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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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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당신의 남은 날은 ㅇㅇ입니다. 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시겠습니까?”

 

 

 

나의 남은 날을 알게 된다면 나는 무엇으로 채울까?

생각 해볼만한 주제이다.

나는 유서를 미리 작성해놓았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물론 하나씩 실천하고 있지만.

 

 

죽음에 관한 책으로는 ebs의 <죽음>은 죽음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하였고

김완의 <죽은자의 집 청소>는 이미 이루어진 죽음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죽기 전의 사람을 대하는 의사의 글로, 죽음에 관한 최고의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이 책 리얼하고 현실적이다.

 

 

 

 

저자는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다. 즉, 죽어가는 사람을 주로 다루는 사람이다.

보령의사수필문학상 대상을 받았으며 <에세이 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한 적도 있는 분이다. 의사이며 글을 잘 쓰시는 분.

《진료실에서 못다 한 항암치료 이야기》 《천국의 하모니카》 《항암치료란 무엇인가》 《암 나는 나 너는 너》 《암 환자의 슬기로운 병원 생활》 이런 저서도 있다고 하니 참고.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 <안나 카레니나>에서

 

 

“선생님에게는 제가 600명 중 한 명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선생님 한 분뿐이거든요.”

이 말은 환자가 저자에게 한 말이다.

저자는 어쩔 수 없이 병원의 이익을 위해 한 명, 한 명의 환자를 빨리 봐야 한다.

저 외래환자는 그 수를 대충 파악하고 의사에게 저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시속 10명’은 되어야 병원이 수지타산을 맞춘다고 한다.

이 시스템의 문제는 무엇일까. 언젠가 바뀔 수 있을까.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암 환자는 장기 기증이 불가능하다. 기증 받은 환자의 몸에 암세포가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후 뇌기증은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뇌 기증은 그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나의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등록했지만 장기 기증은 등록하지 않았다. 이 몸뚱아리 쓸 곳이 없을 듯 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등록 가능하다.)

 

알게된 사실 둘.

암에 걸리게 된다면, 아마 나는 항암 치료를 거부하지 않을까?

예전에 머리에 빵꾸가 나서 병원을 찾았을때도 의사가 꿰메야 한다고 했는데 싫다고 약만 처방해달라고 했었는데.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겠지만 항암치료를 거부한 환자의 80퍼센트 이상이 치료를 하겠다고 마음을 바꾼다고 한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항암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는 외래 진료 기간을 짧게 잡는다고 한다.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몰라서.

암에 걸리지 않은 모두, 생각해볼 문제이다.

 

알게된 사실 셋.

미국의 경우 암 환자가 사망 6개월 전까지 항암치료를 받았다. 즉 6개월은 삶을 정리한다는 말이다.

한국 자료를 확인하니 항암치료와 사망까지의 시간차는 두 달. 이것이 2007년 상황

10년 뒤 다시 연구해보니 30일로 줄었다고 한다.

죽기 한 달 전까지 항암치료를 하는 한국.

생각해보자.

 

 

 

위 내용과 관련하여 응급실에 온 암환자 할머니 얘기가 나온다.

호흡기를 부착하고 혈압약을 넣고...... 기타 등등...... 그렇게 해서 사람을 살리는 것이 과연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에 대해 저자는 고민한다. 그리고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인지.

어짜피 죽을 분을 저렇게까지 하면서 살리는 행위. 

일반인은 상상 못할 이야기다.

 

또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용어가 나온다.

‘쇼피알’

어쩔 수 없이 보여주기(show)위해 하는 cpr.

 

 

상태가 안 좋고 나빠져야 하는데 예후가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런 환자들의 공통점은 긍정적이라고 한다. 물론 이를 저자는 심리학적으로 쓰지 않고 의학적 용어를 써서 표현하기도 해서 살짝 미소 짓게 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긍정은 결과가 하나라 천천히 스며드는 과정이라 서술하는데, 한숨이 나왔다.

 

 

가장 마음 아팠던 글은.

말기 암 환자, 여자, 미혼녀가 결혼을 한다고 의사에게 알렸다.

죽음을 앞둔 여인의 결혼.

죽음도 막지 못한 사랑. 그리고 단순한 사랑을 넘어 결혼까지.

그럴 수 있을까.

이 글은 정말 마음 아팠다.

나도......

 

 

탄생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맞는 것이지만

죽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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