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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가장 사적인 평범 : 부희령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4.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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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책은 산문인데

시적이다.

 

“바라본다. 문득 보이지 않을 때까지.” (중략)

 

행사를 주관하던 국어 선생님이 못마땅한 얼굴로 핀잔을 주었다. “시 낭송 하면서 사람들을 웃기는 사람은 처음 봤다.”

시인이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단 한 줄의 시도 쓰지 않았다. (36쪽)

 

나쁘지 않은데.

 

나도 시는 젬병이다.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다.

문학상 당선소감을 시로 써서 보냈다.

솔직히 할 말이 없어서

시라는 형식을 빌려봤다.

중편 당선자가 당선소감을 시로 쓰다니.

당연히 편집부에서 연락이 왔다.

당선소감을 다시 써야 했다.

원글보다 당선소감 쓰는 게 더 힘들었다.

이건 기한이 정해져 있으니까 마음이 급하다.

수상을 하고 나서 만난 편집부장이 그렇게 말했다.

“최고의 수상소감이었습니다. 편집부 다 인정했습니다.”

 

처음 보는 저자이고

L 교수님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

나쁘지는 않았다.

 

아......... 그리고 이 책은

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표지를 보면 위 아래로 나뉘어져 있다.

아래쪽은 그냥 보통 책처럼 맨들맨들한데

위쪽은 졸라 까칠하다.

단순히 거친 느낌이 아니다.

이런 표지는 처음 본 듯 하다.

왜 그랬을까?

뭐 어쨌거나 특징은 있다.

 

책 보면서 살짝 공감도 되고

살짝 웃음 짓게도 되고

그냥 보기에 괜찮았다.

 

 

 

 

책 속으로

 

둥글게 감겨 있는 투명 테이프의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더듬어 찾듯 계절의 시작과 끝을 머뭇머뭇 감지하는 중이다. (52~3쪽)

■ 산문이 너무 시적이지 않은가.

 

 

너희들은 사회주의를 몰라서 그래. 속속들이 알아봐라. 똑같이 지어진 아파트 안 통로를 걸어가면, 어느 집에서나 할 것 없이 양배추 삶는 냄새가 나지, 양배추가 어떤 채소인지 아니? 냉장고에 넣어두면 한 달 동안 썩지 않는 거란다. 사회주의란 그런 거야. (96쪽)

■ 류블랴나대학의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소박하고 특별한 장식이 없는, 형태와 질감만으로 아름다운 나무상자를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넣어둬야지. 생각하다가. 갑자기 깨달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나의 유골함이겠군. (68쪽)

 

■ 아....... 책을 인용하면서

가급적이면 책 내용을 화악 옮기는 건 피하고 싶었는데

(꼭 뭐, 저작권 문제를 떠나서)

이 페이지는 그냥 기억하고 싶었다.

이 쪽에 있는 내용은 이게 다다.

나는 유골함 마저도 남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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