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자 '이정모'가 눈에 띄었다.
아쉽게도 대학 시절 은사 이정모 교수님은 아니었다.
이정모 교수님의 cognitive psychology는 어렵고 재미 없었다.
이 책은
"재미있다."
과학을 소재로 한 수필 정도로 이해해야 할 듯 하다.
'코스모스'처럼 너무 학문적이지 않으며
쉽고 재미있게 과학과 생활을 연결지어 이야기한다.
정치적 성향을 너무 자주 드러낸 것은 약간의 흠이긴 하다.
처음 이 책을 펼쳐 보고는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출판사라서 그런지
파주 출판단지에 위치하지 않는 출판사라서 그런지
좁은 위쪽 여백과 쌩뚱맞는 페이지 표시 위치는
이게 정말 출판사에서 편집한 것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을 이야기하지만 인간을 말한다. 유머로 가득하지만 통찰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 김상욱
"재밌다. 유머가 넘친다. 때로는 정이 흐르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정의롭기까지 하다." - 이명현
"세상 속 비밀들을 유독 많이 알고 있는, 거기에다 이야기까지 유난히 재미나게 잘 풀어내는 과학자." - 장동선
출판사 서평
과학을 배우면 삶이 조금은 편해진다
일상에서 과학을 읽어주는 생활밀착형 과학
저자 이정모 관장은 어머니 댁에 갔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안방의 침대가 대각선으로 놓여 있었던 것이다.
“엄마, 침대를 왜 이렇게 놔두셨어요?”
“아니 글쎄, 안방에 수맥이 흐르지 않니. 수맥 피하느라고 이렇게 놔뒀어.”
“12층인데 무슨 수맥이요. 저 아래 수맥이 흐르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우리 엄마는 동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문화강좌에서 수맥탐지를 배우셨고 꽤 고가의 수맥탐지봉을 구입해서 수맥을 찾으셨다. 엄마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드리고 침대를 똑바로 놓자고 말씀드렸으나 돌아온 대답은 이러하다.
“으이그, 니네 과학자들이 뭘 안다고 그래. 그냥 놔둬!” -본문 134쪽
과학은 탐욕스러운 호기심과 성실성을 가지고 세상의 비밀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고 있지만 그 성과는 대중들에게 잘 전달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이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으며, 전자레인지는 발암물질을 만들어낸다고, GMO는 인체에 유해하다고, 지구온난화는 허구라고 생각한다. 수맥, 게르마늄 팔찌, 바이오리듬, 창조과학, 피라미드 파워, 무한동력 영구기관 등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미신과 사기도 기승을 부린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은 일상과 과학 사이의 이러한 간극을 좁혀주는 과학 입문서이다. 저자는 과학이야말로 스스로 정보를 찾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현실 속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한다. 과학이 너무 어려워 차마 도전할 엄두를 못 냈던 사람이라면 이제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을 통해 그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다.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즈음에는 멀게만 느껴지던 과학이 어느새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과학이 내 인생의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각자 도생하려다 각자 망한다
인생이라는 큰 실험실에서 깨달은 세상물정의 원리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과학적 사건들과 조우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사회 이슈와 세상살이의 한 단면을 소재로 삼은 62편의 에세이는 과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물정에 대한 통찰이다. 저자는 세속의 일상사를 쉽게 풀어낸 과학의 기초 개념과 버무려 새로운 시각과 해석으로 독자에게 제시한다.
이를 테면 저자는 작은 봄꽃들의 생존 전략에서 각자 도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성찰한다. 개나리, 벚꽃, 진달래 등등 봄에 일찍 피는 꽃들은 대부분 자잘하다. 곤충의 도움을 받아 수정하고 번식하기 위해 이 꽃들이 채택한 전략은 무리를 지어서 흐드러지게 피는 것이다. 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작은 꽃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무더기로 펴서 나무 하나가 통째로 꽃으로 보이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만약 자잘한 꽃들이 각자 도생하겠다고 나서면 죽을힘을 다해서 꽃을 피어봤자 별무소득인 것은 자명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민 한 명 한 명의 힘은 작다. 우리가 주인이 되는 길은 벚꽃처럼 서둘러 흐드러지게 피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우리가 흐드러질 때다. -본문 52쪽
겨울철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조류독감의 원인에 대한 설명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기에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제법 뚜렷하고, 계절에 따라 이런저런 생명들이 찾아온다. 100년 전만 해도 호랑이, 반달가슴곰, 여우가 한반도를 넘나들었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찾는 동물의 대부분은 새이고, 개체 수가 가장 많은 것은 겨울 철새다. 몇 년 사이, 겨울 철새들이 조류독감의 근원지로 지목받으면서 철새에게 먹이를 주고 철새 도래지를 보호하자고 말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 그런데 AI가 창궐할 때 겨울 철새가 AI에 감염되어 죽는 비율은 0.001퍼센트도 안 된다. 철새는 AI에 걸린다고 해서 죽지 않는다. 사람이 독감에 걸렸다고 해서 죽는 게 아닌 것처럼. 그러니까 AI 감염 여부보다는 AI에 감염된 개체의 상태가 중요하다. AI는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 살고 있는 개체에게만 치명적이다. 이를 테면 효율성 때문에 비위생적이고 비좁은 닭장에서 날개도 펴지 못하고 자라나는 닭은 스트레스와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인간과 마찬가지다.
거의 해마다 겪는 AI 사태의 책임을 겨울 철새에게만 미룬다면 우리에게는 두 가지 해결책밖에 없다. 하나는 겨울 철새들이 먹잇감을 얻을 수 있는 갯벌을 모두 없애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23.5도 기울어져 있는 지구 자전축을 똑바로 세우는 것이다. -본문 230~231쪽
이처럼 저자는 장내 세균, 방귀, 늦잠, 감기, 전자레인지 같은 사물이나 현상에서부터 촛불집회, 사이비 종교, 인공지능, 우주 이민 등 사회적 현안과 이슈까지 한마디로 모든 일상을 과학으로 끌어들인다. 생화학, 생물학, 물리학, 천문학을 넘나드는 생활밀착형 과학을 통해 복잡다단한 세상물정을 과학적 시각으로 재해석해주는 것이다.
망가뜨리고, 실패하세요
서로 실패를 칭찬하고 격려해주세요
저자 이정모 관장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과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남다른 기지와 순발력”의 소유자로서 “독자와 눈을 맞출 줄” 알고(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유머로 가득하지만 통찰의 끈을 놓치지 않”으며(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이야기까지 유난히 재미나게 잘 풀어내는 과학자”(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정받는 과학자이지만 그는 사실 과학이 쉽고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역사도 어렵고, 영어도 어렵고, 지리도 어렵다. 그리고 과학은 더더욱 어렵다. 세상에 쉬운 게 어디에 있겠는가? 그나마 음악과 미술, 운동이나 무용처럼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는 게 아니라, 노력에 따라 즐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본문 262쪽
저자는 다소 어렵더라도 과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다. 그는 스스로를 과학자와 시민 사이에 서 있는 ‘거간꾼’인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로 소개한다. 과학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는 저자의 일관된 태도는 그가 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과학관에도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2017년 5월 개관한 서울시립과학관에는 ‘만지지 마시오’라는 팻말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털보 과학관장은 오히려 어떻게 하면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더 만져보게 할까를 고민한다.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망가뜨려놓으면 무지무지 기뻐한다. 왜냐하면 과학은 실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실패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남의 것을 최대한 빠르고 저렴하게 베끼는 나라였기 때문에 실패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러려면 실패를 해야 하고, 실패에 익숙해져야 하고, 실패를 서로 격려하는 문화가 꼭 필요하다. 이때 과학자의 자세는 우리에게 모범이 된다.
과학자의 일상은 일패의 연속이다. 100번에 한 번쯤 성공한다. 과학자들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다. 원래 과학은 실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좌절하면 데이터를 조작하고 남의 논문을 베껴 쓰게 된다. 본문 49쪽
과학자는 매일 실패하는 사람들이다. 제대로 된 가설을 세우는 데 실패하고 관측, 관찰, 실험에 실패한다. 자기가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도 실패하고 논문을 쓰고 게재 허락을 받는 데도 실패한다. 매일 실패하다가 어쩌다 한번 성공한다. 그 성공이 논문으로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논문을 읽어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논문들이 쌓임으로써 집단 지성을 통해 과학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우리의 이해는 넓어진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은 일상에서 과학적 진실을 찾는 과정을 통해 과학적 태도를 훈련하도록 돕고 있다. 과학적 태도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나쁜 선택을 피할 수도 있고, 위험에 대처할 수도 있으며, 조금은 더 행복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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