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사진을 자세히 보자.
뭐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 없는가?
책 제목이 너무 조그맣다.
"역사의 역사'를 조금 더 크게쓰고
그 밑의 영문 제목은 조금 작게쓰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심지어 책 제목의 글씨체 글씨 크기가 저자의 글씨와 똑같다.
표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드는 느낌이
제목보다 저자를 더 강조하는 것 같다.
그렇다. 이 책 유시민의 책이다.
일단 유시민의 책은 기본은 간다. 실망하지는 않는다.
책이 2018년 발행되었는데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보니 많이 낡았다. 모서리들도 많이 닳아있고.
사람들이 많이 봐서 그런가
아니면 어떤 특정인이 험하게 봐서 그런가.
뭐 어쨌거나
사람들의 손을 거의 타지 않은 깨끗한 책보다는 정감이 갔다.
먼저 목차를 보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감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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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장 서구 역사의 창시자,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제2장 사마천이 그린 인간과 권력과 시대의 풍경화
제3장 이븐 할둔, 최초의 인류사를 쓰다
제4장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 랑케
제5장 역사를 비껴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
제6장 민족주의 역사학의 고단한 역정, 박은식·신채호·백남운
제7장 에드워드 H. 카의 역사가 된 역사 이론서
제8장 문명의 역사, 슈펭글러·토인비·헌팅턴
제9장 다이아몬드와 하라리, 역사와 과학을 통합하다
이런 내용이다.
책을 읽지 않아도 느낌이 든다.
솔직히 이븐 할둔, 랑케, 헌팅턴은 첨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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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교양인이 되고 싶다면 동서양 고전을 읽으라는 말이 있다. 고전을 읽어야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말에 끌려 ,<역사>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펼쳤다가는 급 후회할지도 모른다. (51쪽)
-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나도 동의 하지 않는다. 읽을 수 있는 책이 고전밖에 없어서 고전을 읽으셨던 분들이 보통 그렇게 주장하시는데, 요즘 세상은 읽을 책이 너무나도 많다.
예수 추종자들의 분쟁은 처음에 교회 안에서만 벌여졌다가 수백 년이 지난 후 동로마제국의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이후에야 물리적 폭력을 동반한 종교 탄압으로 번졌다.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해 다른 종교를 우상 숭배죄로 처벌하고 신전을 파괴했으며 개종하지 않는 사람을 박해하고 죽인 것이다.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 사실상 세속 권력이 된 중세 유럽의 교회조직은 십자군 전쟁, 마녀사냥, 이단자 화형 같은 비인간적 조직범죄를 저질렀다. (106쪽)
군주가 억압과 폭력으 사용하고 함부로 형벌을 가하고 백성의 잘못을 찾아내어 그 죄를 세기 시작한다면, 백성들은 처벌을 두려워하고, 비천한 마음을 품게 되며, 거짓말을 말하고, 사기를 치고, 기만을 일삼게 되어 이런 성질이 백성의 성품이 될 것이다. 이런 백성은 전쟁터에서 군주를 배신하기 쉬우며 급기야 군주를 시해하려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왕조는 쇠퇴하고, 왕조를 보호하는 울타리도 망가진다. 군주가 온후한 정책을 펴고 백성의 결점을 포용하면, 백성은 군주를 신뢰하고 전쟁터에서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할 것이다. (112쪽)
- 이 부분은 할둔의 <무깟디마 1> 310쪽의 내용을 유시민이 인용한 것이다.
- 책의 목차에서는 처음 듣는 역사가도 있지만
그 중에는 선후배들과 스터디를 하며 공부했던 사람도 있다.
헤겔의 변증법을 계승하여 대립하는 계급 사이의 투쟁이 사회변화의 동력이라 했던 그 사람에 대해 유시민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역사의 마지막 사건을 통해 인류 역사는 공산주의 사회라는 최종단계에 들어가고 역사는 종말을 맞는 것이다. (중략) 공산주의 혁명 이전의 사회에는 적용할 수 있지만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적용할 수 없다면, 그 역사법칙을 보편적 진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162쪽)
- 즉, 정반합의 원리에 따라 공산주의도 투쟁을 통해 변화해야 한다는말이다. 마르크스의 역사 법칙에 대한 비판은 자신의 젊은 날에 대한 비판과 다름 아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존경의 마음으로 그를 평가한다.
역사가 그의 역사이론을 비껴갔고, '현실의 사회주의 국가'가 착취와 억압이 없는 자유로운 세상과는 거리가 먼 사회였다고 해서 마르크스가 타인의 고통과 사회의 모순에 예민하게 반응한 사람이었다는 사실까지는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164쪽)
- 남조선인들이 민감해 하는 '조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시기를 우리민족이 3.1독립투쟁에 이어 상해 임시정부를 수립한 1919년으로 보면, 그 이후부터 '한국'과 '한국인'을 쓰는 것이 맞다. 그러나 광복 이전까지 우리는 '조선'과 '조선사람'이라는 말을 썼다. 3.1독립선언서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에서 '조선'을 쓰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박은식을 제외하면 그 시대 역사가들 대부분이 조선이라고 했다. 이 책에서 광복과 분단 이전의 우리나라를 '조선'으로, 우리 민족을 '조선 사람'이라고 썼다. (176쪽)
- 이 책에서는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내용을 일부 인용하면서 '역사관'과 연구 방법에 대해 언급한다. 다음은 조선상고사에 나온 삼국통일의 명장 김유신을 설명한 부분이다.
삼국사기 김유신전은 유신을 전략과 전술이 뛰어난 백전백승의 명장이라고 했지만, 패전을 숨기고 조그만 승리를 가장한 거짓 기록일 뿐이다. 김유신은 지혜롭고 용맹한 명장이 아니라 음험하고 사나운 정치가였다. 평생의 공은 싸움터에 있지 않았으며, 음모로 나라를 어지럽힌 사람이었다. 그는 스파이를 시켜 금화라는 무당을 의자왕에게 보내 성충과 윤충 형제를 모함해 죽게 하고, 쓸데없는 토목공사를 벌여 구가 재정을 파탄에 몰아넣게 했다. 결국 백제를 망하게 한 것이다.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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