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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시집) 달빛 등반 (리뷰)

by 안그럴것같은 202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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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언급되는 저자이니 저자 소개를 먼저.

 

저자 김기섭

1962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으며, 경원대학교를 졸업했다. 열여덟 살에 암벽 등반을 시작해 1989년 설악산 노적봉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을 낸 이후 북한산 백운대 ‘시인 신동엽길’ 등 총 23개의 암릉길과 암벽 등반 코스를 개척했다.

월간 『사람과산』과 『마운틴』 기자로 일했다. 2006년 인수봉 등반 중 추락 사고로 지체장애1급 판정을 받았다. 현재 ‘경원대학교OB산악회’와 ‘백운산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뭐라고 언급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산의 세계’를 꿈꾸던 분과 함께하던 중 사고를 당하셨다. 그 분은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 지 궁금하다.

 

제도권 안에서 제도를 비판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동료를 장애인으로 만들고 어떻게 사시는지, 그 분이 더 궁금해진다.

 

저자는 월간지 기자로 일했었다.

내가 아는 어느 사람이 이 분의 글을 아주 좋아했었다.

월간지 글 치고는 아주 시적이었다.

항상 어느 산에 가도 사랑을 언급하고, 여인을 언급하고.

그렇게 시적이었다.

그런데 산에 대한 내용이 별로 없었다.

 

이 책의 몇몇 시에서도 여인과 사랑이 언급된다.

이 저자의 미련은 아직도 끝이 없는가보다.

 

이 저자 덕분에 어떤 모임에서는 ‘입학식 강사 복장 규정’이 생겨났다.

본인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건 분명 저자의 잘못이다.

입학생을 처음 보는 자리에

샌들, 칠부바지, 짧은 나시 티셔츠에 배꼽을 드러내며 나타났으니.

늦여름에 이런 복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때와 장소가 맞지 않았다.

 

저자는 장애인이다.

나와는 별로 관련이 없었던 등반에서 사고를 당했다.

사고 이후 병원에서 저자를 봤을 때는

“형, 나아지실거에요.”라는 후배의 말에

눈만 꿈뻑이며 눈물만 흘렸다.

 

이후 요양병원에서 한 손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저자를 위로차 만났고

고기를 입에 넣어주고

소주잔을 입에 기울여주고

휠체어를 밀어주고

병원으로 돌아와

간병인에게 세종대왕 쥐어 준 게 내가 할 수 있는 다였다.

 

 

 

 

책을 받고 앞표지의 시를 읽고

뻔히 알고 있는 저자 소개를 읽고

내용을 휘리릭 보다가

어느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

 

.

.

.

간다는 기별도 없이 서둘러 갔는지

허망한 겨울밤

담배 연기만 푸르더라.

 

<건이가 없다> 마지막 구절 (95쪽)

 

.

.

.

“아, 형. 저는 왜 숟가락 안줘요?”

일본 사람들을 가이드를 할 때였다.

산장에서는 예외적으로 일본 산악인에게는 숙박 제공과 함께 식사를 제공한다.

그런데 내가 그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고 나에게도 젓가락만 주는거다.

그래서 저렇게 한 소리 해봤다.

(일본 사람들은 국도 그릇을 기울여 젓가락을 사용하여 마신다.)

그렇게 개길 수 있었던 건이형도, 산장도 이제는 없다.

솔출판사가 술출판사로 보이는건 나만 그런건가

책 속으로

 

(전략)

아깝게 이 많은 책을 왜 태우시죠?

이런 산중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산나물 캐 먹으려면 식물성 책과

산새 지저귀는 책들만 있으면 됐죠.

(중략)

늦은 시간 그녀가 생각나는 이유는

지식도 필요 없으면 솎아낼 수 있다는 거

강물을 건너면 뗏목을 버려아 한다는 뜻이겠지.

 

<월출산 범바위골에서> 중에서

 

- 꼭 그녀로 마무리 짓는구만

 

(전략)

한 사람의 생이 저리도 찬연할 수 있다면

한목숨 버릴 만도 한데

회오리바람 솟구쳐

절벽 끝에 매달린 목숨들

구구절절이 단풍이 진다.

앞으로는 썩는 법을 배워야 할 시기

나이 들수록 쌓이는 욕심

어느 하나 쉬이 버릴 수 없다.

아직도 가진 게 너무 많아서

 

<갈기산, 구구절절이 단풍이> 중에서

 

- 저리도 찬연한 단풍. 결국 단풍은 진다. 목숨은 진다. 욕심을 버리자. 가진게 너무 많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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