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책이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한다.
그래도 잘 안 보는 류의 책이 있다.
‘시집’
그런데 이번에는 시집을 보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네버더레스
이 책 나쁘지 않았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언어의 마술사.
책을 펼치면 ‘서문’에 해당하는 ‘시인의 말’이 앞에 나오는데
일부만 살펴보면
바다로 간 침대, 나비가 벗어놓은 춤
영원히 놀라는 캐스터네츠
기린에서 잉카 백합까지 (이하생략. 5쪽)
몇 줄 되지 않는 ‘시인의 말’을 몇 번 다시 봤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시
첫 시다.
저자가 얼마나 골랐을까.
<휴일들1>이라는 제목의 시 첫 부분을 본다.
카프카를 읽다가 스카프를 고쳐 매는 사람들
수신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운명을 운전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두 번 다시 보지 말자, 또 끓어오르는
농담과 냉담의 싱크로율
활공은 한 통 남은 투통약을
한꺼번에 삼킬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다 쓰면 문제가 될 것 같아 일부만 올려본다.
언어의 선택이 굉장히 놀랍지 않은가.
이 책, 그런 시집이다.
책의 말미에는 이병철 시인의 해설이 나오며
그 첫 줄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이해되고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감각되어 남을 것인가
시인의 시집에 대한 해설이라 역시 시적이다.
내가 이 시집에 대해 논하는 건 마무리 짓는다.
이병철 시인의 이 시집에 대한 해석을 일부 인용해본다.
그 해석이 이 시집을 너무나도 잘 설명한다.
(나는 그보다 설명을 잘 못하겠다.)
이 시집에는 반복적인 도약과 추락의 언어적 운동이 때로는 우아한 발레의 형식으로, 때로는 야생에 가까운 조르바의 춤으로 펼쳐져 있다. 시집을 덮으면 무대의 막이 내린 것 같다. 시를 읽었는데 춤을 본 것 같다.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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