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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개인주의자선언 (리뷰)

by 안그럴것같은 202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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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이라. 제목이 참 도전적이다. 개인주의자라 하면 우리는 대개 일단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이 단어는 이기적인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의 주장은 단체주의, 집단주의에 반하는 합리적 개인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집단에 따르지 않고 개인의 창의와 자율과 개성을 보장하는 개인주의.

 

굳이 구분하자면 수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사회과학적 수필’정도 되겠다. 일상에 관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현안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많다.

 

저자는 표지에서부터 ‘판사’ 문유석이라고 표현했다. 딱히 뛰어난 업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판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 흔한 것도 아니고. 본인의 직업을 자신의 이름 앞에 표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굳이 ‘판사’임을 밝히는 것이 책 판매에 도움이 되었을까.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법 관련 사건들이, 고무줄 양형, 영장의 발부와 기각 등이 사람들로 하여금 ‘판새’, ‘검새’로 부르게 하였는데, 판사라 하면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내가 출판사에 있었다면 저 ‘판사’두 글자 삭제를 강력히 주장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판사임을 밝히는 것은 저자의 주장이 아닐까 추정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판사에 대한 선입관과 달리, 책을 읽어보면 이 분은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머리를 갖고 계신 분일 듯하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메모지를 책갈피로 사용한다. 아주 거창한 메모지는 아니고 a4용지를 책보다 작게 잘라서 사용한다. 책을 읽은 느낌이나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을 메모를 하면서 본다. 책 앞부분을 읽다가 이 책에 대한 손석희의 추천사를 보게 되었다. 추천사는 손석희 하나 밖에 없다. 추천사는 (추정컨대) 대개는 저자와의 친분이 있는 원로, 유명인, 지도교수, 동료 등이 쓰는데, 추천사를 가만히 보면 대개는 책을 읽지 않고 쓴다. 책에 대한 얘기는 없고 사람에 대한 얘기만 주로 나온다. 그래서 사실 추천사는 책과는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고 나도 주의 깊게 읽지 않는다. 손석희의 추천사를 봤는데, 내가 메모해놓은 구절을 손석희도 꼽았다. 손석희는 적어도 조금 이상은 이 책을 읽고 추천사를 쓴 것으로 보인다. 손석희의 추천사를 읽어보자.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더 할 말이 없다. 이보다 이 책의 주제를 잘 나타낸 말은 없다. 제목부터 끌렸고(요즘처럼 국가주의가 넘치는 시대에 개인주의라니……), 첫 문장부터 끌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구절에 와서는 완전히 감정이입까지 되고 말았다. 나는 문유석 판사 생각의 대부분과 그의 성향의 상당 부분이 나와 겹친다는 데에 경이로움까지 느끼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러면 훗날 내게 기회가 오더라도 이런 책은 쓸 필요가 없게 된다. 이 책이 그냥 그런 많은 책들 속에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사족: 이 짧은 글에 무슨 사족이랴 싶지만…… 나는 그가 과거 어느 매체에 쓴 신용불량자에 대한 글에 동의하여 그의 글들을 따라 읽게 되었다. 신용불량 상황까지 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친의 빚을 오랫동안 대신 갚은 적이 있어 그의 따뜻한 시선이 반가웠다.

-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

 

책 내용 중에는 영화 <액트 오브 킬링>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볼 영화로 메모해놓았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기호가 있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내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 건 나의 선호이지, 책에 대한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다. 이 책도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나는 추천하고 싶다.

 




책 속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집착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는 이들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그냥 남을 안 부러워하면 안 되나. 남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안 되는 건가. 배가 몇 겹씩 접혀도 남들 신경 안 쓴 채 비키니 입고 제멋으로 즐기는 문화와 충분히 날씬한데도 아주 조금의 군살이라도 남들에게 지적당할까봐 밥을 굶고 지방흡입을 하는 문화 사이에 어느 쪽이 더 개인의 행복에 유리할까. 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는 결국 우리 스스로 자승자박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32~33쪽)

 

- 신해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신해철, 그가 그립다.

동성동분 금혼으로 고통 받는 연인들을 노래하고, 간통죄 폐지, 학생 체벌 금지를 주장한 그의 행보는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합리적 개인주의자로서의 면모다. 그는 개인주의가 뒤늦게 태동하던 민주화 이후 시대에 누구나 생각은 하면서도 튈까봐 하지 않는 이야기를 본능적으로 거침없이 내뱉는 솔직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서교수에 따르면, 행복감이란 결국 뇌에서 느끼는 쾌감이다. 뇌가 특정한 종류의 경험들에 대해 기쁨, 즐거움, 설렘 등의 쾌감을 느끼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실증적 연구 결과, 인간이 행복감을 가장 많이, 자주 느끼는 원천은 바로 인간이었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인간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가장 많은 괘감을 느끼는, 뼛속까지 사회적인 동물어었던 것이다. (51쪽)

- 아임 스틸 새드

 

나는 전두환 총통 각하 덕에, 과외와 사교육 없이 변별력 있는 전국 단위 시험 한 방으로 승부 내는 그분 스타일의 단순 무식 명쾌한 입시제도의 혜택을 듬뿍 받은 세대의 한 사람이다. 그 은혜를 입은 나로서는 그분의 전 재산 상당액(29만원)을 무이자로 그분에게 빌려드릴 용의가 있을 정도다. (74~75쪽)

- 저자는 학력고사 만점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그리스적인 전인교육은 노예제의 기반 위에 귀족들에게 적용되었던 혜택이다. 음악, 미술, 체육에 웅변, 논술, 뛰어난 외국어 능력 등 중산층 이상의 가정의 뒷받침 없이는 개인의 노력으로 경쟁하기 힘든 분야의 능력을 자꾸 대입제도에 도입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별써 신분 이동이 이려운 쇠퇴기의 사회가 되어가는 징표 아닐까 두렵다. (88쪽)

- 수시입학과 스펙쌓기는 흙수저에게는 통과하기 힘든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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