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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1%의 고독 : 박영석 대장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2.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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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부제에서 설명하듯 박영석에 관한 책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생략한다.

그와 나의 일화도 생략한다.

그냥 이 책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런 책이 나왔어야 했다.

이전에 나왔던 ‘끝없는 도전’과는 조금은 성격이 다른 책이다.

위인전처럼 미화하고 포장하는 책이 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고

일반적인 사람들은 알 수 없었던 일화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고미영에 관해서도 이런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능력도 조건도 의지도 없었다.

고미영의 10주기는 그냥 지인들끼리 추모하는 것으로 끝났다.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레저스포츠로 분류되었다.

도서 판매 사이트에서는 한국 에세이로 분류하였다.

둘 다 이상은 없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레저스포츠로 분류되는 게 보기 좋다.

이런 책이 일반적인 수필 옆에 꽂혀 있으면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등산 관련 서적 옆에 있으면 사람들이 볼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질 것 같다.

도서관의 분류 방식에 감사드린다.

 

박영석이 돌아가신지 10년이 지났다.

예전에 그와 관련하여 출판된 ‘박영석 지음’의 책이 아니라

그의 지인이 그를 기리며 펴낸 책이다.

 

 

 

들어가는 글, 저자의 말을 제외하고.

본문은 박영석의 마지막 등반인 안나푸르나를 등반하는 상황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치 박영석이 쓴 등반기처럼.

당연히 박영석이 쓴 글은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이다.

물론 중간중간 참가자들의 증언도 첨부되어있다.

 

본문의 마지막은 안나푸르나의 품으로 가는 박영석의 심정을 담았다.

물론 저자의 상상력으로.

 

그러니

이 책은 아마도 죽은 박영석이 글을 썼다면 이렇게 썼을 것이다 라는 상상에서 시작해서 그렇게 마무리되는 책이다.

그러나

중간에 필자의 경험담이 들어가면서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필자와 그와의 추억이 들어가다 보니 책의 내용이 갑자기 ‘소설’에서 ‘수필’로 바뀌어버린다.

시점이 바뀌는 건 굉장히 어색했다.

‘찬물을 끼얹는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박영석의 말 중에는 다음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저는 왜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 하죠. 언론이 무서워일까요? 아니요. 산에 가지 않는 산악인 박영석이 부끄러워서요.동물원에 있는 호랑이가 호랑이입니까. 호랑이는 산과 들판을 뛰어다니며 포효해야 그게 호랑이죠.” (142쪽)

산에 가지 않는 산악인. 누군가 떠오르지 않는가.

 

박영석에 관한 주위 사람들의 기록도 자주 등장하는데

그 중에는 동기인 박성훈씨의 말이 가장 제대로 된 의견이라 생각된다.

(그에게 이런 동기분이 있는 줄은 몰랐다. 가끔 연락하는 다른 동기분은 알고 있지만)

“영석이는 남들이 히말라야 원정대를 한 번 꾸리기에도 힘든 원정대를 그렇게 많이 직접 꾸리면서 더 많은 젊은 후배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뛰어난 등반가는 많이 나올 수 있지만 영석이처럼 기회의 장을 만들고 제공할 수 있는 산악인이 과연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143~144쪽)

 

내가 속한 조직에서는 그처럼 후배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선배는 하나도 없고

그저 후배를 맘 놓고 때려도 되는, 폭행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선배들만 있고

고산 등반에 관해 잘못된 정보나 본인의 개똥 철학으로 가르치는 선배나 있으니 개탄스럽다.

 

 

 

책을 받고는 휘리릭 펼쳐봤다가 깜짝 놀랐다.

글자가 무지하게 크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가장 큰 글자로 인쇄되었다.

이 책과 함께 읽고 있는 책이 김상조교수의 책인데

조금 과장하면 김상조교수의 책은 이 책 글자의 반만했다.

 

도서 판매 사이트를 확인해보니

리뷰가 하나도 없다.

참 많이도 안 팔린 듯 하다.

 

박영석을 기억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이 보고 싶으면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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