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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5리터의 피 Nine Pints (리뷰)

by 안그럴것같은 202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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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에 관해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줄 놀랍도록 흥미로운 사실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도 피가 끓을 것이다.”

- 빌 게이츠

 

빌 게이츠가 추천하면 읽어야지. 이 정도 되는 사람이면 말을 조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나 같은 놈도 책을 보게 만드니까. 

 

이 책 완전 돌직구다.

의례 있을 법한 머리말, 들어가는 글이 없다. 그냥 바로 본문이 시작한다.

꼭 그런건 아니지만, 대개 서구권에서 출판된 책은 첫 머리에 ‘나의 사랑하는 000에게’ 이런 것과 비슷한 글이 등장한다. 한국 책은 대체로 없는 편이다.

이 책의 첫머리를 보자.

“수혈을 받고 나면 기분이 엄청 좋아져서

다시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어져요.”

- 오언 포터(10세)

이렇게 시작되는 책은 처음 본 것 같다.

 

 

 

 
 

이 책의 목차를 보자.

 

목차

1장 500밀리리터의 힘

2장 가치 있는 흡혈 악마, 거머리

3장 헌혈의 선구자

4장 피를 타고 퍼지는 바이러스

5장 구원자이자 파괴자, 혈장

6장 더러운 피, 월경

7장 지저분한 천, 생리대

8장 출혈 환자를 살려라, 코드 레드

9장 피의 미래

 

보통 저렇게 ‘장’으로 구분하면 그 안에 소 제목으로 글을 분류하는데 이 책은 그런 게 하나도 없다. 그냥 저런 ‘장’ 끝. 그냥 저렇게 저 장 분류로 끝난다. 

 

다시 한 번 목차를 살펴보자.

이 책은 전체적으로 피에 관한 이야기인데.

2장은 주구장장 거머리에 관한 이야기. 3장은 헌혈의 역사. 세계대전 때 헌혈의 중요성을 주장한 영국인 이야기. 4장은 HIV에 관한 이야기. 5장은 혈장에 관한 자본주의 이야기. 6~7장은 생리와 생리대에 관한 이야기. 8장은 응급의학에 관한 이야기이다.

각 장이 서로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는 피에 관한 이야기인데 큰 주제를 놓고 이야기 한다기보다는 얇은 단행본 여러 권을 묶어 놓은 듯한 느낌이다.

남자인 나로서는 6~7장에서 언급되는 생리와 생리대에 관한 이야기는 알지만 동감하기는 힘든 내용이었다. 이 부분에 관해 친한 몇몇에게 물어본 결과로는 사람마다 차이가 아주 많았다.

HIV가 들끓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흑인 거주구역, 생리중인 여성들이 헛간으로 밀려나는 네팔 시골 마을, 가난한 여성을 위해 값싼 생리대를 개발한 인도 기업가 등등. 세계를 누비며 경험한 저자의 활동은 대단하게 느껴진다.

 

 

 

인체에서 가장 귀중하고 신비롭고 위험한 물질

생명과 죽음을 결정짓는 구원이자 파괴자

인권을 유린하고 자본을 유혹하는 자원

그것은 바로 당신의 온 몸을 흐르는 5리터의 ‘붉은 피’다!

- 뒷 표지

 

이 책은 ‘기초의학’ 분야의 책으로 분류되었다. 피를 기본으로 책이 써졌으니 그렇게 이해한다. 하지만 의학책이라기보다는 사회학적 요소가 강하다.

 

책 속으로

 

암스트롱은 자신의 피를 빼내 자가수혈용으로 저장했다. 신선한 피를 일정량 수혈하면 적혈구가 더 많아지고, 따라서 근육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므로, 여기에 힘 입어 사이클 선수가 산을 더 세차게 오르고 육상선수가 운동장을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세계반도핑기구는 피를 금지 약물로 지정했다. (14쪽)

 

- 여기서 드는 생각. 고산등반에 갔을 때 저소의 피를 자가수혈하면 고소증이 없어질 듯. 그리고 자가수혈을 도핑기구가 어떻게 확인했을까. 올림픽 등에서 소변 검사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자가수혈이 소변에 변화를 일으키나. 어쨌거나 암스트롱의 문제는 알쏭달쏭하다. 

 

2016년에 터키의 비뇨기과 연구진이 밝힌 바로는, 발기 부전을 겪을 위험이 O형 남성에 견줘 A형과 AB형 남성에서 꽤 높았다. 말라리아에 걸릴 확률은 O형이 가장 낮고, B형이 가장 높다. (21쪽)

 

- 모기가 좋아하는 혈액형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발기부전까지 혈액형이 영향을 미칠줄은......

 

피에 대한 상식은 틀릴 때가 있다. 아리아인의 순수 혈통에 사로잡힌 나치는 A형이 아리아인을, B형이 열등한 민족을 가리킨다고 봤다. 일본인들은 지금도 혈액형이 모든 혈액 세포 표면에 있는 항원 말고도 훨씬 의미심장한 무엇을 뜻한다고 믿는다. 이를테면 A형은 완벽주의자로, 진절하고, (이후 혈액형에 관한 뻔한 이야기......생략.) 어찌 된 일인지 혈액형 차별은 소수 집단을 열등하게 여기는 인식과 척척 들어맞는다. 이를테면 일본인은 대만인과 아이누족에게 더 흔한 AB형과 B형을 폭력적이고, 둔하고 잔인하다고 여겼다. (22~23쪽)

 

-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인간이 나에게 혈액형을 물으면 나는 벌레보다 못한 존재로 쳐다본다. 전 세계에서 본인의 혈액형을 아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내가 사고를 당해서 피를 철철 흘리며 의식을 잃어가며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의사가 수혈을 하기 위해 내 혈액형을 물어보겠는가? “정신차려보세요. 혈액형이 어떻게 되시죠?” 이렇게 의식을 일어가는 나에게 질문한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렇게 대답하겠다. “O형 집어넣어. 이 병신아” 

 

 

 

거머리를 언급하는 2장에서는 귀 접합 수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귀는 체온이 낮아서 뜨거운 물체를 집었을 때 귀를 잡는 관습이 있다. 귀는 미세한 모세혈관이 많아서 접합 수술이 어렵다고 한다. 그때 거머리를 활용한다고 한다. 귀 수술과 거머리? 궁금하면 책을 읽어보자. 거머리 이야기 속에 마이클 펠프스와 부항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도 부항자국이 있는 수영선수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거머리와 부항. 메커니즘은 같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HIV에 감염되더라도 꾸준히 약을 먹으면 바이러스를 감지되지 않는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다. 달리 말해 꾸준히 약을 먹는 HIV 보균자는 균을 옮기지 않으며, 여느 사람처럼 오래 살 수 있다. (166쪽)

 

사람과 동물의 피는 전 세계 상품 중 교역량이 13번째로 많고, 규모는 2520억 달러(한화 약 290조 원)에 이른다. 혈액제제는 대부분 혈장에서 추출한 것이고, 원산지는 대개 세계 최재의 혈장 수출국, 미국이다. 2016년에 미국이 ‘사람 및 동물 피’라는 항목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190억 달러(한화 약 22조 원)로, 중형차나 콩 수출에 버금간다. (210쪽)

 

닐 웰러는 사람들이 혈우병을 “혹시라도 베이면 피를 흘리다 결국 죽는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나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혈우병 환자들은 관절 출혈, 근육 내 출혈 같은 체내 출혈이 잦고, 이때 격렬한 통증을 겪는다. (214쪽)

 

미국의 헌혈소는 왜 국경지대에 집중되어 있을까. 책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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