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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설) 완전한 행복 : 정유정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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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글을 써볼까, 누구나 이런 상상은 해보지 않았을까.

친구 중 하나는 결국 소설 한 편을 발표했고

아는 사람 중 하나는 시나리오 교육을 받았으나 작품은 나오지 못했다.

 

이렇게 ‘글을 한 번 써볼까’하는 상상을 깨트리는 사람이 있다면

정유정과 김훈을 꼽고 싶다.

‘글은 이렇게 쓰는 거란다. 이렇게 쓰지 못할거면 꿈도 꾸지마’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최근에 재미 없는 책을 몇 권 연달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독자를 책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혹시나 <종의 기원>을 본 독자라면,

처음부터 불길한 느낌이 든다. 똑같이.

그리고 설마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설마는 진짜였다.

다만 <종의 기원>과 비교한다면, 막판에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은 없었다.

 

등장인물이 생각보다 좀 많고 관계가 복잡하다.

책 앞부분을 좀 보다가 나오는 인물의 관계도를 그려봤다.

그러면서 관계도를 참고하며 보니 훨씬 더 이해하기가 쉬웠다.

깔끔하게 정리해서 다시 그려볼까 하다가

귀찮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 관계도를 참고하며 소설을 볼 사람도 없을 것 같아 그냥 올려본다. 

 

 

 

<왕좌의 게임>시즌1을 볼 때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관계가 복잡해서 틈틈이 인물의 관계도를 정리해놓은 블로그를 참고로 봤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요리로 ‘굴라시’라는 요리가 등장한다.

제대로된 굴라시를 먹어보지 않아서 잘 만들기는 쉽지 않겠지만

한 번쯤 시도해 볼만한 요리인 것 같다.

 

내가 책을 보면 꼭 확인하는 부분

 

1판 1쇄 발행 2021년 6월 8일

1판 20쇄 발행 2021년 6월 18일

 

인쇄기 완전 스탠바이라는 얘기네. 대단하다.

초판 찍고 10일만에 20쇄를 찍었으니 그야말로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 책이다.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뒷표지에 나온 책 내용의 일부이다.

행복은 뺄셈이라는 평범해 보이는 저 말이 책 내용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저자는 책 후미 <작가의 말>의 시작을 이렇게 한다.

 

이 소설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완전한 행복에 이르고자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려 ‘노력’한 어느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520쪽)

 

책 속에서는 <웨이 백>이라는 영화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확인해보니 제법 평점이 높은 영화다.

나중에 챙겨서 봐야겠다.

 

정유정 소설의 특징은 묘사, 표현이 대단하다.

일부만 살펴본다.

 

바이칼 호수로 출발한 건 이튿날 아침이었다. 호텔 직원에 따르면 아주 가깝다고 했다. 그는 몰랐다. 러시아의 ‘가깝다’와 한국의 ‘가깝다’사이엔 우주 하나가 존재한다는 걸. (75쪽)

 

그녀는 숙소 이름을 댔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구글 지도를 켰다. 10분 거리였다. 좀 더 멀어도 좋을텐데. (83쪽)

 

유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어떤 여자가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가르쳐주었다. (143쪽)

 

엄마는 샐러드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큼직한 플라스틱 팩에 완두콩과 양상추가 꽉꽉 차 있었다. 아무리 봐도 염소 모이 같았다. (218쪽)

 

 

소설 후반부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엄마는 아이를 다그친다.

아이가 엄마에게 끌어안기자 엄마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놔, 이 쌍년아.” (385쪽)

 

저자가 생각한 가장 심한 말이 이런 것이였던가.

 

“나가 죽어. 이 새끼야.”

나는 나를 낳은 여인에게 이런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리고 나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된다.

당시 그 학교에는 1, 2, 3학년 통틀어 총 40명의 소수정예 엘리트를 위한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전교생은 1,500명이 넘었다.)

1학년 to는 10명이었다.

그나마 집이 먼 학생 한 명을 위해 한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건 나중에 들어가고 나서 알았다.

“어머니, 기숙사가 있는데요. 신청자 중에 성적순으로 뽑는데요, 1학년 to가 10명이라는데 지원해볼까 해서요.”

여인에게 얘기 드렸다. 그년은 나의 입학 성적을 모른다.

‘니가 그 성적으로 되겠니? 지원이나 해보고 싶으면 해보던가.’

눈으로 경멸하던 그 눈빛을 아직 기억한다.

그렇게 나는 기숙사를 들어가며 ‘집을 나갔다.’

그렇게 나는 여인의 말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기숙사에 들어간 1학년 성적순 정식to 9명 중 나는 9등이었다.

나간 건 바로 했는데 죽는 건 좀 더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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