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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지정학의 힘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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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아주 괜찮은 책을 만났다. 이 책 읽어봐야 한다.

 

책을 볼 때는 서가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눈에 띄는 책을 볼 때도 있고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 책을 볼 때도 있고

어디선가 광고(마케팅)된 책을 볼 때도 있고

누군가가 추천하는 책을 볼 때도 있다.

그 중 괜찮은 책을 볼 확률이 가장 높은 건 ‘추천’이다.

이미 읽어 본 사람의 추천이 가장 확실하다.

이 책은 양산에 사는 어느 유명하신 분이 추천해서 읽었다.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추천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이라도 교양서적으로 읽어볼만한 책이다.

 

 

목차를 먼저 살펴본다.

 

목차

1. 마한_시파워

2. 매킨더_랜드파워

3. 하우스호퍼_레벤스라움

4. 스파이크먼_림랜드

5. 키신저_지정학의 부활

6. 브레진스키_일극에서 다극으로

7. 러시아_제국의 추억

8. 일본_접신의 지정학

9. 중국몽_일대일로

10. 세계도 쟁탈전

11. 한반도_지정학의 덫

 

길지 않은 목차를 살펴봤다. 1장부터 6장까지의 제목은 사람 이름으로 시작한다. 1장의 ‘마한’은 ‘마한 진한 변한’의 마한이 아니다. 6장까지 6명의 이름이 나오는데 키신저 말고는 아는 이름이 없다. 7장부터 11장 까지는 어떤 내용인지 예상이 되지만 1장부터 6장까지는 약간 황당했다. 

굳이 저 6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 영, 독의 전략가라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이 이렇다보니 이 책은 저자의 의견과 생각보다는 각 인물, 각국의 브레인들의 의견과 생각이 많이 차지한다. 저자의 생각은 많지 않지만 시대에 따라, 나라에 따라, 인물에 따라 잘 구성되어 돌아가는 느낌이다.

 

얼마 전 ‘푸틴 측근의 딸 암살’에 관한 뉴스가 있었다. 기사의 내용을 대충 정리해보면 푸틴 측근의 딸이 차량 폭탄 테러로 사망했는데, 푸틴 측근을 암살하려다 딸을 암살한 걸로 추정되며 배후는 우크라이나로 추정된다는 내용이다. 이 뉴스를 보고 그냥 먼 나라의 그냥 그런 얘긴가 했다. 책을 읽다가 7장에서 러시아 내용이 나오는데 그 ‘푸틴 측근’이라는 ‘두긴’이라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길게 나온다. 책 읽다가 이 테러 사건이 기억나서 기사를 검색해보니 맞았다. 나름 러시아에서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암살 시도 할 만 하군’

 

 

책 속으로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미국과 베트남이 1995년 외교 정상화한 것과 미국과 중국이 1972년에 국교를 정상화한 것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왜 북한과는 정상적 관계를 맺지 않을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물론 베트남, 중국 얘기와 북한에 대한 설명은 본문에 나온다. 여섯 페이지에 걸친 들어가는 말에서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1장은 시파워에 관한 얘기다. 시댁 파워가 아니라 sea power 이다. 물론 대부분의 민중(여성에 한하겠지만)은 sea power보다 시댁 파워에 더 관심있겠지만.

 

바다에 관한 얘기다보니 배에 관한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단어는 알지만 뜻을 자세히 모르는 용어가 나와서 사전을 찾아봤다.

순양함 : 배수량이 전함보다 작고 구축함보다 큰 전투함

순양함, 전함, 구축함 그러면 그냥 ‘해군 배’ 라고 생각했는데 구축함<순양함<전함 순이었다.

 

시파워를 누렸던 국가 중 영국은 식민지를 만들고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프랑스는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했고, 스페인은 극히 제한적인 자원에만 관심을 보였고, 네덜란드인은 본국과 식민지를 연계하는 상업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각 국가별 차이를 설명했다. 어느 정도 세계사를 안다면 한 번에 확 와닿은 설명이다.

 

 

 

1장의 제목은 ‘마한 : 시파워’다. 마한은 미국인이며 미 해군은 마한의 공적을 기려 역대 4척의 군함을 마한호로 명명했다고 한다. 세종대왕함, 광대토대왕함을 생각해보면 마한이라는 사람이 어리버리한 사람은 아닌 걸 알 수 있다. 

 

2장은 랜드파워, 즉, 땅에 관해서 얘기한다. 역사적으로 동양 민족의 대륙을 통한 유럽 위협을 언급하며 유럽은 동쪽의 기마민족의 랜드파워가 우세했다고 정의한다. 가만히 보니 유럽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여 동양을 공격한 적은 없었다. 대부분 여기서 칭기즈칸을 떠올리겠지만 훈족의 아틸라도 있다. 아틸라는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1편에서 박물관 안에 전시될 정도의 인물이다.

 

2장에서 등장하는 매킨더는 20세기 초의 인물인데 그는 일본이 중국을 통해 러사아로 진출한다면 세계의 자유를 위협하는 동양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로서는 아주 신선하고 그럴듯한 견해였다.

 

3장에서 등장하는 스파이크먼은 1941년에 미국은 전쟁이 끝나면 일본, 독일과 동맹을 결성하고 소련을 견제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다. 진주만 공습 후 미국이 참전하기로 한 후의 시기다. 이제 전쟁 시작했는고 소련은 동맹국인데 이미 2차대전 후의 냉전시대를 예상했다니 정말 대단하다.

또한 1942년에는 미일동맹을 복원해 앞으로 부상할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했다. 미일이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때에 이런 예상은 너무나 정확했다.

 

 

 

한국전쟁 얘기가 빠질 수 없다. 트루먼 정권은 1950년부터 1953년에 이르는 동안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5퍼센트에서 14.2퍼센트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냉전시대의 군사화를 열게 된 한국전쟁. 자랑스럽다고 해야하나.

 

6장에서 브레진스키는 통일 한국은 미국의 보호가 필요 없을 수 있기에 주한 미군의 철수를 노리고 중국이 한국 통일을 촉진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통일에 관한 각 국의 시각은 마지막 장에서 자세하게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의 통일을 바랄 수도 있다는 견해는 참신했다.

 

이 책은 2020년 11월 출판되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흡수하려는 제국주의적 야망을 갖고 있는데 이는 국제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오늘 기사로 러시아가 프랑스 가스공급을 전면 중단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제 겨울이 올텐데.

 

9장에서는 중국에 관한 이야기다.

명나라의 정화라는 인물을 아는지. 세계사에 관한 책에서 종종 등장하는 인물이다. 1405년에 함대를 이끌고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에까지 갔다 온 분이다. 콜럼버스보다 100년 정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마 명나라가 이후 해상 제해권에 관심을 가졌다면 백인 노예나 흑인 노예가 논 농사를 짓는 땅에서 살았을지 모를 일이다.

정화는 7차에 걸친 항해에서 매번 선단의 승선 인원이 2만 7천명이나 됐고 선박은 2백여 척 배의 길이는 127미터, 적재량은 1천 5백톤이었다. 콜럼버스의 선단은 3착의 경범선과 90명도 안되는 선원, 가장 큰 배의 길이가 19미터, 적재량은 150톤 정도였다. 콜럼버스가 귀엽다고 느낀 것이 처음이다. 

 

중국에 관한 시사프로나 뉴스에서 ‘일대일로’에 관한 얘기는 종종 등장한다. 이 책에서 그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다.

 

 

 

마지막장은 한반도에 관한 얘기다.

한국전쟁의 많은 원인 중 하나가 애치슨 선언이다. 그것 외에도 소련으로서는 한국전쟁 이전에 뤼순항과 다롄항의 상실을 통해 태평양으로 통하는 부동항을 잃게 된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몰랐던 내용이었다.

미국이 북한과 종전선언을 하지 않은 이유, 트럼프가 김정은과 회담이 틀어진 이유 등도 자세히 설명된다.

 

1차대전 전후의 이야기부터 최근의 이야기까지 많은 내용이 있지만 그래도 관심있게 읽게 되는 건 한반도에 관한 이야기다. 얼마 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병자호란을 떠올렸다. 사대의 예를 따라 명나라를 따를 것인가 대세로 떠오르는 후금을 따를 것인가. 최명길과 김상헌. 영화 <남한산성>도 볼만 하다. 그 때는 두 나라 사이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입장이 각각 달라서 병자로란 때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눈치’를 잘 봐야 한다. 좋게 표현하자면 ‘균형외교’

 

한반도 통일에 관한 미 중 일 러의 각 입장이 자세히 설명된다. 

미국은 북한에게 먼저 완벽한 비핵화를 요구한다. 북한이 그걸 수용 할 리가 없는데도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미국도 북한과 평화 체계를 구축하고 싶지 않고 지금처럼 긴장 상태 유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마지막에 후기가 나온다. 사회과학 서적의 경우 ‘감사의 말’을 쓰는 경우는 있어도 후기가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뭐라고 썼을까 궁금해하며 봤더니 ‘요점정리’다. 각 장별로 내용을 요약해놓았다. 학창시절 보던 참고서의 요점정리와 거의 내용은 비슷하다. 후기를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더라도 이 요점은 기억하세요” 저자가 말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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