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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백마탄왕자들은왜그렇게떠돌아다닐까(리뷰)

by 안그럴것같은 2022.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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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있었다. 강습을 받으러 온 학생이 내 책에 관심을 보였다. 책 표지를 보여줬다.

책 제목을 보고 초등학교 5학년인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 이유를 알아요.”

“그래. 그 이유가 뭔데?”

“왕자가 관종이라서 그래요.”

‘관종’이 무슨 말인지 모르면 검색해보자. 학생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요즘 애들 똑똑하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교육과 많이 다르다고 느낀다. 아쉬운 점은 ‘관종’이라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틀린 답은 아니다. 나는 여태 ‘왕자가 나타나 키스를 했구나’라고 생각했고, 그 원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다.

 

 

 

탄산마그네슘이 MgCO3라는걸 중학생이 아는 걸 보고 놀랐다. 탄산마그네슘은 나와 같은 사람이 늘 접하는 물질이다.

한번은 어떤 중학생이 과학 문제를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에게 물었다. 그 수학 선생님은

“나는 수학선생님이라 이런 부분은 잘 몰라.”라고 말했다.

아니 그래도 중학교 문제인데 싶어서

“그 문제가 뭔데. 함 보자.”

젠장. 내가 배우지도 않았던 단위와 개념이 나온다. 내가 학창시절이 전혀 배우지 않았던 우주물리학의 개념에 관한 문제다. 나는 기본 ‘개념’이 없으니 풀 수 없는 문제다.

그 수학선생님이 말했다.

“과학 과목 선생님들은 이렇게들 말씀하세요. 내가 학교 때는 배우지 않았던 걸 지금은 가르친다고”

뭐 어쨌거나 시대와 함께 교육도 많이 변했다.

이야기가 샜다.

 

명작동화 속에 숨어 있는 반전의 세계사

 

 

이 책 적극 추천한다.

재미있다. 흥미롭고, 눈이 글자를 술술 따라간다.

대부분 아는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을 얘기하는데 너무 재미있다.

물론 꼭 ‘동화’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다. <베니스의 상인>과 잔 다르크 같은 역사적 인물의 배경에 대한 얘기도 있다. 로마부터 시작된 유럽의 역사를 안다면 더 재미있을 책이다. 토이토부르크 숲의 로마군 전투를 좀 잘 모른다고 해도 추천할 만 하다.

아는 이야기와 아는 역사의 조합.

 

 

 

“이 책 때문에 동화에 대한 환상이 깨졌어요. 동심 잃었으니 책임지세요.”라는 리뷰. 언제쯤이면 가능할까? 성인이라면 가능할 듯 하다.

 

- 아마도 십자군 전쟁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은 모든 성인이 알 것이다.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동화내용을 기억하는가. 뭐 대충 ‘피리를 불었더니 다 따라갔다.’ 이런 내용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이 배경을 ‘소년 십자군’으로 설명한다. 십자군은 알았지만 ‘소년 십자군’이 있었는지는 몰랐다.

 

중세 유럽에서 줄무늬는 차별의 상징이었다. 줄무늬는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다른 것과의 차이나 이탈을 나타내기 때문에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되었다. 그 기원으로 구약성경의 <레위기>에 있는 ‘두 종류의 실로 짠 의복을 몸에 걸쳐서는 안 된다’라는 문장을 드는 견해도 있다. 그래서 줄무늬 옷은 차별받던 유대인, 죄인, 어릿광대, 유랑 연예인, 사형집행인, 매춘부 등이 입는 옷이었다. 현대에 와서도 얼마 전까지 미국의 죄수복은 줄무늬였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겠다. (45쪽)

 

- 책을 읽으면서, 어렸을 적 들었던 생각.

그림 형제는 남조선 민중을 위해 개명을 했어야 한다. 그림이 있으면 그림동화인 줄 알았다. 그림이 이름인 것은 조금 더 커서 알았다. 심지어 안데르센 동화에도 그림이 있었다.ㅠㅠ

 

 

 

- 내용 중에는 안데르센 동화 <백조왕자>이야기가 있다. 순간 이게 무슨 내용이지? 생각이 안났다. 책을 읽으며, 공주는 옷을 던지고 백조였던 왕자들이 차례로 옷을 입으며 왕자로 변신하던 그 그림이 생각났다. 그 ‘그림’. 이 동화는 안데르센 동화였다. 그림 동화가 아니고.

 

- 노블리스 오블리주 얘기의 근원을 아는가? 안다면 이해하기가 더 좋을텐데.

 

하지만 역사가들은 이 일화의 사실성을 의심한다. 칼레의 사건을 당대에 기록한 20여 건의 사료를 살펴보자. 사료들안 칼레 시민 대표들의 행위가 사형수의 행진 장면을 연출하여 항복을 표현하는 의식이었다고 말한다. 시민 대표들은 목숨을 내놓고자 자원한 사람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를 실제 의미 이상으로 과장한 기록은 연대기 작가인 장 르루아사르가 썼다. 그는 왜 그랬을까? 작가는 왕비의 역할을 강조하려면 상황을 보다 극적으로 꾸며야 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128쪽)

 

- 저자는 <소공자>에서 다음과 같이 미국의 건국을 얘기한다.

 

미국의 독립 과정을 다룬 역사책들을 보면, 본국 정부의 가혹한 식민지 착취에 저항한 식민지인들이 자유를 위해 봉기하여 역국 대 미국의 구도로 독립 전쟁을 리른 것처럼 서술한다. 전쟁을 이끈 미국 측 인사들은 본국의 탄압에 시달리면서도 민주주의를 위한 고귀한 이상을 품고 부당한 제도에 맞서 싸운 사람들처럼 보인다. (중략) 게다가 영국에 항의하기 위한 식민지 대표들의 모임인 대륙회의는 참가자들이 거의 다 부유층 출신들이었으며, 그 중 3분의 1은 이미 식민 정부의 고위직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중략) 결국 독립 혁명의 지도자들이 지키려고 했던 것은 백인 남성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이었다. (205~6쪽)

 

-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기억하는가. 나는 교과서에서 본 듯 하다. 기억한다면, 그리고 책을 읽기 전에 이 블로그를 봤다면 241쪽 <모든 모국어는 가장 아름답다>(챕터 제목)를 먼저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저자는 <마지막 수업>을 이렇게 냉철하게 비판했다. 속 내용이 궁금하면 책을 읽어보자.

 

남의 나라 극우파 작가의 왜곡된 역사인식에 속기 쉬운 소설이 바로 이 <마지막 수업>이다. (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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