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먼저, 최근에 본 중에 이 책이 가장 중구난방하다.
산만함의 최고봉으로 꼽는다.
이 책은 인터뷰를 기본으로 제작 되었다.
유발 하라리부터 조던 피터슨까지 이 시대 지성 134인과의 지적인 대화
자, 생각해보자. 134인과 인터뷰를 하는데, 이 책은 400페이지이다. 저자의견, 목차, 추천의 글, 한 페이지를 채우는 챕터 제목, 주석을 제외하면 1인당 3페이지가 안 나온다는 얘기다.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적다.
책 표지부터 유발 하라리를 강조하니 확인해보았다. 유발 하라리의 의견은 두 건, 합쳐서 약 한 페이지 반에 걸쳐서 나온다. 이 정도면 확실한 낚시 아닌가.
인터뷰이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내가 무식한 건가. 안 유명한 사람이 너무 많이 나온다. 첫 챕터 첫 장에서 나오는 사람 셋은 다음과 같다. 콰메 앤서니 아피아, 엘리프 샤팍, 로즈 맥고완. 두 번째 챕터 첫 장에 나오는 사람은 다음과 같다. 에드윈 캣멀, 마야 안젤루, 얀 마텔, 조디 더 포엣. 셋째 챕터 첫 장에 나오는 사람은 다음과 같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리처드 마이어스, 리처드 슈레프, 크리스 헤드필드, 토니 셰이, 스튜 프리드먼, 카를로 안첼로티, 게리 하멜. 각 챕터의 첫 장에 나오는 인터뷰어 15명의 이름을 적어봤다. 아는 사람은? 이건 무슨 북경 왕서방하고 인터뷰 한 것도 아니고. 아, 왕서방 까지는 아니고, 나름 각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기는 하다.
그리고 저자에 대해 주목해보자. 저자 이름은 비카스 샤 이다. 이름이 특이하다. 힌두교도이며 인도계 영국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잘 모르는 인물에 대한 인터뷰가 많은 걸 어느 정도 인정은 한다. 반면 저자 스스로 편견에 빠져 있는 부분도 보인다. 영국에 사는 인도인이 편하게 살지 않았을 것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인터뷰를 책으로 만들더라도 한 사람과 천천히 대화를 하면서 얘기의 흐름이 흘러가면 그런대로 볼 만 하다. 그랬다면 한 사람당 2~30페이지는 채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인터뷰어가 중심을 잘 잡을 정도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저자가 실제로 인터뷰이와 어떻게 인터뷰를 진행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책은 대화의 흐름을 이어가지 않고 각 인터뷰이와의 대화 내용의 일부만을 소개한다. 사람이 바뀌고 질문이 바뀌어서 내용이 끊기는 느낌이다. 실제 내용을 보자.
5번째 챕터 ‘차별’에 관한 세 번째 장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에서의 내용 구성을 보자. A에게 인종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듣는다. 다음 B에게 인종과 정체성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는다. 다음 C에게 인종자별을 유발한 원인이 무엇인지 듣는다. 다음 C에게 아파르트 헤이트를 폐지한 계기를 듣는다. 다음 B에게 인종 차별에 대한 느린 대응에 대해 듣는다. 다음 D에게 왜곡된 우월주의로 인한 불신에 관해 이야기를 듣는다. 다음 E에게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렇게 11페이지가 한 장으로 구성되었다. 한 장 안에서도 내용의 흐름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게다가 대담자가 계속 바뀌니 더 정신없다.
방금 위에서 쓴 장 구성을 찬찬히 다시 보자. 책 제목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제목 멋지다. 그러나 독자는 페이지만 넘기면 내가 무엇에 관해 읽는가에 관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 책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서구권 책 치고는 주석이 아주 적다. 저자는 책 전체를 통틀어 28개의 개념에 대해 주석을 달아 설명하였다. 인터뷰를 기본으로 해서 그렇다. 출처에 대한 표기가 필요 없어서이다. 그중 독특한 주석을 발견했다. ‘진주만 공습’에 대해 주석이 달려있었다. 그 설명은 다음과 같다. ‘1941년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국 함대를 기습 공격한 사건이다. 이 공습 직후 미국, 영국, 네덜란드는 일본에 선전 포고를 했고, 이는 태평양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무슨 생각이 드는가? “너희들 진주만 공습 모르지? 내가 설명해줄게.” 4년제 학사학위교육 이상을 받은 한국 성년 중 진주만 공습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을 다 읽고 나서 답답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 책에 대한 반응을 검색해봤다. 몇몇 블로그와 도서 판매 사이트의 리뷰를 봤다. 장담한다. 제대로 읽고 글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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