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뭐 설명이 필요없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이다.
이 한 줄이면 이 책에 대한 설명은 다 한 듯 하다.
이 분의 책을 흥미롭게 읽으신 분에게 적극 추천한다.
이 아저씨 1937년 9월생 이시란다.
만 나이로 계산해도 85세가 넘었다.
영어 원제 <the world until yesterday> 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똑같이 한글로 제목이 번역된 건 첨 보는 듯.
보통은 제목이 좀 어색하게 번역되거나, 완전히 새로 창작되거나, 영어 발음을 그대로 한글로 쓰거나 그러는데.
책 표지에서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최신작이라 소개되고 있지만
내가 늦게 읽었다.
이 책은 한국에서 2013년 출간되었다.
<총 균 쇠>, <문명의 붕괴>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읽어볼 만 하다.
다만,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것 하나는 명심하자.
이 책도 700페이지가 넘어간다.
(7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은 제발 쓰지 말자. 읽는 것도 읽는 거지만, 일단 무겁다.)
책이 내용이 많으면 살짝 질리는 느낌이 든다.
다이아몬드의 책이라면
당연히 <총 균 쇠>를 교과서적인 작품으로 꼽아야 하겠지만
교과서는 당연히 읽어야 하는 거고
(고등학교 때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홍성대의 책을 꼽으면 안되듯이)
다이아몬드의 책 중 하나를 꼽으라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를 꼽고 싶다.
그 이유는 요 책은 300페이지가 안된다. (아, 농담이다.)
요 책은 그 중 가장 최근 도서라 현재의 얘기가 많다.
내 블로그에서는 요 책이 언급되지 못했다.
그럼 이제 제목부터 시작해서 책 얘기.
<어제까지의 세계>
문명화되지 못하고 국가적 체계를 갖추지 못한 과거의 공동체와
현재의 국가 시스템과의 비교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과거 전통사회와 비교하는 대상은
양육법, 노인의 대우, 전쟁, 위험 관리, 다중언어, 생활방식, 종교, 질병 등에 관해 다루고 있다.
각각의 소 주제에 관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내용은 <사피엔스>의 구성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과거와 현재와의 비교를 통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무조건 ‘과거가 좋았다’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과거의 잘못된 풍습은 그것이 당시에는 당연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있다.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최선이며 유일한 선택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듯 하다.
아직 세상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며 그 장점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나는 <총 균 쇠>를 읽었을 때도 좀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저자는 시종일관 본인의 저술에서 ‘니들 잘난 거 없어’를 주장하는 듯 하다.
(아, <나와 세계>에서는 그런 내용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특이점. 서문에 해당하는 프롤로그가 44쪽에 걸쳐 나온다.
프롤로그 읽다가도 살짝 지치는 느낌이 ㅠ 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지난 1만 1,000년 동안 세계 전역에 존재하던 인간 문화의 모든 면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목적에 부합하는 책을 쓰자면 2,397쪽의 방대한 책이 될 것이고, 누구도 그처럼 방대한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42쪽) 라고 하면서 700쪽 넘는 분량으로 줄인 것을 자랑(?)하고 있다. 감사합니다만 조금만 더 줄여주시지 그러셨어요. (너무 페이지 얘기만 하고 있나)
“독자들이 책값과 책의 두께에 지레 겁먹고 이 책을 읽는 걸 포기하지 않도록 나는 본문에서 언급한 개인적인 주장에 대한 주석과 관련 문헌을 생략했다.” (44~45쪽) 그래서 참고문헌은 총 46페이지밖에 나오지 않는다. 참고문헌 46페이지만 웬만한 책 2~30% 두께를 차지한다.
책 속으로
형사 사법체계에 대한 내용으로 뉴기니에서 있었던 교통사고 얘기가 나온다. 한국으로 치자면 ‘업무상 과실치사’사고가 일어났는데 이를 약 300달러의 보상으로 해결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간단히 돈주고 떼우는 건 아니고, 사건의 전후관계는 복잡하게 돌아간다. 뉴기니의 사법체계가 철저하지 못해서 법적으로는 검경이 바빠서 몇 번의 재판이 연기되고 결국 판사가 검사의 기소를 기각하는 걸로 끝난다. 간단히 정리하면 어른이 아이를 자동차로 치어 죽였는데 장례식과 제사비용을 내주고 처벌은 받지 않는다. 우리식의 법 감정으로는 이해가지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전쟁에 관한 부분은 역시나 흥미롭다. 과거의 전쟁과 현재의 전쟁. 누가 더 많이 죽을까? 기관총, 원자폭탄, 대포, 잠수함을 사용한 전쟁의 사망률이 창과 화살과 뭉둥이를 사용한 사망률보다 훨씬 낮다. 엥? 정말? 국가간의 전쟁은 짧고 굵지만 부족 전쟁은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다. 국가전은 젊은 군인들만 참전하고 상대적으로 민간인은 위험에 덜 노출된다. 반면 전통 사회는 모두가 싸우고 모두가 표적이다. 그리고 기타 더 많은 이유들이 등장한다. 어제도 정은이가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하는데, 정은이가 창, 칼, 화살을 들고 오는 것보다 그게 덜 죽을거라는 얘기.
저자는 타인의 입을 빌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다.
아프리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한 미국인 친구는 “아프리카의 삶은 물질적으로 빈곤하지만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으로는 풍요롭다. 그러나 미국의 삶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으로는 빈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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