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면 일단 책 제목을 본다.(너무 당연한 이야기)
제목이 호감이 가면 책을 뽑아서 겉면을 먼저 보고
저자가 모르는 사람이면 저자 소개를 보고
목차를 봐서 대충 내용을 파악하고
언제 출판되었는지, 몇 쇄나 인쇄하였는지를 확인하고
중간 아무데나 펴봐서 읽을만 하면 대출을 한다.
일단 제목
'퇴근길 인문학 수업'
일단 괜찮다.
'냉정한 이타주의자'같은 제목에 비하면 훨씬 낫다.
이 책의 겉면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뒷 커버에 추천사가 있는데, 추천자가 윤후명, 최재천, 손석희 이다.
추천자 끝발 죽인다.
내가 이 책을 대출한 강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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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윤후명(시인)
대학 교육이 실용적으로 재편되면서 인문학의 쇠퇴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져왔다. 사실 문학, 역사, 철학으로 대표되는 인문학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악용되기도 했고 숨겨지기도 했다. 가치관의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의 인문학은 대학을 쫓겨나다시피 나름의 길로 가고 있다. 그러나 지구가 돌고 있는 한 인문학은 대지에 뿌리내려야 한다. 이 알맞춤한 인문학 안내서가 그 길을 친절히 알려주리라 기대한다.
최재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이 책에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읽으면 딱 좋을 길이와 소재의 글들이 듬뿍 들어 있다. 하지만 만만하게 보지는 마시라. 은근히 몰입하게 만든다. 자칫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책으로든 스마트폰으로든 훌륭한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손석희(JTBC 보도담당 사장)
편안하다. 받아든 책의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이다. ‘인문학’ 앞에 ‘퇴근길’을 붙이다니,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진다. 펼쳐보니 그런 생각이 더하다. 아예 요일별로 분류해놓고 유인하고 있다. 인문학이라는 이름의 고루함을 파편화 시킨 다음 다시 큰 덩어리로 부담 없이 묶어냈다. 디지털의 시대에 아날로그가 살아남는 법. 아니 아날로그가 디지털에게 ‘너 따위는 아직 나보다 한 수 아래야!’ 라고 훈수하는 것 같아 흐뭇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세 분이 이 책을 읽지 않고 추천을 했다는 것에 내 전 재산과 한쪽 팔을 건다. 책을 읽었다면 추천할 수 없는 책이다. 손석희의 추천사처럼 '책 제목'만 보고 추천사를 쓰신 듯 하다. 백상경제연구원의 파워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백상경제연구원이다. 서울경제신문의 부설 연구기관이다.
이것도 괜찮았지만
실제의 저자는 여러 명의 학자들이다.
목차를 보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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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퇴근길 인문학 수업을 열며
PART1│생존과 공존
제1강 생태계에서 배우는 삶의 원리 │생태학자 최형선
월요일 : 어설픈 변신, 그래도 나는 나다
화요일 : 극한의 압박에서 피어나는 처절한 생명력
수요일 : 암컷은 약자인가
목요일 : 뭉쳐야 산다
금요일 : 전문가들의 고군분투
제2강 너를 이해해 │정신과 전문의 전미경
월요일 : 진짜 정의는 무엇인가
화요일 : 그들은 누구인가 _ 사이코패스
수요일 : 멀고도 먼 무지개 깃발 _ 동성애
목요일 : 삶을 원하면 죽음을 준비하라 _ 안락사
금요일 : 인권이 없는 곳에서 인권을 논하다 _ 학교와 인권
제3강 너와 나 그리고 우리 │작가ㆍ영화칼럼니스트 강안
월요일 : 누구도 그럴 권리는 없다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더 헌트〉
화요일 : 말없이 실천하는 한 사람의 힘
프레데릭 백 감독의 〈나무를 심은 사람〉
수요일 : 쉿! 없는 사람처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
장 피에르 다르덴ㆍ뤽 다르덴 감독의 〈자전거 탄 소년〉
목요일 : 어린 왕자는 동화가 아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금요일 : 그들은 왜 남자로 살았을까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의 〈앨버트 놉스〉
PART2│대중과 문화
제4강 스크린으로 부활한 천재들 │영화평론가 최은
월요일 : ‘작업’의 신 피카소
화요일 : 고흐가 남쪽으로 간 까닭은?
수요일 : 전쟁 중에 예술을 한다는 것 _ 르누아르
목요일 : 세기말, 분열된 정신을 장식한 화가 _ 클림트
금요일 : 제자, 연인 그리고 조각가 _ 까미유 끌로델
제5강 연극의 발견 │배우ㆍ연극연출가 박준용
월요일 : 당신과 연극 사이를 가로막는 네 개의 장벽
화요일 : 부유하면 죽고 가난하면 사는 연극의 비밀
수요일 : 키워드로 읽는 연극의 매력 1 _ 공감ㆍ사건ㆍ사고
목요일 : 키워드로 읽는 연극의 매력 2 _ 분위기ㆍ소통ㆍ선택
금요일 : 연극의 기원에서 만난 인간의 본성
제6강 조선의 대중문화 │한문학자 안나미
월요일 : 임진왜란, 한류의 시작
화요일 : 조선시대 인어 이야기 _ 유몽인의 《어우야담》
수요일 : 조선의 백과사전 _ 이수광의 《지봉유설》
목요일 : 조선 최고의 식객 _ 허균의 《도문대작》
금요일 : 선비, 꽃을 즐기다
PART3│경제와 세계
제7강 쉽게 풀어보는 경제원리 │경제학자 박정호
월요일 : 첫사랑이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 _ 한계이론
화요일 : 이유 없는 선택은 없다 _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수요일 : 전쟁, 금융의 발달을 재촉하다
목요일 : 물류, 도시를 만들다
금요일 :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선택에 개입하는, 넛지 효과
제8강 역사에 남은 경제학자의 한마디 │백상경제연구원장 이용택
월요일 : 화폐가치 :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다
토머스 그레셤Thomas Gresham, 1519~1579
화요일 : 시장 : 보이지 않는 손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
수요일 : 버블 : 비이성적 과열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1926~
목요일 : 균형 :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
앨프리드 마셜Alfred Marshall, 1842~1924
금요일 : 혁신 : 창조적 파괴
조지프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 1883~1950
제9강 무기의 발달과 경제 │군사전문기자 이세환
월요일 : 전쟁이 무기 기술의 혁명을 가져오다
화요일 : 전쟁의 판도를 바꾼 개인화기의 출현과 진화
수요일 : 제1차 세계대전 승리의 주역, 전차
목요일 : 산업과 숫자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금요일 : 현실로 다가온 미래무기
PART4│철학과 지혜
제10강 한국의 사상을 말하다 │인문학자 신창호
월요일 : 한국인의 사상적 DNA, 풍류
화요일 : 화쟁의 세계에서 마음을 묻다
수요일 : 마음 수양의 비결, 돈오점수
목요일 : 유교를 통해 배우고 묻다
금요일 : 이치에 다다르다
제11강 철학하며 살아보기 │철학자 이창후
월요일 : 생각에 대한 생각
화요일 : 잘못된 생각을 고치는 철학
수요일 : 전제를 비판해야 하는 이유
목요일 : 생각의 앞뒤 짜 맞추기
금요일 : 철학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
제12강 고전의 잔혹한 지혜 │배우ㆍ연극연출가 박준용
월요일 : 막장 드라마는 어떻게 고전이 되었나
화요일 : 비극의 원천은 아트레우스 가문의 저주
수요일 : 잔혹복수극 〈오레스테스〉 3부작 읽기
목요일 : 미스터리 추적 패륜드라마 〈오이디푸스 대왕〉
금요일 : 비극 속 악녀 〈메데이아〉를 위한 변명
각 파트별로 다른 분이 쓰셨다.
각각의 파트를 월~금요일의 5섹션으로 구분되어 내용을 정리하였다.
이것이 문제다.
각 저자가 동식물, 심리학, 영화, 미술, 연극, 군사학, 한국학, 철학, 그리스신화를 말하다 보니 내용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따로 논다. 그리고 각 파트가 짧다보니 깊이감이 없다.
비빔밥을 시켰는데 고추장과 참기름이 없어서 비비지 못하고, 큰 그릇에 있는 밥과 각각의 반찬을 개별적으로 먹는 느낌이다.
또한
피카소, 고흐를 말하는데 흔한 그림 하나 들어가있지 않고
영화를 말하며 배우사진, 스틸 컷 하나 없고
애덤 스미스, 앨런 그린스펀 사진 하나 없고
그리스신화를 그린 그림 하나 없고
어우야담, 지봉유설 표지 사진 하나 없고
전쟁사를 말하며 무기 사진 하나 없는 건
편집의 배짱 아닌가
이 책을 집어든 또 다른 이유는
초판 1쇄 발행이 2018년 9월 15일 이고
내가 읽은 책은
초판 7쇄 발행 2018년 10월 31일 이다.
최근에 나온 책이라는 것 또한 매력적이고
한 달 반 만에 7쇄나 찍었다는 것도 괜찮다.
도서관 서적의 특성상 대체로 1쇄인 경우가 많다.
신간을 바로 비치해서 그렇다.
그러니 도서관 책을 보면 이 책이 얼마나 잘 팔렸는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이 책이 한달 반만에 7쇄나 찍은 건, 제목빨 처럼 보인다.
읽어보니 그렇다.
이 책은 '퇴근길 인문학 수업'의 '멈춤'편이고, '전환', '전진'편이 더 있는, 시리즈 책이다.
다른 책의 목차를 보아하니
이 책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으면 시리즈를 마스터하려고 했지만
나의 독서는 이 책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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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생물의 행동은 유전자의 영향을 받지만 유전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도 바뀔 수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모든 생물은 노력하는 자에게 오는 기적과 같은 기회를 잡아낸다. 살겠다는 생명의지다. -본문 32쪽 〈생태계에서 배우는 삶의 원리〉
정의의 반대말은 불의다. 불합리와 일맥상통한다. 한국 사회의 정의를 논하려면 정과 의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태도가 불의를 눈감아주는 행위를 합리화한다. 정과 의리의 핵심은 이기주의다. 지역에 따라, 당 배지 색깔에 따라, 출신 학교에 따라 ‘우리가 남이가’ 정신으로 하나가 된다. -본문 62쪽 〈너를 이해해〉
삶이란 모든 관계망 안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고 하지만 물이 빠지고 난 뒤에야 육지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사랑에도 기술이 있다고 하듯 좋은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 본문 132쪽 〈너와 나 그리고 우리〉
고흐는 시대와 불화하여 살아생전에 인정받지 못했고, 평생 가난했으며, 여러 여성을 만났지만 마지막엔 혼자였다. 게다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했으며, 단명했다. 죽은 뒤에야 전설이 되었다. 그는 ‘천재’라는 통념에 가장 부합하는 비운의 예술가다. -본문 155쪽 〈스크린으로 부활한 천재들〉
연극은 직접성의 예술이다. 영화는 스크린에서 전개되는 상황과 관객과의 상호 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관객이 떠들어도, 중간에 나가도, 잠을 자거나 심지어 스크린을 향해 야유를 퍼붓고 팝콘을 집어 던져도 묵묵히 진행된다. 하지만 연극은 불가능하다. -본문 217쪽 〈연극의 발견〉
첫사랑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첫사랑의 애틋함을 간직하는 이유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과 연관이 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이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을 때, 그 감정은 가장 강렬하게 기억된다. 이후 몇 차례 연애를 경험하면, 점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간절함이나 애틋함도 무뎌진다. -본문 275쪽 〈쉽게 풀어보는 경제원리〉
마셜이 남긴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 선택은 보다 현명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어떤 정책이든 차가운 머리나 뜨거운 가슴 중 하나로만 풀어나가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례는 이미 수없이 많다. -본문 333쪽 〈역사에 남은 경제학자의 한마디〉
전쟁은 경영이다. 역사상 보급에 실패한 군대가 전쟁에 승리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우수한 인력과 무기, 장비 못지않게 군대의 운영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게다가 기술과 산업발전의 수준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20세기 전쟁은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해졌다. -본문 365쪽 〈무기의 발달과 경제〉
깨달음이 없는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 앞에 돈오점수의 세계가 열려 있다. 문득 나를 깨치고 서서히 닦아나가는 주체는 나 자신이다. 내가 나를 깨닫고, 내가 나를 닦아, 나를 부처로 승화하라. 해답은 내 마음의 근저에 있다. -본문 409쪽 〈한국의 사상을 말하다〉
철학 공부를 통해 아무리 좋은 개념과 깊은 사상을 배우더라도 그건 훌륭한 철학자의 생각일 뿐 당신 자신의 생각이 아니다. 여전히 남의 생각일 뿐이다. 철학 공부의 진정한 가치는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본문 431쪽 〈철학하며 살아보기〉
나치는 처음으로 공산주의자를 잡아갔다.
나는 거기에 항거하지 않았다. 내가 공산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나치는 유태인을 잡아갔다.
하지만 나는 항거하지 않았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노조원들을 잡아갔다.
그 때도 나는 항거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카톨릭신도를 잡아갔다.
그 때도 나는 항거하지 않았다. 나는 개신교신자였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내가 잡혀갔다.
그러나 내가 잡혀갈 때는 이미 항거할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마틴 니뮐러 (65쪽)
호주의 간병인 브로니웨어가 쓴 책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에 나오는 '죽기전에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다.
1. 나 자신에게 솔직한 인생을 살지 못했다. - 남들을 의식하며 살았다.
2. 그렇게 열심히 일 할 필요가 없었다. - 일만 열심히 했다.
3.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 많은 것을 억누르며 살았다.
4. 친구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 - 그때 그 친구가 보고 싶다.
5. 행복은 결국 내 선택이었다. -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했다. (88쪽)
실험실의 햄스터 한 마리가 다른 햄스터에게 말했다. "나는 저 학자를 길들였어. 내가 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저 자가 나에게 먹이를 가져다주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신>에 나오는 내용이다. (329쪽)
- 대학시절 operant conditioning을 배울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상력이다.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 사람 책도 곧 보게 될 듯.
(2차대전에서) 미국은 전쟁기간동안 약 8만 7천 척의 선박과 10만대의 탱크, 32만 5천대의 비행기. 240만대의 차량, 25만 문의 대포, 2천만정의 총기, 410억 발의 탄약을 생산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과의 싸움에서 111척의 항공모함을 뽑아냈는데, 1943년 이후에는 9일에 1척 꼴로 항공모함을 건조했다. 반면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일본이 상선을 개조하면서까지 사력을 다해 생산해낸 항공모함은 총 27척이다. (373쪽)
- 미국. 대다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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