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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시집) 버찌의 스물 여섯 번째 도서관 : 지관순 (서평)

by 안그럴것같은 2024.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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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책이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한다.

그래도 잘 안 보는 류의 책이 있다.

‘시집’

 

그런데 이번에는 시집을 보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네버더레스

이 책 나쁘지 않았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언어의 마술사.

 

책을 펼치면 ‘서문’에 해당하는 ‘시인의 말’이 앞에 나오는데

일부만 살펴보면

 

바다로 간 침대, 나비가 벗어놓은 춤

영원히 놀라는 캐스터네츠

기린에서 잉카 백합까지 (이하생략. 5쪽)

 

 

 

몇 줄 되지 않는 ‘시인의 말’을 몇 번 다시 봤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시

첫 시다.

저자가 얼마나 골랐을까.

<휴일들1>이라는 제목의 시 첫 부분을 본다.

 

카프카를 읽다가 스카프를 고쳐 매는 사람들

수신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운명을 운전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두 번 다시 보지 말자, 또 끓어오르는

농담과 냉담의 싱크로율

활공은 한 통 남은 투통약을

한꺼번에 삼킬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다 쓰면 문제가 될 것 같아 일부만 올려본다.

언어의 선택이 굉장히 놀랍지 않은가.

이 책, 그런 시집이다.

 

 

책의 말미에는 이병철 시인의 해설이 나오며

그 첫 줄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이해되고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감각되어 남을 것인가

 

시인의 시집에 대한 해설이라 역시 시적이다.

 

내가 이 시집에 대해 논하는 건 마무리 짓는다.

이병철 시인의 이 시집에 대한 해석을 일부 인용해본다.

그 해석이 이 시집을 너무나도 잘 설명한다.

(나는 그보다 설명을 잘 못하겠다.)

 

이 시집에는 반복적인 도약과 추락의 언어적 운동이 때로는 우아한 발레의 형식으로, 때로는 야생에 가까운 조르바의 춤으로 펼쳐져 있다. 시집을 덮으면 무대의 막이 내린 것 같다. 시를 읽었는데 춤을 본 것 같다.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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