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
여기서 말하는 ‘거의 모든 것’은 과학을 말한다.
물리, 화학, 우주물리, 지구과학, 생물학 등 과학의 모든 것을 말한다.
즉 이 책은 과학의 역사다.
아주 오래전 얘기도 나오지만 주로 17, 18, 19, 20세기 정도의 최근의 역사에 관한 내용이 많다.
자연과학 전공자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영어 원제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를 한국말로 그대로 번역하였지만
다른 제목을 썼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 책의 저자는 빌 브라이슨이다.
책 앞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의 첫 줄은 다음과 같이 나온다.
빌 브라이슨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들 중의 한 사람이다
나 또한 빌 브라이슨의 책을 좋아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그의 책 중 가장 별로였다.
역사가 다 그렇지 뭐. 그것도 과학의 역사니.
저자의 책은 저자의 위트가 아주 잘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아쉽게도 이 책은 그런 부분이 조금 부족하다.
초판 1쇄 발행일 2003. 11. 30.
초판 52쇄 발행일 2018. 1. 2.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52쇄나 팔렸다니 대단하다.
그렇게 많이 팔릴 책으로는 안 보이는데.
한국이 이렇게 과학사에 관심이 많은 나라였나.
책을 펼쳐보고는 깜짝 놀랐다.
글씨가 굉장히 작다. 읽다 보면 페이지가 빨리빨리 안 넘어간다.
이 책 다 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게다가 대부분의 독자가 잘 보지 않는 주석, 색인, 참고문헌을 제외한 책의 본문만 499페이지이다. (총 558페이지이다.)
이 책을 보려면 단단히 각오하고 봐야한다.
책은 총 6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우주, 태양계의 구조와 생성,
2부는 지구, 지질학, 지구의 생성,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
3부는 20세기의 과학, 열역학, 양자론, 상대성이론, 언자, 소립자, 판 구조론
4부는 소행성, 지진, 화산, 심해
5부는 생명, 생명의 출현과 존재, 생물 분류, 세포, 진화론
6부는 기후, 고고인류학, 생물 멸종
위와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 부분을 먼저 읽어도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책의 시작을 <감사의 글>로 시작한다.
<감사의 글> 두 페이지가 나온 뒤에 서문이 나온다.
감사의 글이 책 제일 앞에 나오는 책은 처음 본 듯하다.
감사의 글이 앞에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저자는 과학자가 아니다. 따라서 글을 쓰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의 조언과 확인이 필요했을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본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양성자가 무엇이고, 단백질이 무엇인지몰랐고, 쿼크와 준성(準星)을 구별하지도 못했고, 지질학자들이 협곡의 바위층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가를 어떻게 알아내는지도 몰랐다. (16쪽)
■ 그런 저자가 이런 책을 썼다는 게 대단해 보인다.
책 속으로
수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은하에서도 초신성 폭발은 200-300년 만에 한 번 정도 일어난다. 그러므로 초신성을 찾으려는 노력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전망대에 올라서서 망원경으로 맨해튼을 둘러보면서 스물한 살 생일 케이크에 불을 붙이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과 같다. (47쪽)
1750년대 카를 셸레라는 스웨덴의 화학자가 고약한 냄새가 나는 소변을 사용하지 않고 인을 생산하는 법을 알아냈다. 오늘날까지도 스웨덴이 성냥 생산의 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인에 대한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었다. (111쪽)
■ 스웨덴이 성냥 생산 대국인 건 몰랐다.
방사능의 치명적인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은 1890년대에 마리 퀴리가 사용했던 서류들과 요리 책에서도 밝혀졌다. 그녀의 실험 노트들은 납으로 밀폐된 통 속에 보관되어 있고, 보호복을 입은 사람들만 그것을 볼 수가 있다. (125쪽)
■ 타국의 오염수 방류에 아무 말 못하는 사람을 전 국민이 투표로 뽑았다니, 민주주의라는 제도도 별거 없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원자를 성당 크기 정도로 확대하더라도, 원자핵은 파리 한 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파리의 무게는 성당 전체의 무게보다 수천 배나 더 무겁다. (155쪽)
■ 비유가 쏙쏙 이해된다.
이 책에서도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가 나온다. (161쪽) 나는 솔직히 이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뮤온, 파이온, 하이퍼론, 힉스 보손, 중간 벡터 보손, 중입자, 타키온... (중략). 엔리코 페르미는 어느 특정한 입자의 이름에 대해서 물어보는 학생에게 “여보게, 만약 내가 그런 입자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면 식물학자가 되었을 거라네.”라고 대답했다. (177쪽)
■ 관동대지진에 관한 언급이 있다. 당시 20만 명 정도 사망했다고 한다.
1923년의 도쿄 인구는 300만 정도였다. 오늘날 3,000만에 다다르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인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지만, 경제적 손실은 7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30쪽)
달은 매년 약 3.8센티미터씩 우리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다. 달은 20억 년이 지나면 너무 멀리 떨어져버려서 더 이상 지구를 안정화시켜주지 못하게 될 것이다. (265쪽)
■ 기쁜 소식은 아니다. 물론 멀어지는 달보다는 지구 온난화를 먼저 걱정해야겠지만.
우리 머리 위의 세계에서는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가 생기지 않는다. 추산에 의하면, 뇌우(雷雨)는 미국 전체가 4일 동안 쓸 수 있는 전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275쪽)
■ 이 부분은 보면서 왜 저 에너지를 이용할 생각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불가능한가. 저렇게 많은 에너지를 일부만이라도 저장할 수 있다면.
(온도에 관한 이야기) 문제를 처음으로 해결했던 사람이 바로 1717년에 정확한 온도계를 만들었던 네덜란드의 기기 제작자 다니엘 가브리엘 파렌하이트였다. (중략) 그래서 스웨덴의 천문학자 안데르스 셀시우스는 1742년에 다른 온도 표시 방법을 제안했다. (279쪽)
■ C. F. 그냥 외우기만 했었는데
■ 책에서 단 한 번 한국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1994년에 태평양에서 태풍을 만난 한국의 화물선에서 아이스하키용 장갑 3만 4,000켤레가 바다로 떨어져버렸다. 그 장갑은 벤쿠버에서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곳으로 떠밀려갔다. 그 덕분에 해양학자들은 작은 해류들에 대해서 과거 어느 때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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