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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죽은 자의 집 청소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2.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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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고 싶지 않았다.

 

나는 메모 기능 중 하나는 책에 할애하고 있다.

읽고 싶은 책이 어디선가 보이게 되면 리스트에 올리고

그 책을 읽게 되면 리스트에서 삭제하고.

 

이 책은 그냥 읽어야 할 책에 계속 올려놓고 싶었다.

한참을 그렇게 지내다가 결국 보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

더욱 죽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서이고

또 다른 죽음을 맞이하는 스킬을 늘릴 수 있을 것 같아서이고

내 죽음 후에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생각하게 될 것 같아서이고

내가 죽을 때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날 것 같아서다.

 

 

 

 

이 책은 제목에서 할 일 다 했다.

그렇다. 그런 내용이다.

 

책 판매 사이트에서는 이 책을 에세이로 분류하였고

도서관에서는 사회학 책으로 분류하였다.

나라면 사회학이라는 학문적인 책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수필처럼 가볍고 편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평소 휴대하며 틈틈이 보다가 어제 일하기 전에 나머지 부분을 한 방에 다 읽어버렸다.

 

 

 

이 책 양장본이다. 양장본 책은 일단 좋다.

(소위 말하는, 일단 먹고 들어간다.)

어디를 펼쳐도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느낌이 좋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건 종이 질은 좀 떨어지는 종이를 사용했다.

쉽게 말하자면 흔히 접하게 되는 A4용지보다 조금 더 안좋은 느낌이다.

책 내용과 관련하여 일부러 이렇게 선택한 걸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가격은 13,800원이라는, 양장본의 책 치고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이 책

문장이 굉장히 시적이다.

책의 내용은 노동자의 노동이야기인데

글이 아름답다.

일부만 살펴본다.

 

신발장 문을 열자 비밀리에 화투판을 벌이다가 발각된 도박꾼들처럼 바퀴벌레 서너 마리가 후드득 앞다투어 빠져나가고 (34쪽)

 

어떤 날은 죽은 이의 우편함에 꽂힌 채 아래를 향해 구부러진 고지서와 청구서마저 가난에 등이 휜 것처럼 보인다. (41쪽)

 

도로명 주소가 인쇄된 파란색 사인 보드를 찾을 필요도 없이, 지독한 냄새가 먼저 마중 나와서 내가 가야 할 반지하 주택 앞으로 친히 안내했다. (95쪽)

 

(옆집이 인테리어 공사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벽과 천장이 허물어져 잠자리에 누운 채 상견례를 하는 정도만 아니라면 굳이 이웃을 나무라지 않겠다는 싯다르타의 평정심을 흉내 내는 스스로가 대단했다. (203쪽)

 

몇 문장만 옮겨봤다.

저자소개를 보면 저자는 대학에서 시(詩)를 전공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런 일을 하고 있어도 본능적인 기질은 유지하고 있는 듯.

 

 

 

책에는 인상 깊은 이야기가 몇 가지 있다.

착화탄으로 죽은 부부의 침대를 해체하다가 숨겨진 칼을 발견한다. 경찰도 질식사로 인정하고 발견하지 못했던 칼. 자살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 더 완전한 자살을 준비한 것일까. 둘 중 한 사람이 살려는 의지를 보이면 그것을 막고 같이 죽을 것을 위한 준비였을까.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나쁜 시키’

이 한 줄로 시작한다.

자세한 내용에 관한 것은 생략한다. 저자에게 저 네 음절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과연 ‘나쁜 시키’라고 보냈을까. 나라면 ‘나쁜 새끼’라고 보냈을 것 같다.

 

죽음에 관한 책 답게 최영 장군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황금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말을 남긴 청빈의 아이콘 최영 장군은 만년에 “내가 탐욕하는 마음이 있다면 내 무덤에 풀이 자랄 것이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풀이 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그의 무덤에는 붉은 흙만 덮여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랬는지 몰라도 현재는 경기도 시도기념물 23호로 지자체의 관리를 받아 잔디가 촘촘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웃겼다. 인터넷으로 확인해봤다. 어느 블로그에 잘 나와있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작가도 이 책과 이 작가를 언급하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함께 언급된 스토리는 모든 것이 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 이야기다. 마지막 죽는 순간 사용한 죽음의 도구들마저도 플라스틱류, 캔류, 비닐류 정리하고 맞이한 죽음

 

 

 

저자의 직업이 특별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궁금해한다고 한다. 기자, 블로거, 시나리오작가, 학생들 등등.

 

“힘들지 않냐?”는 타인들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

“힘들지 않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죽은 자의 집을 치우면서 귀신을 본 적이 있나요?”

언젠가 한 기자가 공식적으로 질문해와서 ‘진짜 이 신문의 구독자가 그런 것을 궁금하게 여길까?’하고 생각하며

“아까부터 거기 옆자리에 앉아 있네요.”라고 답했더니 기자는 볼펜을 떨어뜨렸다고 한다.

여기서는 진짜 빵 터졌다.

 

이 책 나름 괜찮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서평을 보니

미사여구가 많아 읽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망자에 대한 관음증 환자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며 삶과 죽음을 생각하고

누구에겐가는 거지 같은 일일 것이고

본인의 상황에 따른 평일 듯.

사람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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