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의 책이다.
아마도 인지도로만 따지면, 앞서서 도서 리뷰를 했던 리처드 도킨스보다 국내에서는 더 잘 알려진 분이라 할 수 있다.
한줄 평
혜민 스님과 함께 지혜와 평온으로 가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님께서는 그 수많은 인세를 어디에 어떻게 쓰실까?
이 책은 전에 출판하셨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만큼 많이 팔린 책은 아니다.
그런데도 2개월 만에 40쇄가 넘게 출판되었으니, 단순히 계산해서, 발행한지 2개월 된 이 책만 해도 인세는 1억이 넘는다고 본다. 그 뒤에 얼마나 팔렸는지는 모르겠고.
(보통 1쇄에 2~3천권 인쇄하고, 잘 팔리면 더 많이 찍어내고, 한 권에 천원이 인세라고 계산하면 40쇄에 이 정도 계산이 나온다.)
2018년 12월 6일 1쇄 발행
2019년 2월 4일 43쇄 발행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멈추면 보이겠지만, 멈출 수 없이 계속 전진해야 하는 사회 속에서 마음을 비우고 멈출 수 있는 (그리고 억대의 인세를 버는) 스님의 얘기가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길가다가 주웠다. 정말이다. 밤중에 자전거로 이동 중에 책이 땅에 떨어져있는 것 같아서 멈춘 후에 다시 돌아가 주워온 책이다. 주변에 책을 흘렸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없었다. 길에 있던 책 치고는 읽을 만하게 상태도 양호했고.
나에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책이었나 보다.
글이 많지 않은 책이라 빨리 읽을 수 있고, 표지와 함께 중간 중간에 나오는 그림이 아름답다.
혜민 스님이라 하면 책 쓰고 강연하고 방송 가끔 나오는 유명한 스님 정도로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것 같아 저자 소개를 한다.
저자 소개
혜민 스님
따뜻한 소통법으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달하는 ‘동네 스님’. “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라는 취지로 여러 선생님과 함께 〈마음치유학교〉를 서울 인사동과 부산 센텀에 설립해, 치유와 성장, 영성을 밝히는 수업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썼으며, 이 두 권의 책은 각각 출간된 해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글은 전 세계 35개국으로 판권이 수출됐으며 영국, 미국, 네덜란드, 독일, 브라질 등지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를 받았고 미국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로 7년간 재직했다. 2000년 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2008년 직지사에서 비구계를 받으면서 조계종 승려가 됐다. SNS를 통해 지혜와 행복을 주는 글들을 나누며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번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은 복잡하고 소란한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가는 현대인에게 나에게로 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 할 것이다.
- 학부는 어디서 어떤 공부를 하셨을까 궁금
책 속으로
용기
이규경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 해요.
- 16~17쪽에서 <용기>라는 제목의 시가 소개되었다. 이 책을 읽다가 빵 터질 줄을 몰랐다.
우리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같게 하려고
자신의 4분의 3을 포기한다.
쇼펜하우어
자신의 노력으로 그 분야 정상에 오른 사람일수록 만나 보면 ‘나는 성공한 사람이다’라는 우월감에 찬 태도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공은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막 뜨고 있거나, 자기 노력으로 성공한 경우가 아닐수록 ‘내가 누군지 알아?’하는 요상한 느낌을 줍니다. (49쪽)
-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어떤 분께서, 내가 총경 계급에 경찰서장 출신이고 지금은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데 작년 매출은 얼마이고...... 라고 본인을 소개하셨던 그 분이 생각났다. 이 자리는 이름, 사는 곳, 지금 하는 일 정도만 간략하게 소개하면 되는 자리였다.
힘든 처지라도 부모가 당당하고 유머가 있으면
아이는 자존감이 높고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어요.
반대로 아무리 잘난 부모라 해도
아이의 어떤 부분을 부끄러워하면 아니는 다 잘해도
어른이 되어서 심리적인 문제로 힘들어합니다. (89쪽)
- 이 책은 수필처럼 산문을 쓴 글이 4~5페이지 정도 나오고 나서 위의 글처럼 짤막한 글들이 이어진다. 따라서 줄바꿈도 책에 나온 대로 그대로 한 것이다.
아이는 부모님 때문에 힘들어 반항하는데,
그런 아이를 억지로 데리고 와 저를 만나게 하면
상황만 더 안 좋아져요. 지금 변해야 하는 것은
아이가 아니고 부모인데 부모는 변할 생각이 없고
애만 제발 좀 바꿔달라고 하네요. (90쪽)
세상은 우리의 필요를 위해선 풍요로운 곳이지만
탐욕을 위해선 궁핍한 곳입니다.
간디
세상의 친목 모임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그 자리에 없는 남의 이야기만 주로 하는 모임과
그 자리에 참석한 자기들의 속 이야기를 하는 모임.
후자가 훨씬 영양가가가 있다. (156쪽)
- 과거에는 같은 취미를 갖고 있었으나 요즘에는 만나면 애 키우는 얘기만 하는 친구들을 만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나갔더니
친구 혼자 나온 것이 아니고
스마트폰이라는 애인을 데리고 왔다.
친구는 나와의 대화 사이에도
그 애인을 엄청 챙겼다. (173쪽)
- 혜민 스님을 만나는데 애인을 데리고 가서 챙기다니.
최근에 카페에서 본 모습이다. 시간 상, 분위기 상, 직장 동료로 추정되는 넷이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 온 듯했다. 넷이 와서 주문하고 자리를 잡고 모두 각자 자기 핸드폰만 보다가 주문벨이 울리자 한 명이 음료 넷을 들고 오고 각자의 음료를 마시며 각자의 핸드폰을 보다가 나갔다. 이 네 명은 왜 같이 온 걸까.
자기 성찰은
관계라는 거울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다른 사람과 부딪칠 때
내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자세히 관찰하면 내 모습이 드러납니다. (189쪽)
왜 부모 자식 사이나 부부 사이, 형제자매 간에도 심리적인 벽이 생기는 것일까?
칼 로저스에 의하면 부모로부터 안전한 분위기에서 수용적인 지지와 긍정적인 관심을 받지 못한 경우 아이들에게 그러한 심리적 벽이 생긴다고 한다. 그 부모 역시 자신의 부모로부터 존중받아 본 경험이 없으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 아이의 생각이나 결정을 마음대로 평가하고 컨트롤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행동했을 때만 인정하고 칭찬해주면 아니는 언제부턴가 자기 스스로의 느낌이나 결정을 신뢰하기보다는 부모의 바람이나 지시를 더 살피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 앞에서 자기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르는 게 일상화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감정을 숨기고 모든 것이 문제없는 듯 가면을 쓰고 행동한다. (195~196쪽)
- 마음이 아프다.
몸이 아프면 전문의를 만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데
마음이 아프면 자기 혼자 해결하려다 병을 키운다. (202쪽)
혼자 있는 것을 즐기면 홀로 있음이고
그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똑같은 상태가 곧바로 외로움으로 변한다. (205쪽)
어렸을 때는 일기장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책상 속에 숨기고 열쇠까지 채웠는데
지금은 SNS로 자신의 하루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낱낱이 알리는 시대네요. 조금은 아이러니합니다. (217쪽)
- 저, 스님. 블로그도 해당되는 건가요?
영국에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이 생겼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얼마 전에 접했다. 외로움으로 인해 고통 받는 영국인이 무려 9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런 장관이 생길 법도 하다. 외로움이 주는 정신적인 고통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정도의 해를 우리 몸에 끼친다고 한다. (226쪽)
- 여가부를 외로움부로 바꾸면 어떨까. 참고로 영국 인구는 6800만 명 정도이다. 외로움과 담배 얘기는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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