곡된 인식을 깨뜨리기 위해 쓰였다. 저자는 우리 속에 내재된 서구적 척도로부터 해방된 현재와 과거에 대한 인식의 틀을 새롭게 정립할 때야 비로소 우리들이 뒤집어쓰고 있는 하얀 가면을 벗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P.20) 저자는 이를 위해 동양을 타자화하여 비하하는 서구중심주의적 인식인 오리엔탈리즘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서양을 정형화, 범주화하는 '서양/비서양'식의 이분법적 인식으로 서양을 '악'으로 그리는 부정적 옥시덴탈리즘과 선망의 대상으로 보는 긍정적 옥시덴탈리즘 가운데 긍정적 옥시덴탈리즘을 비난하며 서구 사회의 더럽고 추악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박노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물 안 개구리인 우리 한국 사회에 노르웨이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전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미국에 대한 이해와 선호도는 높지만 그 외의 국가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관심 부족과 정보 빈곤에 허덕인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닌지 의아해진다. 하얀 가면의 제국에서 박노자는 북유럽인들의 성생활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북유럽인들은 성생활을 15-16살부터 시작하는 것이 인체의 자연스러운 리듬에 맞다고 생각한다. 스웨덴 성의학자들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교 학생(남학생) 가운데 약 54%, 그리고 여성(여학생) 가운데 64%가 이미 성을 경험했다. 성관계까지는 아니라도 연애를 해본 고등학생들이 90%를 넘는다. 어른들도 이 같은 현실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인다. 부모는 고등학교 딸의 남자친구가 집에 놀러 오면 밤에 딸과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딸이 바깥으로 나돌지 않고 집에서 안정된 마음으로 섹스를 한다는 것이 부모의 걱정을 덜어준다." (pp.67-68) 
  
  저자는 스칸디나비아를 섹스의 낙원이라기보다는 연애의 낙원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왜냐면 그 곳 사람들의 연애관이나 성관념도 나름 규칙이 있으며, 그 규칙은 도덕률로 작용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사회는 어떤가? 
  
  "여성 억압의 최악의 형태인 매매춘 산업이 스칸디나비아에서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파트너 모색의 자유가 충분히 주어진 이 지역에서 매춘녀를 찾는 남성은 흔치 않다. 노르웨이 남성 중 11%만이 여성의 성을 매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한국 남성의 경우에는 절반 정도가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p.71) 
  
  그러나 저자의 시선이 북유럽 사회의 성관념을 극찬하는 것에서 머물지는 않는다. 저자는 부부를 '일심동체'로 보는 한국 사회에 비해 영원한 '타인'으로 보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사회 분위기가 잃어버릴 수 있는 가치에 대해 경고하기도 한다. 
  
  "성관계, 결혼의 상대자를 남이 아닌, 자신이 평생 돌보아야 할 존재로 생각하는 책임감에도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따뜻한 무언가가 들어 있지 않을까? 사회 발전의 화려한 이면에는 따뜻함을 잃어버린 고독한 삶이 있을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p.72) 
  
  책이 진행될수록 흥미가 더 해가는 것이 사실이다. 전쟁과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미국의 명백한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대목에서는 반가움이 일렁인다. 특히, 살인마에게 준 노벨 평화상에 대해 우리 한국 사회가 맹목적 '애착'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는 걸 보면, 최근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이 땅에서 나오길 간절히 바라는 저질 언론이 한 늙은 시인의 집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다 낙마 소식이 전해지자 허전한 마음을 뒤로 하고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떠올리게 한다. 다이너마이트를 팔아 번 돈으로 만든 불투명하고 주관성이 강한 심사 과정을 통해 주어지는 그 상이 그렇게 중요할까 하는 의구심이 인다. 부끄러운 우리들의 모습에 화가 치민다. 
  
  "번쩍거린다고 다 금은 아니다. 더 이상 외국의 그 번쩍거리는 '권위'에 마음을 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코가 막혀 있지만 않으면 서구의 각종 상에서 썩고 피비린내 나는 냄새를 얼마든지 맡을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의 화려한 '권위'의 실체를 알고 나서 주체적인 참된 세계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p.181) 
  
  미국을 비롯한 서구 중산층 젊은이들의 '대안적 사상' 찾기에 나선 1960년대부터 인기를 끌어 '선(禪) 붐' 만들기에 크게 공헌한 루마니아 출신의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였던 엘리아데(1907-1986)와, 일본 출신으로 미국의 여러 대학 교수를 역임한 바 있는 스즈키 다이세쓰(1870-1966)에 대해 불교와 파시즘의 기묘한 만남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박노자... 그는 이 책을 이렇게 마무리 한다. 
  
  "남을 속박하는 자는 자유인이 될 수 없다는 명언대로 제3세계에 대한 서구의 착취가 중단되지 않는 한, 서구인들의 '자유'를 논하기는 힘들다. 유럽의 진보적 투쟁의 역사를 유심히 연구할 필요는 있지만, '옥시덴트'를 이상적인 지향점으로 설정해 서구 지배층이 만든 함정에 빠질 필요는 없다. 서구 중심의 세계는 우리가 지나가게 된 하나의 단계일 뿐 인류 역사의 종점도 아니고 목적도 아니다. '이상적인 서양'이라는 그림을 말끔히 지워버릴 때 비로소 진정한 세계 평등의 길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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