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먼저 제목부터 정의하고 가야겠다.
룬샷 : 그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 취급하는, 대다수가 무시하고 홀대하는 미친 프로젝트
그러나 전쟁, 의학, 비즈니스의 판을 바꾼 아이디어
책 표지를 넘기면 대개는 그 안쪽에 저자 소개가 나오는데, 이 책은 안쪽에 이렇게 룬샷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책 내용 안에서도 룬샷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어 이 용어를 제목으로 한 것도 나쁘지 않다. 조금 더 참신한 한글로 제목을 지었으면 더 나았을 거라 생각은 든다.
책 내용은 룬샷이라는 제목처럼 다수는 무시하지만 그 바닥의 판을 뒤집는 혁신적인 아이디에 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단순히 그 룬샷 이야기에 끝나지 않고 룬샷이 나오는 배경과 그런 조직 관리에 관한 물리학적 분석까지 이어진다.
“내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책”
- 빌 게이츠
이 빌게이츠의 멘트는 찐이다. 어설프게 책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기보다는 진심이 느껴지는 책소개였다. 빌 게이츠가 책에 관해 언급한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이었다.
미국에서는 1920년대 초에 벌써 레이더의 가능성을 인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묵살당했고 진주만 공습을 당하던 시점에서도 레이더를 테스트 하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 레이더를 개발했다면 진주만 공습은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무기인 레이더를 개발하느니 총, 군함, 탱크를 만드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IBM과 인텔, MS, 잡스와 픽사, 디즈니 등등 아는 기업들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폴라로이드가 잘 안된 건 다 아는 얘기다. 영화 007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등 영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우리가 잘 모르는 제약회사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프롤로그’(표현은 책마다 다를 수 있다. ‘들어가는 글’ 같은 글)가 20페이지 넘게 나온다. 프롤로그치고는 아주 긴 편이다. 정해진 건 아니지만 보통은 4페이지 이내에서 끝나는데. 이렇게 프롤로그가 길다보니. . . 이것만 읽어도 책을 다 읽은 듯한 느낌이다. 마치 어릴적 독후감 숙제를 하기 위해 앞에 살짝 보고 뒤에 살짝 보고 대충 독후감 쓸 때처럼, 그러기에 좋은 프롤로그였다.
저자 사피 바칼
물리학자, 바이오테크 기업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물리학자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 열세 살부터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1988년 하버드 대학교를 최우등졸업(Summa cum laude)하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로버트 러플린, 이론물리학계의 대가 레너드 서스킨드와 응축 물리 이론에 대해 연구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학술상을 받는 등 학자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1998년 과학자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한다.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전문 컨설턴트로 투자회사와 제약회사에 전략과 기술을 제시했다. 2001년에는 암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테크 기업 신타제약(Synta Pharmaceuticals)을 공동 설립하고 13년 동안 CEO로 일했다. 2007년에는 신타제약의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오바마 정부 시절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경영과 과학, 모두에 정통한 전문가로서 매년 벨연구소, 하버드 대학교, 코넬 대학교를 비롯한 유수의 교육·연구기관과 130곳이 넘는 금융, 투자, 의료 콘퍼런스에 초청받아 물리학과 비즈니스 현장을 접목한 경영 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 열세 살부터 대학에서 공부했다니... 송유근이 생각났다. 송유근의 근황은 그리 좋지 못한 것 같은데 이 분은 잘 풀린듯하다. 우리나라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경영과 과학에 모두 정통하다고 느껴진다.
책 속으로
팀이나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판돈’은 줄어드는 반면 ‘지위’에 따른 특전이 커진다. 이 두 가지 조건의 크기가 역전될 때 시스템이 전환된다. 두 인센티브는 누구도 원치 않는 행동을 부추기기 시작한다. 조직이 커지고 안정될수록 똑같은 사람으로 구성된 똑같은 집단임에도 룬샷을 퇴짜 놓기 시작한다. (32~33쪽)
- 저자는 룬샷이 나올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를 물리학적으로 설명한다.
구글은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인터넷 검색 결과의 순위를 매기는 데서 출발했다. 괜찮은 제품형 룬샷이다. 하지만 구글은 열여덟 번째 검색엔진이었다. 그래서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인 검색엔진이 되기 위해 몇 가지 영리한 전략형 룬샷을 추가했다. 그 덕분에 구글은 전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웹사이트로 성장할 수 있었다. (132쪽)
- 저자는 룬샷을 전략형 룬샷과 제품형 룬샷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폴라로이드는 1996년에야 디지털카메라를 도입했다. 소니, 캐논, 니콘, 코닥, 후지, 카시오 등 여러 업체들이 비슷한 캄라를 내놓은 지 10년쯤 됐을 때였다. 이미 너무 늦었다. 2001년 폴라로이드는 파산을 신청했다. (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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