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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급진적으로 존재하기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4.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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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는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글은 총 37명의 글을 모은 책이다.

저자 대부분은 장애인이다. (아닌 사람도 있다.)

그리도 그 중 대부분은 유색인이고, 또 그 중 대부분은 여성이다.

 

책 제목 <급진적으로 존재하기>는 책 내용 중 하나의 제목이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영화 제목이

<소수의견>, <마이너리티 리포트>였다.

물론 두 영화는 장애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두 영화의 제목이 책 내용을 조금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사회의 소수자에 관한 책이다.

사실 <급진적으로 존재하기>라는 제목은 정치학에 관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 책,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도서관에서는 ‘사회복지’ 서적으로 분류하였다.

해외 수필로 분류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대부분의 글은 ‘수기’적인 성격을 보인다.

 

사실 아직까지는 (내가 아는 한.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 나의 장애를 몰라서) 멀쩡한 상태라 공감하기는 힘든 내용도 많았다.

하지만 소수자인 그들의 리얼한 얘기는 마음 아팠다.

 

오늘 읽었던 다른 책에서 본 얘기.

지팡이를 짚는 노인이 자리에 앉아 있는 젊은이를 나무랐고

젊은이가 자리를 양보했는데, 그 젊은이는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었다.

 

내가 블로그에서 확실하게 정의하고 싶다.

선행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선행을 강요하면 안된다.

일본에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배용준이 큰 돈을 기부하는 건 칭찬받을 일이지만

돈을 기부하지 않는 다른 연애인을 그 이유로 비난하면 안된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노인이 왔으니 너 일어나라고 강요하는 건 안된다.

선행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선행을 강요하는 건 아니다.

 

 

 

예전에 다리를 다쳐서 반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었던 적이 있었다.

빨리 마을버스를 탈 수 없어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중 제일 나중에 버스를 탔고

한 손으로는 목발 두 개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버스 입구 손잡이를 잡으며 깽깽이로 버스에 올라탔다.

당연히 버스 입구에 서게 되었는데 앞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자리를 양보해주셨는데 어찌나 민망하면서도 고맙던지.

 

휠체어를 타 본 적은 없고

다리를 못 쓰는 선배를 위해 밀어본 적은 있다.

휠체어로 혼자 다니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많이 느꼈다.

휠체어가 앞바퀴가 아주 작아서 작은 턱에도 걸리는 느낌이 들고 넘어가기 힘들다.

뒤에서 밀어준다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리고 인도가 평평하지 않다는 걸 그때 느꼈다.

많은 인도는 기울어져 있다.

당연히 휠체어에 있는 사람은 기울어진 인도를 갈 때면 몸이 기운다.

 

책 얘기로 돌아와서

보통 외국 서적의 경우 역자 소개에는 이 사람이 어느어느 책을 번역했다는 것이 나온다.

이 책에는 그런 내용은 없었다.

즉, 전문 번역자는 아니라는 얘기?

내가 이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본 이유는

책 내용 중에 역자의 주석, 설명이 간간이 나오는데

그 부분이 너무 훌륭하다.

역자의 설명이 없었다면 이건 뭐지, 이 사람 뭔데, 이러면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부분을 정확히 잘 설명해준다.

역자의 설명이 아주 좋았다고 느껴지는 최초의 책이었다.

 

이 책은 앞서 설명했듯 여러 명의 저자의 글을

한 명이 엮은 책이다.

엮은이는 한국판을 위한 서문을 따로 작성했는데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 이야기가 나온다.

생각 외로 미국인이 한국의 상황을 아는 것에 살짝 놀랐다.

아마도 지하철로 출근하는 사람 중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나 또한 그렇다. 즐거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해하려 노력했다.

내가 조금 더 빨리 나가면 되지. 지하철이 안 오는 것도 아니고.

뉴욕 지하철 역 중에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역은 20%라고 한다. 한국은 얼마나 될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K컬쳐가 잘나가긴 하는구나.)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국회의원이든 지방자치 선거이든, 내가 사는 동네에서 늘 나오는 공약 중 하나는

**지하철역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냥 웃고 만다. 한두 놈이 이 소리를 했어야지.

지방의원이든 구청장이든 국회의원이든 어떤 놈 임기일 때 지하철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는지 한번 보고 싶다.

 

총기 사용이 활발한 미국에서 경찰이 농인에게 “움직이지마. 손들어.”라고 했을 때, 그가 움직였다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면?

우리는 이런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되냐고? 상상한대로.

 

 

책 속으로

 

책을 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얘기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정도로 건강했던 저자가 나쁜 병에 걸려 종일 침대에서 생활을 하게 되고

비슷한 처지의 여자를 알게 되고 (여자는 남자보다는 상태가 낫다.)

좋은 감정을 갖게 되지만

“사랑해”라는 말 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어떤 마음일까.

내 폐와 후두는 마음에 떠도는 말을 밖으로 내뱉는 데 필요한 공기압과 진동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387쪽)

 

 

 

인간의 특성 중 내게 가장 의아한 것은 삶의 방식입니다.

인간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희생합니다.

그리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돈을 쏟아붓죠.

미래가 너무나 불안해서 현재를 즐기지 못합니다.

그 결과 그들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않고

결고 죽지 않을 것처럼 살다가

진짜로 살아본 적 없이 죽습니다. (72쪽)

- 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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