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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과학, 철학을 만나다 (리뷰)

by 안그럴것같은 202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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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 잘 모르는데 과학철학이라니. 시작부터가 쉽지 않은 책이다.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과학철학 입문서’

 

먼저 저자를 살펴보자. 장하석의 책은 처음 접했다.

 

저자 장하석

 

장하석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는 1967년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차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친형이며,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과 장하성 고려대학교 교수가 사촌으로, 그의 가족은 인동 장 씨 명문가로 유명하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미국 명문 고교인 노스필드 마운트 허만 고등학교를 거쳐 물리학 연구 전통이 뛰어난 캘리포니아 이공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철학을 공부하였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양자물리학의 측정과 비통일성」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후(post-doctor) 과정을 밟았다. 1995년 28세의 나이로 런던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2005년 영국과학사학회에서 뛰어난 저술가에게 수여하는 ‘이반 슬레이드상’을 수상하였다.

2006년 이른바 ‘과학철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러커토시상’(Lakatos Award, 지난 6년간 영어로 저술된 최고의 과학저작물에 수여하는 상)을 받으며 일약 세계적 과학철학자로 명성을 알렸다. 수상작인 『온도계의 철학』은 토머스 쿤의 저작들과 비견되기도 하며, 2010년 40대 초반의 나이에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로 초빙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저서로는 『온도계의 철학』이 있다.

 

- 우선 드는 생각은, 집안 하나는 끝내준다. 금수저의 부모 밑에 금수저의 아들인 듯하다. 그리고 ‘석좌교수’라 하면 뭔가 좀 연배가 있으신 분으로 이미지가 그려지는데 1967년생이라 하니 이정도 나이면 한국에서는 젊은 교수 축에 드는 것 아닌가 싶다.

「양자물리학의 측정과 비통일성」으로 논문을 썼는데 이걸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이건 좀 뭔가 갸우뚱스러웠다. 28세에 교수가 되셨다 하니 음, 군대는 안 갔다 오신 것이 확실한 듯. 어쨌거나 이 분의 다른 저서 『온도계의 철학』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할 가치가 있는 문제라면 힘들고 혼동되더라도

끈질기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것이 학문하는 사람의 자세이다.“

 

이 책은 EBS에서 했던 강의를 기본으로 한다. 밤 늦게 교양강좌들이 방송에 나오는데 얼핏 잠깐 봤던 기억이 난다. 꾸준히 챙겨볼 정도로 재밌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난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난 이후에는 계속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하셨으니 이제는 영어가 더 익숙하실 듯하다. 어느 특정 스트리밍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EBS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찾을 수 없었다. 혹시 관심이 있다면 책을 보고 영상을 보거나, 영상을 보고 책을 본다면 더 좋을 것 같다.

 

과학철학이라 제목 자체가 쉽지 않다. 중간중간 좀 어려운 부분도 있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이건 다 나의 과학적 기초지식이 부족해서이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교육정책은 참 할 말이 없다. 문교부 교과과정상 가르쳐야 할 교과를 수업하지 않고(기록으로 그 과목을 가르쳤다고 남기기는 한다) 입시에 도움이 되는 것만 집중해서 교육했으니. 내가 이런 과학철학 책을 집어 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몰라서’

 

과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과학고 진학을 생각한다면, 이공계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읽어볼만한 책일 듯하다. 물론 과학 관련 ‘교과서’라 불릴 만한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인슈타인의 이름과 상대성이론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상대성이론에서 빛이 휘는 현상을 설명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빛이 휘는 현상을 일반인도 관측할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하는데 상상도 못했던 내용이었다.

 

물이 끓는 온도는 100도.(1기압에서)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그리고 산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기압이 낮아지면 끊는 점도 낮아진다는 사실도 대부분 알고 있다. 서울에서 가까운 북한산의 경우 정상이 800미터 급인데, 이 정도의 높이에서는 97도 정도에서 물이 끓는다고 한다. 북한산 야영장의 위치를 감안한다면 98~9도에서 물이 끓는다는 얘기다. 즉 이 정도의 높이는 밥 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봐야한다.

라면에 관한 논쟁 중 ‘스프먼저파’와 ‘면스프동일’ 또는 ‘면먼저파’가 있는데, 물의 끓는점을 높인다는 점에서 ‘스프먼저파’가 많은 것 같다. 다른 학자에게 들은 바로는 그 정도의 물의 양에 그 정도의 스프를 먼저 녹일 경우 0.2도 정도 높은 온도에서 물이 끓는다고 한다. 즉 스프를 물에 녹이는 것은 거의 영향이 없다는 말이다. 그 사람이 한 말은 “냄비에 물을 넣는 게 먼저다.”

이게 다 물의 끓는점에 관한 얘기다. 그럼 물을 100도 이상에서 끓일 수 있을까? 기압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고기압이면 더 높은 온도에서 끓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고기압이 아닌 방법으로 1700년대에 과학자가 112도까지 끓는점을 올렸다고 한다. 18세기에 과학자에게 어떤 실험장비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가. 잘 하면 집에서도 100도 이상에서 끓일 수 있을 듯하다. 근데 100도 이상에서 라면을 끓이면 더 맛있을까? 물론 100도 이하에서, 기압이 낮은 4~5천 미터에서 끓이는 라면은 끓는점이 너무 낮아서 정말 맛이 없다. 100도 이상에서 물을 끓여보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보자.

 

이 책의 마지막 챕터 ‘12장 다원주의적 과학’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총망라하는 결론이 나온다. 마지막 장을 읽으며, 신영복 선생님께서 과학을 하셨다면 이런 글을 쓰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을 누가 차갑고

딱딱하다고 했는가!

이토록 뜨겁고,

이토록 인간적인 것을!


책 속으로

 

기술적 응용을 위해 과학이 필요하다면 소수의 전문가만 과학을 알면 됩니다. 기술적 전문가가 될 사람들을 국가대표가 될 운동선수 양성하듯 어려서부터 뽑아서 잘 훈련시키고, 그 사람들이 알아서 좋은 기술을 발달시켜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면 됩니다. 과학교육을 한답시고 온 국민을 미적분이나 유기화학 등으로 고문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23쪽)

 

- 영국에서 교수님 하지 마시고, 한국에서 장관 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진상, 진실, 진리. 세 단어에 대한 설명 후에) 영어에는 이렇게 세분된 단어가 없고 다 뭉뚱그려서 ‘truth'라고 합니다. 영어권의 법정에서 등인들은 ’truth'를 이야기하겠다고 맹세해야 합니다. 그건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법정에서 증인이 나와서 ‘진리’를 말하겠다고 하면 아마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아니라면 정신병자일 것입니다.

 

- 간혹 군데군데 이런 식으로 유머러스한 글도 나온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26퍼센트는 아직도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하고 있고, 52퍼센트는 인류가 다른 생물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모른다고 합니다. (254쪽)

 

- 미국의 무식함은 알아줘야 한다.

 

우리가 창조교육, 탐구교육을 시도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잘 압니다. 그 뒤에 정답이 다 버티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결국 물이 H2O라는 등의 정답으로 가야 한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정말 독립적으로 뭔가를 생각해볼 동기를 갖기란 힘들다고 봅니다. 또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창조적으로 탐구를 시킨다고 하면서도, 그 과정을 통해 학생이 정답을 알아내지 못하면 안된다는 조바심을 느낍니다. (283쪽)

 

- 한국으로 제발 와주세요.

 

‘물은 항상 100도에서 끓는다’고 암송하는 것은 의미 있는 과학지식이라 할 수 없고, 과학적 탐구의 본질을 이해하는 행동은 더더욱 아니다. 주입식 교육의 허점이 잘 드러나는 사례이다. (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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