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이상 산악인으로 살아온 저자는 <한국일보>와 월간 <마운틴> 지면에 연재한 글과 그간 써온 다른 글을 함께 엮어 에세이집을 펴냈다. ‘산정한담(山頂閑談)’, 정상에 올라 한가롭게 나누는 이야기라는 뜻을 담은 제목처럼 책 속에 담긴 글들은 조곤조곤하면서도 따뜻함이 가득했고, 글 곳곳에 글쓴이의 산을 향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책을 읽는 내내 한계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자신과 싸움을 지속하는 산악인의 삶에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1장 : 사람들은 왜 산에 오르는가>에는 산이 지닌 아름다움과 매력에 홀려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산에 오르는 이들에 관한 글이 실려있다. 저자는 등산을 단순히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탐구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문학, 그림, 사진, 음악, 역사, 생태 등 등산을 중심으로 여러 방면에 걸쳐 폭넓고 깊게 탐구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등산”이라고 그는 역설한다.
“등산은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행위다. 등산가는 사람들의 박수갈채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산에 오르지 않는다. 자기성취, 자기만족을 구하는 것이 등산행위이며, 매 순간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고양된 감정을 즐기는 놀이가 등산이다.” (41쪽, 강렬한 긴장감과 희열에 중독되는 사람들 中)
난관을 극복하고 자신의 한계를 깨부수며 산에 비로소 올랐을 때 느끼는 희열과 감동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할 것이다. 바로 그 벅찬 감정을 느끼고자 산악인들은 오늘도 부지런히 산을 오른다. 목숨이 위태로울 거라는 걸 알면서도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심정을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2장 : 정상을 향한 도전의 역사들>에는 등정주의에서 등로주의로 변해가는 등산 역사의 변천사를 설명하면서 더 어려운 방법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에 담아냈다. 특히 <에베레스트를 향한 세계의 집념>이라는 챕터가 인상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의 지명에 남아있는 식민 지배의 상처와 그에 얽힌 비화는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반면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하기 위해 각국 원정대가 경쟁을 펼친 이야기는 흥미를 자아냈다.
<3장 : 알피니스트, 자신만의 길을 만들다>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화구를 짊어지고 산에 올라 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는 이가 있는 한편, 멸종 위기종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등산가,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조난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4장 : 등산 장비의 변천사>는 말 그대로 다양한 등산 장비에 관한 글이 실렸다. 알피니스트의 영혼이 깃든 상징적 의미를 지닌 피켈, 산악인으로서의 출발점과 종착점이자 마음의 터전이기도 한 ‘생명의 고리’ 카라비너, 야성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게 하는 자기만의 성이 되는 텐트, 등반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혁명적 ‘가짜 섬유’ 나일론 등 산악인의 수월한 등반을 돕고 안전을 지켜주는 여러 장비에 관한 이야기 역시 흥미진진하다.
등산이라곤 동네 뒷산을 오르는 정도만 해본 문외한이지만, 책을 읽으며 한 번쯤 진지하게 등산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산악인의 모습에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며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위험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산의 매력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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