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꺼내 들었다.
실은 개인적으로 두꺼운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총균쇠>와 <코스모스>같은 책을 읽기는 했다.
성격책을 완독하지는 않았다.^^
어릴적 삼국지 10권 세트를 읽은 후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15권 세트를 읽은 것도 많은 용기를 내서 읽은 거다.
한 번 읽기 시작하니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내가 두꺼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책을 대출해서 보기 때문이다.
시간때문에 좀 쫒기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어느 선배가 그랬다.
"너는 항상 시간 나면 책을 보더라"
"대출해서 그래요. 사서 보면 천천히 보겠죠."
대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돈이 졸라 많으면
도서관 하나 만들고 싶다.
물론 유지비가 많이 들거다.
사서도 있어야 하고, 월세도 내야 하고, 새 책도 비치해야 하고
하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고 읽을 수 있다면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판사가 망하는 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생각 참 거창하다.)
사피엔스를 읽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그렇다.
두꺼워서.
너무 단순하다.
그리고
서울특별시 교육청 소속의 어느 도서관에 이 책은 항상 대출중이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대출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라리의 다른 책<극한의 경험>을 보았더니
욕을 하려던 걸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하라리가 옥스퍼드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데
<극한의 경험> 저 책은 정말.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읽어야 할 책 같아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도서관을 찾아가서 대출 받았다.
유시민이 <역사의 역사>에서 언급했듯
이 책은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함께 자주 거론된다.
며칠 전 친구와 함께 이 책을 얘기할때도
다이아몬드와 함께 비교되었다.
자,
그러면 비교를 해보자.
유시민은 <역사의 역사>에서
두 저자를 한 챕터에서 언급하면서
'둘 다 역사학자, 역사가는 아니지만
인류의 역사를 서술한 훌륭한 역사가이다' 라는 투로 글을 썼다.
그럼,
친구와 나의 평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하라리는 다이아몬드보다 한 수 떨어진다.
일단, 하라리가 이상한 책으로 나에게 찍혀서 그렇고(ㅠ,.ㅠ)
그리고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대상과 금상의 차이
지역예선에서도 떨어진 수 많은 허접한 책들보다는 아주 많이 훌륭하고 좋은 책이고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다이아몬드는 일관성이 있다.
한 줄로 쓰자면
'백인 니들 잘난거 하나 없어. 다 환경때문이야'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 두꺼운 책에서 일관되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런데 하라리의 이 책은...
각 챕터가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정확히 얘기 하자면 '인류'라는 주제는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인류에 관한 여러 측면을 다루는 각 챕터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고추장과 참기름이 빠져서 각 재료의 맛과 식감을 느낄수 있는 비빔밥이랄까.
(솔직히 비빔밥은 고추장과 참기름이라는 너무 강한 '소스'를 사용한 말도 안되는 음식이다. 개별 재료를 만들어 강한 소스로 혼합해버리는 이상한 음식-이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이걸 세계화하겠다는 생각에도 찬성하지 않는다.)
저자소개는 당연히 생략
목차나 보자.
목차
제1부 인지혁명
1.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2. 지식의 나무
3.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4. 대홍수
제2부 농업혁명
5. 역사상 최대의 사기
6. 피라미드 건설하기
7. 메모리 과부하
8. 역사에 정의는 없다
제3부 인류의 통합
9. 역사의 화살
10. 돈의 향기
11. 제국의 비전
12. 종교의 법칙
13. 성공의 비결
제4부 과학혁명
14. 무지의 발견
15. 과학과 제국의 결혼
16. 자본주의 교리
17. 산업의 바퀴
18. 끝없는 혁명
19.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20.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
.
.
.
.
이 얘기다.
목차를 언급하는 이유다.
각각의 챕터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19챕터의 행복에 관한 부분은 참 인상적이었다.
마치 일반 심리학, 사회과학 서적 같은 느낌
종교, 농업, 행복, 과학, 제국.... 각각의 얘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뭔가 하고 싶은 얘기는 많고
그 얘기가 다 옳은데
'인류'라는 너무 큰 주제를 다루다보니
뭔가, 아쉽다.
전체 636페이지의 두꺼운 책에서
주석이 25쪽밖에 되지 않은 건
정말 개인적으로 좋았다.
책 속으로
한국은 행복도에 대한 조사에서도 멕시코, 콜롬비아, 태국 등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나라보다 뒤쳐져있다. 이는 가장 널리 통용되는 역사 법칙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10쪽)
현대 멜라네시아인과 호주 원주민의 인간 고유 DNA 중 최대 6페센트가 데이소바인의 DNA 인 것으로 나타났다. (37쪽)
- 이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글 이전, 이후로도 이에 관한 얘기가 많다. 네안데르타르인에서 호모사피엔스로 완전히 교체가 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교배되어 바뀌었다는 얘기다.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굉장히 무서운 판단이 나올 수 있다.
바다의 대형 동물들은 육지의 대형동물들에 비해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종이 산업공해와 인간의 해양자원 남용 탓에 멸종의 기로에 서 있다. 사태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면, 고래, 상어, 참치, 돌고래는 디프로토돈, 땅나무늘보, 매머드의 선례를 따라 망각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세상의 대형동물 중 인간이 초래한 대홍수에서 살아남는 것은 오직 인간 자신과 노아의 방주에서 노예선의 노잡이로 노동하느 가축들 뿐일 것이다. (117~118쪽)
-하라리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 아, 나의 고정관념. 나는 당연히 유대교 신자라 생각했다. 위 챕터를 보고는 아닐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닐 것 같다.
과거엔 편지를 쓰고 주소를 적고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우편함에 가져가는 데 몇 날 몇 주가 걸렸다. 답장을 받는데는 며칠, 몇 주, 심지어 몇개월이 걸렸다. 요즘 나는 이메일을 휘갈겨 쓰고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한 다음 몇 분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다. 과거의 모든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135쪽)
- 남산타워를 보며 퇴근하는 나는 남산 봉화대에 불 다섯개가 올라오면 왜군이 쳐들어온 걸 알 수 있다. 봉화대에 불 두 세개 들어오면 좀 여유있다. 나의 마패를 보여주면 조치원에서 말을 갈아 탈 수 있다.
대다수의 가축화된 동물에게 농업혁명은 끔찍한 재앙이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들의 진화적 '성공'은 무의미하다. 아마도 좁은 상자 안에 갇혀서 살을 찌우다가 육즙이 흐르는 스테이크가 되어 짧은 삶을 마감하는 송아지보다는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한 코뿔소가 더 만족해할 것이다. 만족한 코뿔소는 자신이 자기 종족의 마지막 개체라는 데 아무 불만이 없다. 송아지의 종이 수적으로 성공한 것은 개별 개체들이 겪는 고통에 그다지 위안이 되지 못한다. (147쪽)
- 인류의 농업혁명은 올바른 것이었을까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인용한다.
"우리는 다음의 진리가 자명하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이들은 창조주에게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를 포함하는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162쪽)
-이를 인간은 '창조'되지 않았고 진화하였으며, 서로 차이나는 유전부호를 부여받고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며.....등등. 그래서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우리는 다음의 진리가 자명하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르게 진화했으며, 이들은 변이가 가능한 모종의 특질을 지니고 태어났고 여기에는 생명과 쾌락의 추구가 포함된다." (165쪽)
- 그 분의 명언이 생각난다.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개그맨은 어떻게 살라고.
성경의 규정은 이렇다. "만일 남자가 약혼하지 않은 처녀를 만나 그녀를 붙잡아서 동침한 사실이 밝혀지면 그 남자는 그 젊은 여성의 아버지에게 은 50세겔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면 그 여자는 그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신명기 22:28~29) 고대 히브리인들은 이것이 타당한 해결책이라고 보았다. (213쪽)
- 설명을 하자면, 여자는 남성의 소유물이라 강간은 재산권의 침해이고 강간의 피해자는 그 여성을 소유한 남성이니 신부값을 지불하면 소유권은 이전이 된다는 얘기다.
-비슷한 얘기가 같은 쪽에서 나온다.
(과거에...)남편이 아내를 '강간했다'는 말은 누군가가 본인의 지갑을 훔쳤다는 말처럼 비논리적인 것이었다. 이런 사고방식은 고대 중동에서만 통용되던 것이 아니었고, 2006년 기준으로 53개국에서 아내는 남편을 강간죄로 기소할 수 없었다. 심지어 독일에서도 1997년에 이르러서야 강간법이 개정되어 부부간 강간이라는 법적 범주가 만들어졌다. (213~214쪽)
- 독일도 저랬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루이14세와 버락오바마를 비교한 부분은 흥미로웠다.
18세기의 남성성 : 프랑스왕 루이 14세의 공식 초상화. 긴 가발, 스타킹, 하이힐, 댄서 같은 자세 그리고 커다란 칼을 주목하라. 현대 유럽에서 이 모든 것은 사내답지 못함의 표시료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시대 유럽에서 루이는 남자다움의 전형이었다. (221쪽)
21세기의 남성성. 집무실에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가발과 스타킹, 하이힐, 칼은 어디로 간 것일까? 지배적인 남성이 오늘날처럼 둔하고 따분하게 보이는 시절은 또 없었다. 역사상 대부분의 기간 동안 지배적인 남자의 모습은 화려하고 현란했다. 깃털 머리장식을 한 아메리카 원주민 주장이나 비단과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힌두교의 옛 군주들이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동물의 왕국에서는 언제나 수컷이 암컷보다 더욱 화려하고 액세서리를 많이 착용하는 경향이 있다. 공작의 꼬리나 사자의 갈기를 생각해보라. (222쪽)
- 대신 이 사람은 핵폭탄 버튼이 있잖아요.
다신교의 통찰은 폭넓은 종교적 관용을 낳기 쉽다. 다신교들은 한편으로는 하나의 최고 권력, 완벽하게 무심한 권력을 믿고 다른 한편으로는 편견을 지닌 수많은 권력을 믿기 때문에, 하나의 신에 헌신하는 사람이라도 다른 신들의 존재와 효험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없다. 다신교는 본질적으로 마음이 열려 있으며 '이단'이나 '이교도'를 처형하는 일이 드물다.
다신교도는 심지어 거대한 제국을 정복했을 때도 피정복민을 개종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집트인, 로마인, 아즈텍인은 오시리스, 유피테르, 우이칠로포치틀리에 대한 신앙을 전파하려 선교사를 외국에 파견하지 않았고, 이를 목적으로 군대를 파견하지도 않았다. (305~306쪽)
- 종교에 관한 부분은 민감해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역사상 없어져야할 사람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콘스탄티누스를 꼽고 십다. 히틀러 정도는 이 사람에 비하면 귀염둥이. 얘때문에 죽은 인류가 훨씬 더 많다.
호주 원주민은 1960년대까지 동등한 정치권을 인정받지 못했으며 대부분은 선거에서 투표권조차 없었다. 시민 구실을 하기에 부적합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332쪽)
- 서구권에서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것은 20세기 초의 일이다. 호주 원주민은 그보다 더 심했다는 이야기다.
- 중국이 가장 아쉬워하는 중국의 역사다.
(명나라의) 정화제독은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일곱차례에 결쳐 대함대를 이끌고 중국에서 인도양의 먼 곳까지 항해했다. 가장 규모가 컷던 함대는 3백척에 가까운 배에 3만 명 가까운 인원이 탑승했다.함대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인도 페르시아만, 홍해, 동아프리카를 방문했다. 중국 배들은 헤자즈의 주요 항구인 제다와 케냐 연안의 말린디 항구에까지 닻을 내렸다. 1492년 콜럼버스의 선단-세 척의 작은 배에 120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은 정화의 용 떼에 비하면 모기 세 마리에 지나지 않았다.(410쪽)
- 이때만해도 중국이 유럽보다 더 뛰어났다는 이야기다. 다만 중국은 탐욕스럽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오늘날 미국에서 농업으로 먹고사는 인구는 2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2퍼센트가 미국 인구 전체를 먹이고 남은 것은 수출 할 만큼 생산하고 있다. 농업의 산업화가 없었더라면 도시의 산업혁명은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490쪽)
오늘날의 풍요사회에서 건강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비만인데, 그 폐해는 가난한 사람이(이들은 행버거와 피자를 잔뜩 먹는다.)부자들보다(이들은 유기농 샐러드와 과일 스무디를 먹는다) 훨씬 더 심각하게 입는다. 미국 사람들이 해마다 다이어트를 위해 소비하는 돈은 나머지 세상의 배고픈 사람 모두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 액수다. 비만은 소비지상주의의 이중 승리다. 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고 다이어트 제품을 산다. 경제성장에 이중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493쪽)
2000년에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31만 명, 폭력 범죄로 인한 사망자는 이와 별도로 52만명이었다. (중략)이 83만명은 2000년의 총 사망자 5600만명에서 1.5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그 해에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26만명(2.25퍼센트),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81만 5천 명(1.45퍼센트)이었다. (5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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