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도킨스 선생님의 바이블을 읽었다.
이 책은.... 좀 사연이 있다.
도서관 직원의 실수(?)로 반납을 하지 않아도 되는 책이 되었다.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책을 굳이 반납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이 책은 도서관에 두 권이 있었다. 원래 비치되어 있는 책은 또 구매를 안하는데, 관리 안되는 이 도서관에서는 그랬다. 그러다보니 잘 안 읽게 되었고 조금씩 조금씩 한참을 본 것 같다.
이 책은 도킨스 선생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작인 만큼 ‘재미’는 다른 저서(현실, 그 가슴뛰는 마법)에 비해서는 적었다. 다른 저서에서는 이 분의 위트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좀 건조한 편이다.
최재천 교수님의 추천사는 멋있었다.
“삶에 대한 회의로 밤을 지새우는 젊음에게, 그리고 평생 삶에 대한 회의를 품고 살면서도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한 지성에게 <이기적 유전자>를 권한다. 일단 붙들면 밤을 지새울 것이다.”
- 밤을 지새며 읽지는 않았다.
1976년에 처음 출판되었으며 그 때의 도킨스는 35세라고 한다. 한글 초판은 1993년에 나왔고 30주년 기념판, 전면개정판, 40주년 기념판까지 나왔다.
책 속으로
많은 종에서 어미는 아비보다 자기 자식을 더 확신할 수 있다. 어미는 눈으로 보고 만져 볼 수 있는 알을 낳거나 새끼를 갖는다. 어미는 자기 유전자를 갖고 있는 개체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지만 불쌍한 아비는 속기 쉽다. 그래서 아비는 어미만큼 유아에 열중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191쪽)
- 재미있는 해석이다.
한번은 제비 새끼 한 마리를 까치 둥지에 넣어보았다. 다음 날 둥지 아래 바닥에 까치 알이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알이 깨지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그것을 주워 다시 둥징 넣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그들이 본 것은 정말 놀라운 사건이었다. 제비 새끼가 뻐꾸기 새끼와 똑같은 동작으로 까치의 알을 내버리는 것이었다. 그들은 떨어진 알을 또 한 번 둥지에 넣어 보았다. 전과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었다.
(중략) 이러한 행동을 제대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끔찍한 생각일지 몰라도 제비 새끼들 사이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맨 처음 태어난 새끼는 다음에 부화되는 동생들과 부모의 투자를 놓고 결국은 경쟁하게 된다. 그렇다면 생애의 첫 번째 일로서 우선 다른 알을 둥지에서 내던지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다.(234~235쪽)
- 제비와 까치, 그리고 뻐꾸기의 습성. 흥미로웠다.
성적으로 매력적이고 화려한 색채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 것은 수컷 쪽이고, 반면에 칙칙한 색채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암컷 쪽이다. 암수 어느 쪽이든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으려 하므로, 두 성 모두에게 칙칙한 색채를 갖도록 하는 모종의 진화적 압력이 가해질 것이다. 밝고 선명한 색채는 배우자뿐만 아니라 포식자도 유인하기 때문이다. (중략)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수컷의 최적 타협점이 암컷의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수컷이 위험도가 큰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큰 벌이를 노리는 도박꾼과 같다고 보는 우리의 견해와도 완전히 일치한다. (중략)
화려한 꼬리가 포식자를 유인하거나 덤불에 걸리거나 해서 단명하더라도 그 수컷이 죽기 전에 이미 막대한 수의 자식의 아비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성적 매력이 없는 칙칙한 색채의 수컷은 암컷만큼 오래 살 수는 있어도 자식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자기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온 세상을 손에 넣을지언정 불멸의 유전자를 잃는다면 수컷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276~277쪽)
- 위험도가 큰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큰 벌이를 노리는 도박꾼ㅋㅋㅋㅋ. 예전에 심심할 때 인터넷으로 고스톱을 칠 때 상대방의 승률이 표시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때 내가 함께 칠 방을 고르는 요령은 승률이 34%이상인 사람과 치는 것이다. 승률이 32%이하인 사람과는 치지 않는다. 승률이 낮은 사람은-이것이 어차피 진짜 돈으로 하는 도박이 아니다보니-독박을 쓰더라도 ‘고’를 계속 부르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무서운 거다. 승률이 35%인 사람은 3점 나면 거의 ‘스톱’이다. 이런 사람은 전혀 무섭지 않다.
토끼는 여우보다 빠르다.
왜냐하면 토끼는 목숨을 걸고 달리지만 여우는 식사를 위해서 달리기 때문이다.
405쪽
독자서평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의 복제 욕구를 수행하는 생존 기계라니. 분명 생물학에 큰 호기심과 동기부여를 해주었고, 진화론의 패러다임을 바꾼 리처드 도킨스의 대표작이다. 읽는데 꽤나 오랜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한데 어렵다기보다는 재미있다.
인간의 존재 이유를 진화, 즉 유전자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한 매개로서의 진화를 이야기하는데
이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들이 이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생존의 도구로서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은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태어났으며,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의 기본단위가 종이나 집단,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며
그 기계의 목적은 자신을 창조한 주인인 유전자를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따라서 자기와 비슷한 유전자를 조금이라도 많이 지닌 생명체를 도와 유전자를 유세에 남기려는 행동은 바로 이기적 유전자에서 비롯된 것이란다. 설득력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유전자의 세계는 끊임없는 경쟁과 이기적 이용, 속임수로 가득차 있고, 살벌하겠구만!
유전자는 유전자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분명하기에
이기적일 수 밖에 없으며, 그러한 이기적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통해서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의 핵심이 분명하기 때문에 다소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도
다시 방향을 잡게 해주는 책이다. 꽤나 오랜 시간 책에 집중한 보람이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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