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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숫자가 만만해지는 책 (리뷰)

by 안그럴것같은 2022.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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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브라이언 W. 커니핸

 

프린스턴대학교 컴퓨터 과학과 교수. 컴퓨터 운영체제의 시초인 유닉스의 탄생에 기여한 컴퓨터 과학자다. “유닉스의 창조자”, “C 언어의 아버지”, “미국 컴퓨팅의 삼현(三賢)”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1978년, 데니스 리치와 함께 최초의 C 언어 해설서인 《C 프로그래밍 언어The C Programming Language》를 집필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30년간 벨 연구소(Bell Labs) 컴퓨팅 과학 연구센터에서 프로그래밍을 연구했고 AWK, AMPL을 비롯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디자인했다. 1999년부터 프린스턴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2년 미국 공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정되었으며 2019년 미국 예술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정되었다.

 

- 음, 프린스턴 교수와 유닉스의 창조자라는 것에 끌렸다.

 

보통 번역서의 역자 소개는 잘 안하는데 이 책은 해야겠다.

 

 

 

 

 

역자 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활동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고 지금은 생명과학 분야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또한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해외 과학 저널에 실린 의학 및 생명과학 관련 글을 번역하여 최신 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센스 앤 넌센스》 《자연의 발명》 《물고기는 알고 있다》 《핀치의 부리》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의식의 강》 《경이로운 생명》 《저글러, 땜장이, 놀이꾼, 디지털 세상을 설계하다》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해부학자》 등이 있다. 《아름다움의 진화》로 제 60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 역자의 이력이 아주 흥미롭다. 경영학과, 대기업, 약학, 약사, 번역가, 바이오통신원. 이렇게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책 표지의 만화 그림도 귀엽고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든다.

이 책의 원제는 ‘Millions, Billions, Zillions: Defending Yourself in a World of Too Many Numbers’ 이다. 즉, 원제와 한글 제목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봐도 될 듯하다.

아마도 책 제목이 ‘100만, 10억’이었으면 판매량은 확 줄었을거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영어에서는 밀리언, 빌리언이라는 단어를 쓰다 보니 거기서 나오는 1,000단위 차이의 오류가 있지만, 한글은 10,000단위의 용어를 쓰다 보니 그 수의 오류가 적은 편이다. 영어는 단어도 비슷하고. 한국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수의 오류를 찾아낼 필요가 없는데, 저자는 그 부분을 책의 아주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적고 있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지만, 한마디로 한국과는 맞지 않는 책이다.

 

 

 

 

 

2010년 10월 24일, <뉴욕타임즈>에는 "미국의 연간 예산 적자는 13억달러(1.3빌리언달러)"라는 내용의 사설이 실렸다. 이 사설에 나오는 숫자의 단위를 '10억'에서 '100만'으로 바꾸면, 1.3빌리언 달러는 1300밀리언 달러가 된다. 당시의 미국 인구가 3억(300밀리언) 명이었다면, 내가 부담할 몫은 4달러가 조금 넘는다. (52쪽)

- 이런 오류나 실수는 한국에서는 발생하기 힘들다.

테크놀로지가 발달함에 따라 단위가 바뀌니 앞으로는 어떤 단어가 쓰일지 알아보자.

킬로 kilo
10(3승)
1000
메가 mega
10(6승)
100만
기가 giga
10(9승)
10억
테라 tera
10(12승)
1조
페타 peta
10(15승)
1000조
엑사 exa
10(18승)
100경
제타 zetta
10(21승)
10해(垓)
요타 yota
10(24승)
1자(秭)

(71쪽)

- 일상생활에서 '조'이상의 숫자를 접하기는 힘들다. 솔직히 '해' 다음 나오는 '자'라는게 있는지도 몰랐다.

 

“F50fd의 센서는 대각선 길이가 0.625인치로, 대부분의 다른 카메라(0.4인치)보다 50퍼센트 크다. 이제부터 카메라에서 중요한 건 메가픽셀이 아니라 통계 수치다.”

-<뉴욕타임즈> 2007년 12월 6일 (100쪽)

 

-이 책에선 이렇게 각 매체에 나온 수치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 아주 많다.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길이가 1.5배가 되면 넓이는 ‘1.5 * 1.5 =2.25배’가 되기 때문에 ‘50퍼센트 크다’는 표현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즉, 길이가 1.5배가 되면 크기는 125퍼센트 커졌다고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걸...... 그냥 길이가 50퍼센트 길어졌구나 라고 생각하면 안될까.

 

 

“그는 62일 동안 알프스 산맥의 해발 1만 3,123피트 이상 봉우리 82개를 모두 등반했다.”

- 한 등반가에 관한 여러 기사들, 2017년 5월 (127쪽)

 

- 이 글이 나온 챕터는 정말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1만 3,123피트 - 4천미터 이상의 봉우리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기사에서는 피트를 쓰는 미국에서도 ‘4천미터’라고 표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내용들이 길이 피트, 무게 파운드, 섭씨 화씨에 관해서도 나오는데, 솔직히 한국 사람은 읽지 않아도 될 내용이다.

 

 

 

 

 

통계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버드 중퇴생들의 평균 순자산은 무사히 졸업한 사람들의 평균 순자산보다 적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고 하자. 하버드 학부생은 6600명이고(생각보다 적어서 놀랐다.) 매년 1650명의 신입생이 들어오고 최근 6년간 졸업률은 약 97퍼센트이므로 최근 40년간 중퇴한 사람은 2000명쯤 된다. 이 사람들의 순 자산이 1인당 10만 달러라고 하면 총액은 2억 달러다. 그런데 그 중퇴자 중에는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있다. 이 두 사람의 자산을 추가하면 중퇴생의 총 순자산은 1502억달러가 된다. 이 금액을 20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순자산은 평균 1500만 달러가 된다. (153~154쪽 요약)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나도 블로그에서 몇 번 언급했는데, 책에서는 만화로 다음과 같은 대화를 구성했다.

A : 나는 한 때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한다고 생각했었어

A :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통계학 강의를 들었거든.

B : 강의와 인과관계가 있는 결론이군

A : 음, 그런 것 같아

 

저자는 많은 매체에서 잘못된 숫자를 지적한다. 그 노력이 대단하다.

 

“인터넷 사용자는 지난 11년 동안 매년 두 배로 늘어났으며, 향후 10여 년 동안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 환경관련 웹사이트, 2001년 (213쪽)

 

- 2001년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을 1억 명 정도로 보면, 2011년까지 매년 두 배씩 증가했다면 인터넷 사용자는 1000억 명 이상으로 불어났을 것이다.

 

 

“스위스의 백세 이상 고령자 수는 1960년대 이후 매년 두 배로 증가해왔다.”

- <이란 데일리> 2015년 (215쪽)

 

- 1965년 스위스의 백세 이상 고령자 수가 딱 한 명이었다고 해도 매년 두 배로 증가했다면 2015년에는 1000조 명이 되었을 것이다.

 

 

“하버드의 기부금 조직은 전임 관리자가 있을 때는 33퍼센트 팽창했지만, 신임 관리자가 오고 나서는 25퍼센트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 <뉴욕타임즈> 2009년 2월 7일 (218쪽)

 

- 기부금 조직이 75명으로 출범했다고 가정하고, 33퍼센트 증원하면 25명이 늘어나 100명이 되고, 새로운 관리자가 25퍼센트인 25명을 해고하면 조직은 다시 75명이 된다.

 

 

“2008년 인구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학사학위 소지자의 소득 중앙값은 4만 7853달러로, 고등학교 졸업장만 가진 사람의 소득 중앙값인 2만 7448달러보다 43퍼센트 많다.”

- 엑셀시어 칼리지의 광고, 2010년 (221쪽)

 

-4만 7853달러 나누기 2만 7488달러는 1.74이므로, 학사학위 소지자의 소득은 43퍼센트가 아니라 74퍼센트 많다.. 반면 2만 7488달러 나누기 4만 7853달러는 0.574이므로, 고등학고 졸업장 소지자의 소득은 학사학위 소지자 소득의 57페센트에 불과하다.

여기서 적절한 결론은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보다 약 43퍼센트 덜 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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